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숨겨놓은 섬 하늘에서 보다
숨겨놓은 섬
하늘에서 보다
섬의 모양은 정형화돼 있지 않다.
선녀, 장군, 코끼리 등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속에 그린 모습대로 보인다.
물이 찼을 때와 빠졌을 때 그리고 보는 각도에 따라서도 전혀 다른 모양이다.
그 각도가 하늘이라면 어떨까.
늘 봐왔던 섬이 낯설게 다가올 것이다. 그 낯섦이 절대매력이다.
드론 촬영 홍승훈 자유사진가 글 · 사진 유동현 본지 편집장
승봉도 목섬
선재도 목섬
지난 2월 13일 오후 4시경 겨울 바다 정취를 즐기던 여행객 두 명이 작은 섬에 갇혔다. 그들이 고립된 섬은 옹진군 선재도 해변가에서 500m 떨어진 목섬이다. 썰물 때 난 길을 따라 들어갔다가 물때를 놓쳤다. 선재도 사람들은 하루 두 번 나타나는 이 길을 목덜미를 닮았다고 해서 ‘목떼미’라고 부른다. 그들은 이 목떼미가 사라진 지도 모를 만큼 뛰어난 비경에 취해 있었다. 이 섬은 미국 CNN이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섬 33선’ 중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승봉도 앞에도 목덜미가 짧은 ‘목섬’이 있다. 이 시대의 로빈슨 크루소들은 ‘셀프 고립’을 자처하며 섬에서 ‘자유’를 꿈꾼다.
대이작도 바로 앞에는 ‘풀치’ 혹은 ‘풀등’이라 불리는 모래섬이 있다. 밀물이면 바닷속으로 사라졌다가 썰물 때 서서히 거대한 속살을 드러낸다. 대이작도 부아산 꼭대기에 서서 이 모습을 바라보면 마치 고래가 숨 쉬러 물 위로 솟는 장면 같다. 보트를 타고 고래 등에 올라타면 새로운 세계를 만난다. 이곳에선 지평선과 수평선이 함께 있다. 바다가 섬을 놓아주는 시간은 단 여섯 시간. 물이 서서히 주위를 감싸 오면 아쉬움을 뒤로한 채 서둘러 빠져나와야 한다. 대이작도에서 풀등 쪽을 바라본다. 조금 전까지 발을 딛고 서 있던 모래섬이 마치 헛것인 양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 순간 ‘세상만사 모든 게 신기루일 뿐이다’라는 묵직한 잠언(箴言)이 귓가를 때린다.
대이작도 풀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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