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제2회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자상’의 공학부문 상을 수상 최순자 교수(인하대 화학공학과)를 만나기 위해 캠퍼스를 찾았다. 한국과학재단과 동아사이언스가 주관하고 과학기술부와 동아일보가 후원하는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자상은 과학기술부에서 우수한 여성을 과학 기술계로 유치하기 위해 ‘역할 모델’을 선정하고 독려하는 상이다. 최 교수는 기저귀에 쓰이는 통기성필름 등 다양한 고분자 소재를 개발해내 산업 분야에서 널리 쓰이도록 하는데 큰 성과를 거둔 업적을 인정받아 상을 수상했다.
최 교수의 미래소재연구실에는 ‘국가지정 연구실’이라는 팻말이 떡 하니 걸려있다. 2002년 2월 과기부에서 지정한 국가지정연구실이라는 ‘증표’다. 최 교수의 전공은  고분자재료학. 나노(10-9m)에서 마이크로 사이즈의 입자들을 제어하고 합성하는 기술을 연구해 같은 크기의 입자를 만들기 위한 촉매를 개발하는 것. 플라스틱 재료들을 섞고 녹이는 공정을 통해 내구성·내열성 등이 특수한 플라스틱을 새로 개발하는 분야다.
신광초등학교와 인천여중을 거쳐 인일여고를 졸업한 최 교수는 순수한 인천토박이.“철학을 공부하고 싶었지만 나중에‘밥벌이’를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고 혁신적인 직업을 갖고 싶다는 생각, 그리고 ‘용꼬리’가 되기보다는 ‘닭의 머리’가 되자는 생각에 인하대 화학공학과를 지원하게 됐어요. 여성이 엔지니어가 되면 경쟁력이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이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맞아떨어진 셈이죠. 그래서 꿈은 크게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밝게 말한다.
어려운 형편에 공부하느라 대학을 장학금과 아르바이트로 다녔고, 미국에 건너가서도 슈퍼마켓, 주유소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악착같이 공부해서 마침내 4년 반만에 박사학위까지 딸 수 있었다. 어려웠지만 꿈을 향해 가고있다는 생각에 어려움도 참아낼 수 있었다.
“사회는 많이 가지고 배운 자들이 모범을 보이지 않으면 변하지 않는 것 같아요. 우리 사회에서 대학교수는 많이 배우고 인정받는 직업이죠. 하지만 배우고 가진 만큼 사회에 환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예요. 그래서 나부터라도 솔선해보자는 생각을 해요. ”
이런 생각이 밑바탕이 돼 최 교수는 이번에 상금으로 받은 1천만 원을 종자돈으로 장학기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학생들이 실험을 같이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에서다. 상금 1천만 원에 다달이 본인의 월급 1백만 원을 보태고, 주위의 뜻 있는 이들의 도움으로 올해 안에 1억 원의 기금을 마련해 이를 이공계 여자 대학원생을 위한 장학금으로 쓸 예정이다.
최 교수는 연구 이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 중 하나로 인천사랑여성모임의 대표를 맡고 있다. “나이가 드니까 내가 가진 역량을 사회에 환원하고 봉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그래서 인천 토박이로서 순수한 봉사를 여성의 시각에서, 여성들만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시민들이 가진 생각을 여성의 시각에서 조사해서 대안을 가지고 인천시에 제시해 인천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자는 것이지요.”
그 결과로 제1경인고속도로 통행료 폐지운동, 음식물쓰레기 재활용과 줄이는 방법, 자동차 없는 거리 만들기 등을 생각해 내고 제안했다.
앞으로는 교육에 많은 관심을 갖고 접근하고 싶단다. “요즘 학생들이 이공계를 기피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이공계 출신이 더 많은 종류의 직업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공계가 삶에 도움이 되는 장점을 적극적으로 알려서 학생들이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올해가 교수생활 12년 만에 맞는 안식년이라는 최 교수는 이번 기회에 학교에서 불러주기만 한다면 언제, 어디든 찾아가 이공계의 장점을 널리 알리고 싶단다.
최 교수의 바램대로 이공계가 다시 우뚝 서는 그 날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