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즐댄'하니 스트레스가 '싹'
추적추적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는 금요일 저녁, 술 못하는 이라도 한잔 생각에 마음이 싱숭생숭해질 텐데 퇴근을 맞는 남상봉 (47세·인천시 종합건설본부 직원)씨는 딴 생각이 없다. 사뿐사뿐, 춤을 추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그가 도착한 곳은 근로청소년복지회관.
겨우내 방학을 가졌던 댄스 스포츠 모임 ‘다돌자’가 올해의 첫 연습을 시작하는 날이다. ‘다∼돌자(dadolja)’는 근로청소년복지회관에서 댄스 스포츠를 배운 이들이 교육을 끝낸 뒤 헤어지기 아쉬워 함께 ‘즐댄하자’고 지난 2000년에 만든 동아리이다. ‘즐댄’이란 댄스를 즐기자는 말의 약자로 회원들끼리만 통하는 말.
평소 굳이 ‘모임에 꼭 나오라’는 당부전화가 없더라도 매주 금요일 저녁이면 회원들은 버릇처럼 근로청소년복지회관 대강당에 모여 함께 춤을 춘다. 오후 7시부터 9시까지라고 정한 규칙이 있긴 하지만 시간을 초과하기 일쑤이다. 춤을 추다보면 시간가는 줄 몰라 10시고 11시고 ‘놀게된다’는 것이다. 퇴근하고 바삐 오느라 저녁을 거르는 일도 예사일텐데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7시를 넘기기 시작하자 여자 회원들은 알록달록한 빨간색 의상을, 남자들은 검은 바지에 얼룩무늬가 반짝이는 검은 ‘쫄티’를 입고 하나 둘 강당을 채우기 시작한다. 대형 거울 앞에서 자세를 가다듬고 스텝을 밟아보며 몸을 푼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신나는 음악이 흐른다. 늘 그랬듯 처음은 ‘자이브’로 시작이다. 발랄하고 경쾌한 리듬에 맞춰 추는 춤이라 운동량도 많고 기분도 확실하게 전환된다. 왔다 갔다, 돌고 또 돌고… 회원들의 이마는 금세 땀으로 번들거린다. 이번에는 마음을 안정시키고 분위기를 부드럽게 바꿀 겸 ‘왈츠’로 간다. 그리고 이어지는 ‘차차차’, ‘룸바’, ‘아르헨티나탱고’….
댄스스포츠에는 라틴댄스와 모던댄스 각각 다섯 종류씩 있다는데 하루 저녁에 웬만한 춤을 한번씩 두루 섭렵해보려고 노력한다. 그중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아무래도 ‘자이브’와 ‘왈츠’이다. ‘자이브’를 한 시간 동안 추는 것은 만보를 걷는 것만큼의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단다.
‘다돌자’의 식구들은 사 십여 명이지만 꼬박꼬박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들은 십여 명쯤이다. 윤연호(51세) 씨와 오순자(51세) 씨처럼 부부회원도 두 팀이나 된다. 그네들은 댄스스포츠가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던 지난 1979년 YMCA 댄스스포츠 강습에서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됐다는데 빠짐없이 모임에 나오는 단골회원이다.
‘호기심에서 시작했는데 하다보니 이보다 더 좋은 운동이 없는 것 같다’는 박용하(42세·현대자동차)씨는 스텝을 잘 밟아서 솜씨 있게 춤을 잘 추게 된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음악과 함께 즐기니 마음이 편해지고 즐거워져 좋단다.
올해로 3년째 댄스스포츠를 즐기고 있다는 지종순(44세·웅진코웨이 코디) 씨는 원래 내성적인 구석이 있었는데 댄스스포츠를 한 뒤에는 활동적으로 변하고 웃음도 많아졌다. 일주일 내내 ‘이날이 기다려진다’는 그는 춤을 추듯 즐겁게 인생을 살게 되었단다.
댄스스포츠가 많이 보급되긴 했다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이 선뜻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 모임의 회장 남상봉 씨는 춤을 즐길 수 있을 정도가 되려면 꾸준히 1년 정도 접해야 하지만 잘 추는 것보다 얼마나 즐기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옷은 편하게 입어도 좋지만 신발만은 제대로 갖추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한다. 제대로 된 신발을 신어야 바른 자세가 나온다는 것이다.
춤을 추면서 익힌 바른 자세는 평소에도 습관이 되어 자연히 우아하고 당당한 자세를 갖추게 된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배를 당기고 힙을 집어넣고 서있게 되어 올바른 자세가 된다. 그래서인지, 평균연령이 30대 후반에서 40대라는 ‘다돌자’ 회원들의 배 둘레 나이는 여태 ‘청춘’이다.
동아리연락처 _ 댄스 스포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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