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호국 영령,물봉우리에 머물다
호국 영령, 물봉우리에 머물다
수봉산(壽鳳山)은 남구 숭의동, 도화동, 주안동, 용현동을 두루 걸친 야트막한 산이다. 원래 한자 이름은 ‘水峯山’이었다. 뜻풀이를 하면 ‘물봉우리’다. 예전에는 주안역 뒤편까지 바닷물이 들어왔다. 멀리서 이 산을 보면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봉우리처럼 보였을 터. 소박하지만 운치 있는 이름을 얻었다.
도시 한가운데 자리한 수봉산은 해발 104m로 그리 높지 않다. 전화가 보편화되지 않았던 1970년대 말, 산 정상에 화재감시용 망루가 설치될 만큼 시야는 넓게 트였다. 산기슭에는 1982년에 개관한 인천문화회관과 이듬해 문을 연 은율탈춤전수관이 있어 사시사철 전통 문화의 향이 풍긴다.
드론 촬영 홍승훈 자유사진가 글 · 사진 유동현 본지 편집장
수봉산은 호국 영령의 산이다. 현충탑을 비롯해 재일학도의용군 6·25 참전비, 인천지구 전적비(사진), 무공수훈자 공적비, 자유와 평화의 탑, 망향단 등이 있다. 한때 ‘호국공원’으로 명칭 변경을 추진할 만큼 호국 보훈과 관련된 시설이 많다. 이 중 다른 지역에서는 접할 수 없는 ‘재일학도의용군참전비’가 눈길을 끈다. 6·25전쟁으로 조국이 위기에 처하자 재일동포 청년 학도 642명이 자발적으로 의용군을 조직해 전장에 뛰어들었다. 그들은 인천상륙작전 때 미군과 함께 인천에 상륙해 장진호전투 등에 투입됐다. 전쟁 중 135명(전사 52명, 실종 83명)이 희생됐다. 이는 이스라엘 청년들의 중동전 참전에 앞선 ‘세계 최초의 재외국민 참전’이라 할 수 있다.
재일학도의용군
수봉공원 내 폭포
수봉공원에는 높이 37m, 폭 122m의 우리나라 최대 인공폭포가 있다. 1974년 AID아파트를 건설할 때 산을 깎으면서 절개지가 생겼다. 2006년 아파트는 철거되었고 절개지를 이용해 인공폭포를 만들었다. 물 떨어지는 모습이 마치 수봉산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낙하하는 듯하다. 깊은 계곡에 온 듯한 착각에 빠져들 만큼 웅장한 이 인공폭포는 한 여름에는 동네 아이들의 훌륭한 풀장이 된다.
1972년 문을 연 제물포시장은 8~90년대까지만 해도 활기가 넘쳤다. 제물포역과 수봉산 자락에 주택가와 학교가 몰려 있어 늘 사람들로 들끓었다. 세월을 이겨내지 못한 시장은 ‘폐허’가 되었다. 폐허가 되고나니 영화 로케이션 장소로 각광 받게 됐다. 영화 ‘써니’ 이후 ‘신세계’, ‘아수라’를 비롯해 드라마 ‘황금의 제국’,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댄싱 9’의 오프닝을 이곳에서 촬영했다.
- 첨부파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