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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일으켜볼까 ‘밥상혁명’
‘우리음식연구모임’이 모이는 날은 온동네가 다 안다. 이들의 모임장소인 인천농업기술센터(부평구 십정동)가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탓이다.
7월 10일 아침도 그랬다. 이날은 우리음식연구모임의 신입회원 교육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번 여름 강의의 주제는 ‘여름철 전통떡과 자연음료’. 우리 조상들이 대대로 해먹던 대표적인 여름 떡인 ‘방울 증편’과 조선시대 궁중에서 단오날 진상했다고 전해지는 건강음료인 ‘제호탕’을 만들고 있다.
30명의 회원 저마다 쌀가루에 막걸리를 섞어 반죽을 하고 대추를 고아 만든 소를 동그랗게 굴려 떡에 얹고 찜기에 앉히느라 비지땀을 흘린다. 강사인 임영희 씨의 말을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트에 깨알같은 글씨로 써내려 가는 이도 있고, 듣던 것처럼 제대로 되지 않는지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시도해보는 이들도 있다.
다소 서툰 솜씨로 강의를 쫓아가기 바쁜 신입회원들 사이에서 능수능란한 손놀림을 부리는 이들이 있다. 바로 초창기부터 이 교육을 받은, 말하자면 고참들인 셈이다. 지난 4년 동안 해마다 30명씩 배출된 교육생 가운데 지금까지 40여 명이 흩어지지 않고 남아 ‘우리음식연구모임’을 지키고 있다. 이들이 오늘 강의도우미로 나선 것이다. 편리하다는 이름 아래, 집집마다 식탁의 국적이 사라져버린 서글픈 현실 속에서 ‘밥상을 우리의 것으로 바꿔보자’는 생각이 오늘까지 이들을 엮어준 힘.
우리 음식 만들기의 ‘고수’들을 초빙해서 만드는 방법을 배우는 일은 그동안 펼쳐왔던 활동의 기본이다. 그 밖에도 이름에 걸맞게 인천지역의 아침식사 실태를 조사하거나 쌀피자 등 신세대들이 아침에 편리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연구하고 개발하기도 했다. 또 쌀소비를 늘리기 위해 ‘우리음식전시회’를 열고 평소 갈고 닦은 솜씨로 명절 때 직접 한과를 만들어 보급하기도 했다. 회원들끼리 자기 집에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음식이나 특이한 음식이 있으면 발표해서 정리하는 ‘우리집 맛자랑’ 시간도 갖고 직접 고향에 내려가 음식을 맛보는 현장체험도 다녔다.
“우리음식연구모임 활동을 하고 부터는 우리집의 식생활이 토속적으로 확 바뀌었다”는 회장 박성길 씨는 처음엔 보통 회원의 입장으로 참여했지만 그동안 쭉 진행된 교육을 통해 솜씨를 갈고 닦아 이제는 다른 모임에 초빙되어 강의를 할 만큼 뛰어난 실력을 갖추게 됐다. 회원 대개가 이제는 다른 사람에게 한 수 가르쳐 줄 수 있을 만큼 성장한 ‘우리음식보급의 전령사’가 됐다.
우리음식연구모임의 활동이 지금까지 주로 배우는데 비중을 두었다면 앞으로는 배운 것을 보급하는데 더 힘을 쏟을 생각이다. 10월 경엔 학교로 직접 찾아가서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떡샌드위치 같은 아침식사대용 음식을 만드는 요령을 알려주고 시식회를 열 구상도 하고 있다.
이 모임을 쭉 지도해온 농업기술센터 생활문화팀 조숙례 씨는 “우리 음식을 만든다고 하면 미리 겁부터 내는 것 같다”며 “요즘 사람들은 바쁘고 편리하다는 이유로 인스턴트 식품을 많이 먹는데 사실 우리 음식도 시간만 조금 내면 만드는 방법은 생각처럼 어렵지 않다”고 조언한다.
이들이 피워대는 우리 음식 냄새로 인천이 가득해지는 날, 우리 집 밥상엔 우리 땅에서 나는 나물, 밥, 떡, 찌개로 가득 채워지는 작은 혁명이 일어나리라 기대해도 좋겠다.
향토음식 맥잇기 _ 지난 7월 1일 옥련동에 문을 연 ‘향토음식맥잇기 상설교육장’은 우리 향토음식의 맥을 잇기 위해 농업기술센터가 지원해 마련된 곳이다. 교육장의 원장이자 이곳에서 전통폐백음식과 이바지 음식을 가르치고 있는 김창희(62세)씨는 우리음식연구모임을 통해 배출된 인재. 딸 넷에 아들 하나인 김씨는 딸들에게 폐백음식을 직접 해주고 싶어 배우기 시작했다가 이젠 폐백전문가가 되었다. 배우고 싶은 이들 누구에게나 재료비만 받고 가르쳐 준다. 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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