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세계 도시, 위기에서 ‘희망’ 찾기
세계 도시, 위기에서 ‘희망’ 찾기
삶의 행복을 이루는 기본 조건은 무엇보다 경제다.
우리 시는 10여 년 이상 증가하던 부채로 2015년 재정위기 ‘주의’ 단체로 지정됐다. 하지만 ‘재정건전화 3개년 계획’에 따라 착실히 재정 문제를 해결, 2018년까지 인천을 재정 ‘정상’ 단체로 바로 세울 계획이다. 물론, 그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재정 문제를 해결해 희망을 찾거나 지금도 땀 흘리는 해외 지방정부의 사례를 통해, 인천의 갈 길을 내다본다.
글 정경숙 본지 편집위원
투자 손실로 나락, 신속히 재건
미국 '오렌지카운티'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에 있는 오렌지카운티(Orange County)는, 디즈니랜드와 노츠 베리팜 등의 놀이시설과 아름다운 해안을 품은 관광지다. ‘서퍼 시티’라 불릴 정도로 서핑과 일광욕 명소로도 유명하다. 또한 사우스 코스트 플라자, 패션아일랜드 등 유명 쇼핑몰 등이 있고, 포춘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의 본사도 여럿 자리 잡고 있다.
이처럼 풍요로운 미국의 부촌 오렌지카운티도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경험이 있다. 1990년대 오렌지카운티의 재정담당자 로버트 시트론은, 인근 187개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이 참여하는 76억 달러의 오렌지카운티 투자 풀을 설립해 자금을 운용했다. 1994년까지 투자 규모는 총 206억 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연방정부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16억 4천 달러의 투자 손실을 보게 됐다. 이는 지불 불능 사태로 이어졌고, 결국 1994년 12월 6일 오렌지카운티는 파산을 선고하기에 이른다.
재건은 꽤 신속하게 이뤄졌다. 우선 긴급할 때 지방정부가 돈을 찾을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고, 공무원 인원 감축과 예산 삭감 등의 정책을 발 빠르게 진행했다. 공원, 도서관, 학교 등은 일부 예산이 깎였지만, 의료, 복지, 경찰, 소방, 구급 등의 공적 서비스는 계속됐다. 파산 직후 채무를 갚기 위해 소비세율 인상을 제안했지만 주민에 의해 부결됐고, 주정부 역시 구제금융을 거부했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자구책을 마련, 1996년 6월 12일에 재정을 재건하기에 이른다. 파산 선언 후 불과 18개월만의 일이다.
이후 오렌지카운티는 확보된 예산을 학교를 비롯한 공적 기관으로 분배하는 데 힘썼다. 특히 재무 출납관의 감시와 보고를 공식화한 투자 보고서를 매년 제출하도록 하고, 분기별로 의회에 투자 상황을 보고하도록 했다. 또 위험이 높은 투자는 금지하도록 했다.
한편 채프먼대 경제 연구소는 올해 오렌지카운티의 경제전망을 ‘대체로 맑음’으로 예상했다. 연구소는 ‘연례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오렌지카운티에 일자리 4만 개가 창출되고 개인소득도 5%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위기 1994년 12월 재정담당자의 채권 투자 손실로 파산
극복 채무 갚기 위해 소비세율 인상을 제안했지만, 주민에 의해 부결
1996년 6월, 공무원 인원 감축과 예산 삭감(의료, 복지, 경찰, 소방, 구급 등 공적 서비스는 유지)으로 재정 재건, 올해 일자리 4만 개 창출, 개인소득 5% 증가 예상
국가와 함께 꿈꾸는 ‘과거의 영광’
일본 ‘유바리시’
훗카이도 중심에 있는 유바리시(夕張市)는 메이지 시대 초기부터 석탄을 캐던 일본 굴지의 탄광 도시였다. 하지만 에너지자원이 석유로 바뀌고 외국에서 값싼 석탄을 수입하면서, 전성기는 막을 내렸다. 24곳이던 탄광은 1990년을 끝으로 모두 문을 닫았다. 한때 10만 명을 웃돌던 인구도 급격히 감소해, 현재 8천여 명에 불과하다. 일본에서 유일하게 재정이 파탄 난 지방자치단체라는 불명예도 안았다.
유바리시는 지난 2006년, 353억 엔(약 3천569억 원)의 적자를 기록해 중앙정부에 파산 신청을 했고, 이듬해 재정 재건 단체로 지정됐다. 석탄산업이 저물자, 정책을 ‘탄광에서 관광으로’로 선회했다. 1980년대는 도시를 어뮤즈먼트 파크로 개발해 연간 수십만 명이 방문하기도 했다. 모범적인 재개발 사례로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고, 벤치마킹의 발길도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영광은 길지 않았다. 관광 시설 건설에 대한 무리한 투자는, 엔화 거품경제의 붕괴와 맞물려 어마어마한 빚더미를 양산했다. 여기에 분식회계로 재정적자를 숨기면서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1990년대 중반에 이미 심각한 재정위기에 직면했으나 수지 균형을 이룬 것처럼 조작해 오다, 결국 일어설 수 없는 수준의 재정 파산에 이르렀다.
대가는 혹독했다. 당시 399명이던 시 직원이 100명으로 줄었다. 급여는 40% 삭감해 전국 최저 수준으로 조정했다. 시장 급여도 70% 삭감했다. 이로도 부족해 복지 프로그램 지원을 중단하고, 도서관과 시민회관의 문을 닫았다. 6개였던 초등학교를 1개로, 3개였던 중학교를 1개로 통폐합했다. 시민은 전국에서 가장 비싼 수도세를 내야 했고, 심지어 쓰레기를 버릴 때도 돈을 냈다.
유바리시는 현재 국가로부터 재정 재건 관리를 받고 있다. 예산 편성도, 사업도 전부 중앙정부의 동의를 얻는다. 정부와 유바리시는 재정 적자가 해소되는 시기를 2027년 3월로 내다보고 있다. 그때까지 1년에 260억 원 씩 빚을 갚아야 한다. 하지만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도전은 계속 되고 있다.
지난 2011년 당시 30세로 최연소 시장에 당선된 스즈키 나오미치(鈴木直道) 유바리시 시장은 “유바리는 반드시 재생한다.”라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그는 정부는 물론 일본에서 가장 돈이 많은 도쿄도와도 협력하고, 전국적인 지원을 호소하며 일본 역사상 어디에서도 없던 과감한 행정개혁을 펴고 있다.
지금 유바리시 경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멜론 농사다. 당도가 높은 유바리 멜론처럼, 유바리시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달콤한 미래를 열어가길 바란다.
위기 무리한 사업 투자에 불량 채무 은폐 및 분식회계 등 경영부실로 파산,
2007년 6월 재정 재건 단체로 지정
극복 공공요금 인상, 공무원 감축 및 임금 삭감 등 과감한 행적개혁. 2007년부터 국가가 직접 재정 재건 관리, 2027년 3월 재정 적자 해소 예상
※ 참고 : 재정위기시대의 지방정부 운영전략(송상훈 외),
경제위기시대의 지방재정 건전성 확보 전략 中 최근 외국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위기 극복 사례(김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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