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자연이 준 선물, 굴업도와 왕은점표범나비
굴업도와 왕은점표범나비
글 국립생물자원관 전시교육과 홍보팀
사진 출처 : ⓒ 국립생물자원관
왕은점표범나비
학명 : Fabriciana nerippe
인천 옹진군 덕적면에 위치한 굴업도. ‘굴업도(掘業島)’는 섬의 형태가 사람이 엎드려서 일하는 것처럼 생겼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섬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서해의 낯선 외딴 섬일지도 모르지만 백패커들에게는 울주군 간월재, 평창 선자령과 함께 백패킹(Backpacking)의 성지 중 한 곳이다. 배낭을 짊어지고 자유롭게 여행하는 여행자들이 이처럼 굴업도를 사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한국의 갈라파고스’라는 굴업도의 수식어가 그 답일 것이다. 9천만 년 전 화산활동으로 생겨난 굴업도는 우리나라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어 문명의 도움 없이 자연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백패킹의 의미와 맞닿는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반 정도 크기인 굴업도는 서쪽 섬과 동쪽 섬으로 나뉘어져 있고 그 사이를 목기미 사빈(沙濱)이 이어주고 있다. 해수욕을 즐기기에 좋은 ‘큰말해변’, 염분에 바위가 풍화되어 생기는 토끼섬의 ‘해식와’, 코끼리 엉덩이와 뒷다리 모양을 닮은 ‘코끼리 바위’ 등 발길 닿는 곳곳이 자연이 준 선물이다.
굴업도에서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선물 중 하나는 바로 ‘왕은점표범나비’다. 초지가 숲으로 바뀌거나 개발되면서 육지에서는 많이 사라진 왕은점표범나비를 굴업도에서는 볼 수 있다. 왕은점표범나비는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의 네발나비과 곤충이다. 날개를 편 길이가 5.3~6.8cm로 표범나비 무리 중 가장 크며, 5월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6~7월에 최성기를 이룬다. 산지의 초지대나 숲 가장자리에서 활동하며 개망초, 큰까치수영, 엉컹퀴 등의 꽃에서 꿀을 먹는다. 인천 굴업도를 포함한 경기도 안산과 강원도 화천, 경상북도 일부 지역에서 확인된다. 해외에서는 극동러시아,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외투가 가벼워진 봄, 간단히 싼 가방을 짊어지고 손에 닿을 듯한 하늘,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한 별, 시원한 파도 소리가 들리는 굴업도로 떠나보자. 가슴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자연이 준 선물들을 눈 속에 영원한 추억으로 간직하면서. 내가 자연인지, 자연이 나인지, 장자의 ‘호접몽’처럼 왕은점표범나비가 된 꿈을 꾸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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