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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출동! 박물관 어벤져스, 300여 년 전 화포 ‘불랑기포’를 깨우다

2017-05-04 2017년 5월호


출동! 박물관 어벤져스,

300여 년 전 화포 ‘불랑기포’를 깨우다

“인천박물관의 근본 사명의 하나인 인천 향토사 완성은 인천 부근 산재하고 있는 고적조사에서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1949년, 인천시립박물관의 첫 번째 학술 조사 <인천고적조사>를 마무리하며 이경성 관장이 한 말이다. 그로부터 68년이 흐른 지난 3월 21일, ‘박물관 어벤져스’가 강화도에 떴다. 조선 숙종 1679년 강화도에 지어진 ‘건평돈대’를 발굴하기 위해서였다.
글 배성수 시립박물관 컴팩스마트시티부장 사진 인천시립박물관




1. 발굴 전 건평돈대 항공사진


2. 건평돈대 발굴현장 copy

마블 코믹스의 슈퍼 히어로들로 구성된 어벤져스의 사명이 악당들로부터 지구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었다면, 박물관 어벤져스는 유적 조사를 통해 그동안 묻혀있던 인천의 역사를 밝혀내겠다는 사명으로 뭉쳤다.
인천의 유적 발굴조사를 전담할 박물관 어벤져스가 구성된 것 은 지난해. 시립박물관은 1957년 <주안 고인돌 발굴조사> 이후 지금껏 모두 아홉 차례의 발굴조사를 실시해 왔지만, 2011년 문화재청이 조사기관의 기준을 강화하면서 더 이상 발굴조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 발굴자격을 갖춘 전문 인력이 부족해서 문화재청의 기준을 충족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인천 지역 발굴조사는 대부분 외부기관에 의해 이루어졌고, 출토되는 유물도 다른 지역에 보관되어 왔다. 하지만, 2016년 조사원 자격 기준을 충족할만한 신규 인력이 충원되면서 발굴조사 자격을 다시 회복할 수 있었다.
겨울 기운이 막 가신 지난 3월 21일, 강화도 서쪽 해안 건평리 산비탈에 박물관 어벤져스가 출동했다. 조선시대유사 시 강화도로 옮겨올 조정과 왕실을 외적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만들었던 54개 돈대 중 하나인 ‘건평돈대’ 발굴을 위한 조사단이 구성된 것이다. 문화재청에 ‘발굴 조사 및 지표조사 기관’으로 등록한 후 첫 발굴인데다, 강화도 돈대에 대한 전면적인 학술 발굴조사는 처음이었기에 건평돈대를 마주한 조사단에는 약간의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남북으로 기다란 직사각형 모양의 돈대는 그간 세월의 풍파를 말해주듯 부분 부분 무너져 내린 상태로 조사단을 맞았다.
첫 삽을 뜬지 3일째 되는 날 오후, 돈대 전면에 배치된 4개의 포좌 중 가장 남쪽에 있는 포좌의 조사에 들어갔다.
무너져 내린 돌무더기를 들어내고 쌓여있는 흙더미를 조심스레 퍼내는 순간, 무언가 검은 물체가 눈앞에 드러났다. 표면이 곡면을 이루고 있어 처음에는 한옥 지붕에 사용하는 기와로 생각했지만, 흙을 조금 더 파내자 금속 재질의 포신을 가진 완벽한 자태의 불랑기포가 모습을 드러냈다. 흙으로 뒤덮인 포신 위로 흐릿하게 보이는 글자의 흔적이 조사단의 가슴을 뛰게 했다. 급히 박물관으로 옮겨 표면의 이물질을 제거하는 작업을 거치자 글자의 내용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1680년 2월 강화도에서 사용할 불랑기포 115문을 만들어 진상한다’는 내용이 새겨져 있었다. 천운이었다. 지금 전해지는 불랑기포는 모두 예닐곱 점에 불과한데, 그 중에서 포좌에 거치된 채로 발견된 것은 이것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330년간 그 자리에 잠자고 있던 건평돈대의 ‘불랑기포’는 인천 역사를 밝히겠다는 사명감으로 뭉친 박물관 어벤져스에 의해 그 모습을 세상에 드러냈다. 조사단은 한 달넘는 발굴조사를 통해 그간 문헌에서만 전해지던 조선후기 강화도 돈대의 축조 방식 등을 밝히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내년 개봉 예정인 영화 어벤져스 3편의 내용보다 박물관 어벤져스가 다음에 밝혀낼 숨어있는 인천의 역사가 더 기대된다.



 불랑기 포신에 새겨진 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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