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잠 못 드는 여름 밤, 출출한데 야시장 갈래?
잠 못 드는 여름 밤,
출출한데 야시장 갈래?
‘먹방’이 대세인 요즘, 야시장은
세대를 아우르며 사랑받는 ‘핫 플레이스’다.
도시의 깔끔하고 세련된 매력보다,
복작복작 사람 사는 정과 덤이 주는 훈훈함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곳.
늦은 밤 수많은 사람들로 활기를 띠는 야시장을 걷다 보면,
열대야의 뜨거운 여름밤도 흥겨워진다.
글 김윤경 본지 편집위원 사진 최준근 자유사진가
달빛 아래 즐기는 다양한 먹거리
달빛거리 송현 야시장
넉넉한 인심이 자랑인 전통시장이 여름밤 별미 가득한 ‘먹방 시장’으로 탈바꿈한다. 저렴한 가격과 독특한 메뉴들로 개장 첫날부터 방문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곳. 수도권 최초 야시장이자, 행정자치부가 선정한 아홉 번째 야시장인 동구 ‘달빛거리 송현 야시장’이다. 눈과 입이 호강하는 이곳의 다양한 음식들은, 여름 다이어트 생각마저 저 멀리 날려버린다.
시장 안은 입구에서부터 골목 끝까지 약 30여 개 판매대가 길게 늘어서 있다. 파는 음식도 각양각색. 낙지호롱, 야채삼겹말이, 소고기불초밥, 스테이크, 대게파스타, 크레페, 케밥, 사탕수수주스 등 60가지가 넘는 음식들이 맛있는 냄새를 풍기며 코끝을 간질인다. 야시장이 들어선 골목 안쪽에는, 공간이 협소하긴 해도 편하게 음식을 즐길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도 마련되어 있다.
블랙페퍼 스테이크
불향 가득 머금은 육즙으로 침샘을 폭발시키는 스테이크는 단연코 달빛거리 송현 야시장의 1등 인기 메뉴. 주인장이 개발했다는 후추향 감도는 소스는 스테이크의 풍미를 더한다. 한입 베어 물면 레스토랑 스테이크도 부럽지 않다.
호롱주주
꼬치에 감긴 낙지를 돌돌 풀어가며 먹는 재미가 쏠쏠한 색다른 별미, 낙지호롱. 활낙지를 이용해서 그런지 씹는 맛이 일품이다. 감칠맛 나는 매콤한 양념 덕에 시원한 맥주와도 잘 어울릴 듯. 매운맛, 순한맛 선택이 가능하다.
복당
국제요리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아들이 모친과 함께 개발한 메뉴. 짭조름한 간장베이스에 아삭한 식감의 숙주, 쫄깃한 당면이 어우러진 불맛이 일품. 숙주 특유의 비린 맛을 잡기 위해 순식간에 불로 익히기 때문에 요리과정 중 종종 불쇼가 펼쳐진다.
타코타마
흔한 타코야키는 가라. 일본 오사카에서 전통방식을 배워온 쉐프가 만든 타코야키를 맛 볼 수 있다. 겉은 바삭, 안은 슈크림처럼 촉촉하고 부드럽다. 쫀득쫀득 씹히는 문어 맛도 즐겁다. 타코야키를 굽는 무쇠판은 일본에서 공수한 것.
떡닭’s 한사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철판 위에서 노릇노릇 익힌 닭갈비. 부드러운 닭고기와 쫄깃한 떡이 맛있게 매운 양념과 어우러져 자꾸만 손이 간다. 매운맛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나 아쉬운 메뉴.
운영시간 : 매주 금·토 오후 6시~11시
위치 : 동구 화도진로 44번길 18
(지하철 1호선 동인천역에서 도보 3분 거리)
하나 더 : 야시장에서 배를 두둑하게 채웠다면 인근 ‘달빛거리산책로’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도보 15분 거리에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로 유명한 송현 근린공원은 시원한 밤바람을 맞으며 산책하기 최적인 장소. 달빛거리산책로뿐 아니라, 조금 더 걷다보면 송월동 동화마을, 인천 속 작은 중국 차이나타운 등 인천의 명소를 만날 수 있다.
영화보며 즐기는 야시장
모래내 시장
손님들이 잦아들 시간인 오후 8시, 남동구 모래내 중앙광장에 퍼지는 고소한 냄새가 문득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은은한 조명의 아케이드 아래, 왁자지껄 사람들의 흥겨운 소리가 가득하다. 태국 음식, 바비큐, 녹두전, 통닭, 묵, 만두, 족발 등 침샘 자극하는 음식 덕분에 입구에서부터 무얼 먹을까 고민이 시작된다.
구월동 모래내 시장 중앙광장(수협 남동지점)에서 동측으로 나 있는 길이 80m, 폭 8m의 야시장은 저녁시간에 더 반짝반짝하다. 모래내 시장 야시장이 열리기 전, 이곳 골목은 ‘죽은 상권’이었지만, 저녁마다 열리는 야시장으로 활기를 되찾았다. 특히, 야시장 16개 판매대의 절반가량은 시장 상인이 운영하고 있어 이들의 수익 증대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야시장 장사로 모둠전을 팔기 시작하면서 매출이 2배 가까이 늘었죠. 예전에는 저녁 7시면 마감했는데, 이제는 다들 늦게까지 찾아주시니 11시 넘어서까지도 판매해요.” 4년 가까이 모래내 시장에서 전을 만들어 팔고 있다는 강경미(45) 씨는 몸은 힘들지만, 야시장덕분에 시장이 활기를 찾아서 좋다고 말한다.
