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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밥상 주름잡는 인천 꽃게
육지에 ‘꽃’들이 만발한 5월, 바다는 ‘꽃게’가 주름잡고 있다. 해마다 알이 꽉 차 가장 맛있다는 이맘 때가 되면, 연평도 등지에서 잡힌 꽃게로 소래포구와 연안부두 어시장은 온통 ‘꽃게 천지’가 되고 철만난 꽃게 맛을 보려는 이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인천의 오월을 대표하는 맛의 브랜드는 뭐니뭐니 해도 ‘꽃게’이다.
한 자리에서 이십 년이 다되도록 한가지 음식만 전문적으로 만들었다면 그 맛은 ‘세월’이 보증한다. ‘충남서산횟집(연수구 옥련동 550-2, 833-1925)’은 송도 앞 바다가 갯벌 지천이어서 돌멩이만 들추어도 꽃게를 잡을 수 있었던 시절부터 꽃게탕을 끓여왔다.
이 집 꽃게 맛을 처음 본 이들은 대개 여느 집들과 조금은 다르다는 품평을 내리는데, 이유는 색다른 재료와 독특한 요리 방법에 있다. 그렇다고 뭐 그리 유별난 것은 아니라며 공개한 재료는 바로 ‘호박’이다.
고향이 충남 서산인 이 집의 안주인인 안오순(66세) 씨는 어릴 적 고향 집 담벼락에 아무렇게나 나뒹굴던 늙은 호박을 넣어 끓여먹던 꽃게탕을 떠올려 요리를 했고 약간 달짝지근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배어나는 이 맛은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었다.
그가 만드는 꽃게탕에서 요란한 재료는 눈에 띄지 않는다. 호박에 더해 감자, 양파가 재료의 전부이다. 꽃게탕에서는 꽃게 맛이 가장 돋보여야 한다는 게 안씨의 요리철학. 된장을 비롯해 다시마와 무, 마늘, 멸치 등 천연 양념을 넣어 만든 육수에 꽃게를 넣어 끓여낸 탕에서 주연은 단연 꽃게이다. 향이 있는 재료는 꽃게 맛을 떨어뜨리기에 절대 쓰지 않는다.
뭐니뭐니해도 기골이 장대(?)하고 건강한 꽃게를 쓰는 것은 당연한 맛의 비결. 보통 꽃게탕이나 게장을 끓이는데는 암컷을 쓰고 수컷은 찜으로 내는데, 꽃게를 고르는 데도 노하우가 있단다. 꽃게를 뒤집어 봤을 때 배꼽이 동그랗고 뚜껑의 양쪽이 노란빛과 붉은 빛을 띠면 알이 꽉 차고 살도 찐 암컷 꽃게라는 것이다. 수컷은 왕발이 있고 배꼽이 길다랗단다.
토실토실하게 속살과 알이 여문 꽃게는 한 마리만 뜯어도 든든할 정도로 큼직한데다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깨끗이 살을 파먹을 수 있다. 꽃게를 먹기 위해 뚜껑을 땄다가 속 빈 꽃게에 배신감을 느꼈던 기억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눈물겨울지도 모른다.
요리도 머리를 써서 해야 한다는 게 주인 안씨의 생각.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만들까 자꾸 궁리하며 온갖 정성 쏟아 붓다 보면 맛은 자연히 배어나게 된다. 그런 철학이 진짜 양념이 되어 충남서산횟집의 밥상을 꾸미다 보니 강산이 두 번 변하도록 이 집 꽃게탕만 고집하는 단골들은 자꾸 늘어만 간다.
꽃게 요리의 가격 _ 탕과 찜 모두 5∼6인이 먹을 수 있는 특대가 7만원, 4∼5인용인 대가 5만원, 2∼3인용인 중은 4만원 원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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