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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우리는 달린다...행복하다

2003-02-07 2003년 2월호

날이 밝자면 아직 이삼십 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어둠이 더 강하게 세상을 점령하고 있는 1월 19일 일요일 오전 7시 부근. 영하 5도였던 이날 인천대공원의 새벽엔 서릿발선 지표면과 부딪치는 운동화 발자국 소리만 정적을 깨뜨리고 있다.
“혀∼엉님, 오셨어요. 헉헉, 전 벌써 두 바퀴 째예여∼어.”
입 주위의 근육이 얼어붙어 새는 발음으로 누군가에게 인사를 건네는 이규하 씨의 몸에서는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고, 머리카락 틈새를 헤치고 나온 땀방울은 세상구경 하기가 무섭게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 마치 얼음가루를 뒤집어쓴것 같다.
달리기 5년 만에 82킬로그램에서 57킬로그램으로 몸무게를 줄여 이제 달리지 않으면 몸이 근질거린다는 이씨는, 일요일 아침을 늘 인천대공원에서 맞이한다.
‘인천마라톤클럽’ 회원들의 일요일은 언제나 이런 식이다. 제법 매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날도 오십여 명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리고 있었다. 이들이 특별히 뛰어넘어야 할 장애물은 없는 것 같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그대로 맞으며, 춥거나 더워도 상관않고 그저 달린다. 왜? 달리면 행복해지니까.
달리기가 요새 꽤 유행이라지만, 인천마라톤클럽이 생긴 것은 벌써 십 여 년 전의 일이다. 1984년 ‘한국중고령자육상경기협회’가 이 클럽의 전신. 지금은 고인이 됐지만 손기정 씨와 마라톤을 함께 했던 베테랑 마라토너 황영희 씨가 창시자이다.
현재 동호회는 최고령자인 김관구(남·1940년 생)씨부터 가장 어린 최연희(여·1971년생)씨까지 정회원이 80여 명, 비회원이 100여 명에 이르는 큰 모임으로 성장했다. 남녀비율은 7:3 정도, 부부회원도 11팀이나 된다.
달리는 속도에 맞춰 서서히 동이 터 오자 어둠에 갇혀있던 사람들의 윤곽이 점점 뚜렷해진다. 명절 때면 어김없이 인천에서 경기도 용인에 있는 고향까지 달려가기에 ‘인간기관차’라는 닉네임이 붙은 장병근 씨, 결혼을 앞두고 암 판정을 받았다가 마라톤을 통해 건강을 회복했다는 이용진 씨, 밤새워 야근을 한 다음날 아침 오뚝이처럼 마라톤 풀 코스를 완주한다는 강철이 씨 모두 이 클럽의 식구들이다.   
정기모임은 일요일 새벽이지만 목요일 오후에도 숭의동 종합운동장에서 모여 달리고 또, 비슷한 동네에 사는 이들끼리는 매일 아침 만나 달린다니 일년 내내 이들은 서로 달리는 얼굴을 쳐다보며 사는 셈이다. 
모임은 초급과 중·고급으로 나뉘어져 있다. 초급은 말 그대로 마라톤과 처음 만난 이들이 속한 그룹. 5km부터 시작해서 꾸준히 몸을 만들어 대개 1년 안에 풀 코스를 뛸 정도의 체력을 갖게 된다. 중급은 풀 코스 기록이 4시간에서 3시간 20분대, 고급반은 마라토너들에게 꿈의 시간대인 3시간대이지만, 반 편성은 그저 편의적인 것일 뿐이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기록’이 아니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보폭을 맞춰가며 함께 달릴 수 있는 사람들이 옆에 있다는 것이다.  
여름철엔 6시, 겨울철엔 7시부터 시작되는 운동은 대개 2시간 정도 이어진다. 사람에 따라 5km 쯤 된다는 대공원 안을 두 세 바퀴 도는 이도 있고 이 코스가 성에 차지 않는 이들은 대공원 후문을 지나 장수동 공수부대를 반환점으로 다시 돌아오는 13km 코스를 두 번쯤 왕복한다. 
그렇게 그저 좋아서 달리다 보니 실력은 덤으로 는다. 한 달에 한 번씩 회원 모두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체력을 테스트한다. 그러는 동안 지금은 50여 명이 풀 코스(42.195km)를 완주한 기록을 갖게 됐다. 게다가 3시간 안에 들어오는 마라토너를 일컫는 ‘Sub3’가 6명, 100km를 완주하는 ‘Ultra Marathon 대회’에 참가한 이도 4명이나 된다. 지난해 열린 ‘2002 강화해변국제마라톤대회’에서는 홍해진 씨와 박명자 씨가 각각 남녀 동반 우승을 차지해 전국 최고의 마라톤 클럽임을 과시하기도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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