장작통
일단 두툼한 고기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뺏긴다. 흑돼지를 바비큐 통에 넣고 푹 익히기 때문에 기름기 쪽 빠진 담백한 돼지고기의 풍미를 가득 느낄 수 있다. 야들야들 부드러운 고기와 불판에서 익힌 야채가 어우러지는 맛은 말이 필요 없다.
모둠전
동태전, 동그랑땡, 꼬치, 녹두전 등 다양한 전들이 지글지글 철판에서 익어가는 소리를 지나치기는 힘들다. 입 안 가득 고소함을 느끼게 하는 녹두전의 바삭한 가장자리는 식욕을 돋운다. 주인장이 직접 담근 달콤한 식혜와 녹두전은 그야말로 찰떡궁합.
태국음식
관광가이드로 한국에 왔는데, 한국사람과 결혼하는 바람에 아예 한국에 살게 됐다는 주인장 완라(50) 씨는 태국에서 요리를 전공했다. 팟타이, 쌀국수는 물론, 시원한 코코넛 음료수와 바삭한 태국 연꽃과자는 아이들 간식으로도 훌륭하다.
통닭
치킨 2만 원 시대에 맛있는 통닭 한 마리를 8천 원에 즐길 수 있다. 닭 한 마리를 가마솥에서 통째로 튀겨내는데, 얇은 튀김옷 덕분에 바삭한 옛날 통닭의 고소한 맛을 가득 맛볼 수 있다. 꼬들꼬들한 식감이 일품인 똥집튀김도 이 집의 자랑거리.
운영시간 : 매일 오후 5시~11시
위치 : 남동구 호구포로 810번길 42-8
(인천지하철 2호선 모래내시장역에서 도보 5분 거리)
하나 더 : 야시장 중앙에 테이블과 의자가 마련되어 있고, 양쪽으로 음식판매대가 위치해있어 여유 있게 앉아서 음식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 매일 저녁 특별히 설치된 스크린에서 다양한 영화가 상영된다.
인천 야시장의 원조
강남시장
인천 야시장의 원조는 서구 가정동 강남시장이다. 지난해 12월 처음 야시장을 연 강남시장은 다양한 먹거리와 편의시설로 지역주민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십(十)자 형태의 강남시장 북측 끄트머리 골목 점포의 30%가량이 장사가 안 돼 비어 있던 150m의 거리는, 야시장 개설 이후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특히, 이곳 야시장은 기존 상인들과 청년사업가들의 ‘청년빌리지’ 점포로, 저렴하고 맛있는 음식들로 채워져 강남시장만의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중이다. 결코 맛은 저렴하지 않은 1만 원짜리 초밥, 그 자리에서 직화로 구워주는 맛깔스러운 꼬치와 떡갈비, 뜨끈뜨끈 치즈스틱은 연인 또는 가족들의 ‘먹스타그램’을 풍성하게 채운다. 강남시장은 지난 2월 인천지방중소기업청의 야시장사업 지원 기간이 끝났지만, 현재 상인회가 직접 야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너에게 꼬치다 왕닭꼬치
닭다리살만을 이용해서 만든 큼직한 왕꼬치가 시선을 잡아챈다. 부드러운 닭고기가 감칠맛 나는 양념 옷을 입어 윤기가 잘잘 흐른다. 왕닭꼬치는 아이들 간식으로, 쫄깃쫄깃 염통꼬치는 어른들 안주용으로 딱이다.
회오리소시지
핫도그가 라면 옷을 입었다? 핫도그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라면 덕에 한입 깨물면 기분 좋은 바삭함이 입안 가득한데, 통통한 소시지가 고소한 맛까지 더해준다. 소시지에 페이스트리를 돌돌 말은 회오리소시지도 아이들 간식으로 그만이다.
청년초밥
신선하고 맛깔스러운 모둠초밥을 단돈 1만 원에 즐길 수 있다. 촉촉하고 꼬들하면서도 쫄깃한 초밥과 시원한 장국, 신선한 샐러드가 한 세트. 청결함을 보장하는 오픈주방이라 눈앞에서 초밥을 만드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빙어양과 미꾸리군의 만남
강남시장에서 장어 도·소매를 하고 있는 주인장 덕에 싱싱한 장어구이를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소금구이, 고추장구이, 간장구이 세 가지 맛을 선택할 수 있다. 홍게살과 칵테일새우, 마카로니, 옥수수콘이 들어간 홍게그라탱도 일품이다.
레모네이드
디저트도 빼놓을 수 없다. 보기만 해도 상큼하고 시원한 전구소다와 레모네이드는 여심을 저격한다. 레모네이드는 분말이나 청이 아니라, 즉석에서 레몬 하나를 통째로 착즙해 만들기 때문에 새콤한 레몬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운영시간 : 매주 목·금·토 오후 4시~10시
위치 : 서구 강남로 14
(인천지하철 2호선 가정중앙시장역 도보 8분 거리)
하나 더 : 강남시장에선 이따금 이벤트 행사가 진행된다. 페이스페인팅, 캐리커처, 룰렛이벤트, 특별한 할인행사 등 다채롭고 풍성하다. 이밖에도 키다리 삐에로, 캐릭터 인형들과 사진도 마음껏 찍을 수 있어 아이들과 전통시장을 체험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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