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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국악의 세계화를 꿈꾸는 ‘소녀 명창’

2017-06-12 2017년 6월호



국악의 세계화를 꿈꾸는 ‘소녀 명창’


고수의 북장단에 맞춰 시작된 소리가 빈틈없이 무대를 메운다.
관객들은,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소녀의 손끝을 따라 전해지는 심청의 효심과
춘향의 절절한 사랑을 느낀다.
판소리를 배우기 시작한 지 1년 만에 전주대사습놀이 어린이 판소리 대회,
어린이 판소리 왕중왕전 두 대회에서 장원을 휩쓴 판소리 영재 황시원(인천마장초등학교 6학년) 양.
그녀의 꿈은 우리 판소리를 세계에 알리는 명창이 되는 것이다.

글 김윤경 본지 편집위원 사진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소리’에 반응하는 꼬마, 판소리 길을 걷다

“판소리요? 저는 그냥 소리가 좋아요. 심청가를 부를 때는 심청이가 되고, 흥부가를 부르면 한 마리 제비가 되는 것 같거든요. 다양한 감정을 노래에 담을 수 있어서 재밌어요. 판소리에는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어요.”
13살 소녀의 순수함을 담은 소리는, 전문가들은 물론 소리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깊은 감동과 여운을 준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풍부한 울림은 어른들 못지않다.
판소리를 할 때 가장 행복하다는 당찬 소녀 황시원 양. 그녀가 판소리를 시작한 이유는 어쩌면 정해진 길이었을지 모른다.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유독 판소리와 북소리에 반응을 보였고,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흥부가 이수자인 외할머니가 소리 연습을 할 때면, 손을 들어 올리며 함박웃음을 짓던 그런 아이였다.
외할머니의 연습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시원이는, 알고 보니 1920년대 신문에 실릴 정도로 최고 명창이었던 이화중선(李花仲仙) 씨의 5대손이다. 우연히 시작한 판소리가 이제 시원이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운명 같은 일이 되어 버렸다.




시원이의 재능, 알고 보니 이화중선 판소리 집안

황시원 양의 외할머니 조정옥(68세) 씨는 17살 때 명창 정광수 선생님의 소리를 들으러 무작정 순천에서 광주로 가출을 결심할 정도로 소리를 좋아했다고 한다. “우리 이모 할머니가 이화중선 씨예요. 저도 어릴 적부터 그냥 소리가 좋아서 배우고 싶었는데, 소리 좋아하면 기생밖에 안된다고 아버지가 말렸죠. 근데 아버지는 장구도 치고, 소리도 잘하셨어요.” 아버지는 소리를 반대했지만, 당시 가야금을 했던 고모의 도움으로 서울로 올라와 박초월 명창 댁에서 몇 년간 공부를 하기도 했었다고. “19살 때부터 소리공부를 했고, 22살 때는 KBS에도 출연했었죠. 그런데 집안 도움 없이 일 하면서 공부하려니 너무 힘들었어요. 그러다가 결혼하면서 소리를 접었습니다.” 그러던 중, 2004년 다시 소리를 시작했고, 이듬해 2005년 손녀 시원이가 태어났다고.
외할머니의 연습소리를 들으면서 자라서일까, 시원이는 할머니의 소리를 곧잘 흉내 냈고 할머니가 서는 무대를 따라다니면서 한 소절씩 소리를 늘려갔다.






재능과 연습이 이뤄낸 판소리 영재

“11살 때 시원이가 소리를 배워보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중요무형문화제 제5호 판소리 전수조교 김수연 선생님께 오디션을 받으러 갔었죠.”
김수연 명창의 수제자인 강경아 선생과의 만남 후 시원이는 본격적으로 판소리에 뛰어들었다. “보통 애가 아니에요. 속음을 한 번 들려주면 그대로 따라오는 자체도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거든요.” 강경아 선생님은 성인들도 쉽지 않은 소리인데 그저 재미있다며 연습을 멈추지 않는 시원이가 기특하기만 하다.
“김수연 선생님이 그해 7월에 시원이를 포함해 제자들을 데리고 산 공부를 갔었는데 ‘연습왕’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얘가 정말 소리에 푹 빠져 있는 거예요.”
노력은 수상으로 이어졌다. 전국 청소년민속예술제, 순천 전국 판소리 경연대회 등 국내에서 손에 꼽을만한 굵직굵직한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거머쥐더니 명창의 등용문이라 불리는 전주대사습놀이 학생전국대회 어린이 판소리 부문, 어린이 판소리 왕중왕전 두 대회에서도 장원을 휩쓸며 돌풍을 일으켰다. 소리를 배운지 겨우 1년이라는 짧은 기간 이뤄낸 성과이기에 더욱 놀라웠다. 이런 재능이 알려지면서 지난해 SBS ‘영재발굴단’에서는 시원이의 일상을 방영하기도 했다.



“판소리요? 저는 그냥 소리가 좋아요.
판소리는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매력이 있어요.”



판소리를 전 세계에 알리는 소리꾼이 되고파

“제 꿈은 판소리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거예요. 아직 판소리가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하지는 않잖아요.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더 열심히 배우고 노력해서 판소리를 세계 곳곳에 알리는 명창이 되고 싶어요.” 시원이는 세계에 판소리를 알리겠다는 꿈을 위해 학업도 소홀하지 않는다. 국립 국악 중·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것을 목표로 소리와 학교 공부에도 열심이다.
“얼마나 연습을 하는지…. 시원이가 종종 사워하면서 연습하곤 하는데, 보통 3~4시간은 기본이에요. 작년에 한 달 수도세만 50만 원 나온 적이 있어서 관리사무소에서 어디 물 새는 곳 있냐며 점검까지 나올 정도였다니까요.” 물을 틀어놓고 소리하면 목도 편해지고, 욕실에서는 소리가 울려서 연습이 잘 된다는 시원이의 말에 한동안 가족들이 말리지도 못했다고.
대통령상에 도전하고 있는 외할머니와 함께 ‘흥부가’ 완창을 목표로 목이 쉬도록 연습하고 있는 시원이는 직접 외국의 유명동화를 영어가사로 바꿔서 판소리로 만들어 부르기도 한단다. “케이팝도 있고 한류스타도 있는데 케이 국악은 없잖아요. 한국하면 ‘강남스타일’을 떠올리듯이 외국인들이 흥부가를 불렀으면 좋겠어요.”
자신의 소리가 누군가에게 위로와 힘이 되고 판소리가 널리 알려지기를 바랄 뿐이다. 인천의 자랑스러운 소녀명창이 총명한 눈빛을 반짝이며 반드시 꿈을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시원이의 소리를 듣고 싶다면?
인천 새얼문화재단 ‘제24회 국악의밤’
6월 21일 오후 7시 30분 / 인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 ☎885-3611
국악꿈나무 ‘영재국악회’
매주 일요일 오후 3시 / 남산골한옥마을 내 국악당 / ☎02-2261-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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