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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단 한번이나 딱 하나만의 소원을 보면서

2017-05-02 2017년 5월호


단 한번이나
딱 하나만의 소원을 보면서




글 최제형 시인 (한국문인협회 인천광역시회 회장)

벚꽃이 피었다 진다. 삼동 긴 겨울을 버티며 고목의 살갗을 뚫고 나온 새싹들은 불과 일주일 정도 꽃을 피우고는 한꺼번에 어디론가 쏠려가 버린다. 갈 길을 알고 떠나는 이의 뒷모습의 아름다움을 읊었던 글처럼 천하 만물은 때가 되면 주어진 역할을 마치고 미련 없이 길을 떠난다. 봄비 오는 날 진눈개비처럼 휘날리는 벚꽃무리를 바라보는 심경은 차라리 장엄한 서사시 그 자체다.

우리네 인생도 저래야 한다. 삼강오륜을 들추지 않더라도 나라님이든, 가장이든, 어머니든, 기업인이든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한 후 주변을 둘러보아야 한다. 그런데 요즘 세상은 아무리 긍정적인 눈으로 봐도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가족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사람들이 상대편의 티에 대해서는 끝까지 따지며 고성을 질러 빈축을 사고 있다. 툭하면 욱해서 이웃 간에 해코지한 뉴스가 그칠 날이 없다.

스스로를 돌아보자. 나는 몇 점짜리 아버지이고 어머니 일까? 직장상사로는 어떠한 평가를 받고 있을까? 무시로 돌팔매를 던져도 될 만큼 깨끗한 사람인가? 주변인에 대해서는 얼마나 둘러보고 있나?

장애인들의 문학작품에 대해 심사를 볼 기회가 있었다. 지체장애나 뇌병변장애, 청각, 시각장애 등 하나같이 중증장애인들이었다. 심신은 물론이고 머릿속까지 뒤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한 분들이 평생의 좌절과 울분을 내려놓은 채 창작 글을 쓰고 있었다. 단 한번이나 딱 하나만이라는 지극히 소박한 소원을 화두로 잡고 건강한 사회인이 되고자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면서, 적어도 신체적으로는 완벽한 우리들이 무언가를 더 내놓아야 하겠다는 다짐을 해봤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각자 돌아보아야 한다. 내가 내놓지 않는다면 남도 내놓을 리가 없을 것이며, 우리가 받을 것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내 가슴에 새긴 한 구절
수분지족 (守分知足)

스스로 자신을 알아 분수를 지키며 만족하고 산다.
오래 전 모시던 분의 좌우명이었다. 그분은 정치계절만 되면 왈가왈부하는 하마평에도 결코 정치인의 길로 가지 않고 평생 행정가와 봉사자의 길만 가셨다. 나도 25년 공직에 근무하면서 많은 동료, 후배들이 곁을 스쳐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말단사업소에서 복지직으로 퇴임하였다.
수분지족은 자기 자신을 돌아봄이고, 스스로를 앎이며, 과욕을 부리지 않는 족함이니, 결코 세상의 시비에 말려들 이유가 없다. 한 발만 물러서 세사를 관조한다면, 허구한 날 세 과시와 삿대질로 앞으로 나아갈 귀중한 기간을 낭비하고 있는 현 상황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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