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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고소한 시래기밥 구수한 메밀국수

2003-04-09 2003년 4월호


밥숟가락을 들다 문득 옛맛이 그리워질때가 있다. 강화 초지대교 건너 갯벌을 뒷마당 삼아 끼고 있는 ‘대선정 횟집’에서 우리는 한동안 잊고 지냈던 시골 할머니댁의 맛과 정취를 만나게 된다. 그런 감흥은 백여 미터 남짓한 비포장도로를 걷는 촉각에서 시작되어, 후각으로 다시 미각으로 이어진다.
옥수수차가 구수하게 끓고 있는 방에 앉아 있으려니 곧 이 집에서 가장 자랑하며 내놓는 시래기밥과 칼싹둑이가 밥상에 차려진다. 이 집 주인인 이용애(68세) 씨가 이십여 년 전, 지금은 고인이 된 남편과 함께 쌀밥이 귀했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에 강화의 전통재료를 버무려 개발한 메뉴이다.  
시래기밥은 무엇보다 양에서 압도당하는데, 옛날부터 써오던 큼직한 사기그릇에 담긴 밥이 ‘머슴밥’처럼 수북하게 솟아올라있다. 시래기는 잘 말려서 데친뒤 송송 썰어두었다가 조금씩 꺼내어 밥을 짓는다. 보통 뜸을 들일 무렵 시래기를 넣어야 맛있단다. 먹을 때는 참기름과 들기름이 적당한 비율로 섞인 기름을 휘휘 두른 다음 양념장을 넣어 쓱쓱 비벼 먹는다. 
칼싹둑이는 국물부터 한 숟가락 입에 넣어야 제격이다. 구수한 맛이 입안에 골고루 퍼지는 게 꽤 개운하고 시원하다. 대체 무엇으로 국물을 내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돌아오는 답이 홍합 국물이란다. 거기에 호박과 감자, 당근, 양파, 팽이버섯 등을 한꺼번에 넣고 끓여낸다. 맑은 스프처럼 걸쭉한 이유는 메밀성분이 빠져나왔기 때문이다. 국물도 시원하지만 툭툭 끊어지는 면발은 길게 뽑은 수제비에 가깝다. 메밀이라 끈기가 없어 두툼하게 미는 데다 손으로 직접 밀다보니 길이가 들쭉날쭉 모양은 볼품 없다. 그런 다음 칼로 싹둑싹둑 잘라내는데, 이렇게 ‘싹뚝’ 끊는다고 해서 칼싹둑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국물도 면발도 한몫 하지만 칼싹둑이 맛의 생명은 바로 신선함에 있다. 절대로 면을 미리 밀어두지 않고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서야 반죽부터 시작한다. 시간은 좀 걸리지만 맛에선 토를 달지 못한다.
시래기 밥과 칼싹둑이가 주메뉴이기는 하지만 막상 밥상을 받아든 뒤에는 한눈을 팔기 십상이다. 다양한 밑반찬 탓이다. 가장 인기 있는 것이 순무김치. 농어와 우럭, 광어, 서더리, 밴댕이, 조기, 동태 등 생선이란 이름이 붙은 것은 모두 함께 통째로 절였다가 강화산 순무와 버무려 만든 김치이다.
대략 한 상에 차려지는 아홉 가지 정도의 밑반찬은 날씨에 따라 혹은 계절에 따라 수시로 달라진다. 상추겉절이, 고구마 줄기, 돗나물, 고춧잎 무침, 무말랭이, 고들빼기처럼 강화의 들과 밭에서 나는 온갖 나물들이 밥상 위에 오른다. 심지어 민들레처럼, 하찮은 들꽃조차 이용애 씨의 손에 들어가면 감칠맛을 얻게 된다. 조미료에 길들여진 요즘 젊은 사람들 입맛엔 텁텁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재료의 맛이 잘 보존되어 있는 이 집 음식 맛은 씹을수록 깊은 맛이 난다.  
두둑이 배를 불린 뒤 밖으로 어슬렁어슬렁 걸어나오면 최고의 디저트가 기다리고 있다. 강화의 맑은 공기, 그리고 뒤뜰에 펼쳐진 갯벌이다.

 

찾아가는 길 _ 강화 초지대교를 건너 초지진 방향으로 100미터 정도 가다가 간판을 보고 우회전해 50미터 정도 비포장 길을 가면 식당이 보인다. 강화군 길상면 초지리 1251-326. 전화번호는 937-1907, 가격은 시래기밥 칼싹둑이 모두 5천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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