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젊은 도시 인천, 소설로 뜨다
젊은 도시 인천, 소설로 뜨다
더 이상 미디어 속 인천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한때는 TV만 틀면 인천이 나온다고도 했다. 하지만 고개를 책으로 돌리면 형편은 달랐다. 인천의 모습이 작품 속에 그려지긴 했지만, 그 작품을 그려내는 주체는 되지 못했다. 허나 이러한 체증도 옛말이 되고 있다. 최근, 역량 있는 인천 출신 신진 작가들의 활약이 눈부시다.더 이상 미디어 속 인천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한때는 TV만 틀면 인천이 나온다고도 했다. 하지만 고개를 책으로 돌리면 형편은 달랐다. 인천의 모습이 작품 속에 그려지긴 했지만, 그 작품을 그려내는 주체는 되지 못했다. 허나 이러한 체증도 옛말이 되고 있다. 최근, 역량 있는 인천 출신 신진 작가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글 이현식(문학평론가, 한국근대문학관 관장)
인천, 작품은 있는데 작가가 없다
방정환이 쓴 흥미로운 소년탐정 소설 「동생을 찾으러」에는 인천이 주요한 무대로 등장한다. 이 소설은 1926년부터 1927년까지 「어린이」라는 잡지에 연재되었다. 동생을 납치한 괴한들이 인천의 중국인 마을에 잠입하는데 서울과 인천의 소년단들이 힘을 모아 이들을 물리치고 주인공의 동생을 구해낸다는 이야기다. 인천 차이나타운의 역사를 입증하는 소설이면서도 서울부터 인천까지 기차를 타면 한 시간 걸린다던가, 서울행 막차가 10시 40분까지 있었다는 숨겨진 사실까지 말해주고 있다.
방정환 말고도 한국 근대문학에서 인천을 그려낸 소설가는 많다. 「날개」로 유명한 이상이라거나 「문장강화」를 쓴 이태준도 인천을 소설의 무대로 삼았었다. 강경애의 장편 「인간문제」에서는 인천의 도시 풍경이 손에 잡힐 듯이 그려져 있고 백범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에도 새벽녘 인천의 도시풍경이 인상깊게 나와 있다. 이렇듯 인천은 근대도시로, 한국문학의 주요한 무대가 되어왔다.
최근에도 「고래」라는 소설로 유명한 천명관 소설가가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라는 장편에서 아예 인천을 배경으로 한 조직폭력배의 세계를 유머러스하게 그려내었다. 이 소설에는 주안과 간석동, 송도 등이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아쉬웠던 점은 정작 인천이 낳은 소설가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소설 속에 인천이 등장하기는 해도 인천에서 성장하면서 인천의 정서를 몸으로 체득한 작가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이상하게 인천은 평론가나 시인은 많이 배출했으면서도 상대적으로는 소설가는 그에 비해 적었던 편이다.
인천 출신 30대 여성 신진 작가들의 활약
그런데 호박이 넝쿨 째 들어왔다는 것이 실감날 정도로 최근 주목받는 일군의 인천 출신 작가들이 등장한 것은 충분히 주목할 만하다. 먼저 물꼬를 튼 것은 오랜 시간 인천에서 활동해왔던 양진채이다. 그녀는 1966년생으로 200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2016년 개항장을 배경으로 한 변사이야기 「변사 기담」을 출간하여 화제를 모았다. 이 소설은 영화로도 제작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어 1980년을 전후로 태어난 인천의 작가들이 연이어 등장했다. 1980년생인 김애란은 인천에서 태어나 서산에서 성장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녀는 2005년 「한국일보」 문학상의 최연소 수상자가 되면서 문단의 화제를 모았다. 「달려라 아비」라던가 「두근두근 내 인생」 등이 대표작이다.
그런데 최근 인천에서 성장한 작가들, 그러니까 인천에서 고등학교까지 나오고 때로는 대학도 인천에서 나온 인천의 작가들이 한꺼번에 등장한 것이다. 김금희, 최정화, 안보윤, 백수린이 그들이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여성들이고 김금희, 최정화가 1979년생, 안보윤이 1981년생이고 백수린이 1982년생이다. 30대의 젊은 작가들인 것이다.
그녀들의 작품, 그녀들의 인천
김금희는 200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신동엽문학상(2015), 문학동네 젊은 작가상(2016), 현대문학상(2017)을 연속해서 거머쥠으로써 한국문단의 가장 핫(!)한 작가가 되었다. 특히 두 번째 창작집 「너무 한낮의 연애」가 평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녀의 소설들에는 인천의 냄새가 배어 있다. 인천의 목재 단지라거나 인천아트플랫폼 등이 소설 속 배경으로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김금희와 동년배인 최정화는 이들 가운데에서는 가장 늦게 등단했다. 2012년 「창작과비평」 신인상을 받았고 2016년 「지극히 내성적인」이라는 소설집을 출간했다. 최정화의 소설은 이야기가 살아 생동하고 독특한 성격의 주인공들이 등장한다는 특징이 있다. 한국문학은 매력적인 이야기꾼을 하나 얻은 셈이 되었다.
안보윤은 2005년 「문학동네」 작가상을 받으며 등단했고 2009년 「자음과모음」 문학상을 받았다.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상처를 그리고 있는 이 작가의 소설에도 인천이 공간적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고 있다.
가장 막내 격인 백수린은 201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해서 2014년 「폴링인 폴」, 2016년 「참담한 빛」을 출간했다. 백수린 또한 문학동네 젊은 작가상을 수상했다. 백수린은 인천에서 태어나 성장했고 그랬기에 인천의 정서를 작품으로 형상화한 것이 눈에 띈다. 「참담한 빛」에 실려 있는 「중국인 할머니」 같은 작품은 작가의 고향인 인천이 어떻게 작품 속에 녹아들어가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인천문화재단이 운영하는 한국근대문학관에서는 8월부터 11월까지 한 달에 한번 토요일 오후 5시에 최정화, 김금희, 안보윤, 백수린을 초청해서 이들의 작품을 놓고 독자와 대화시간을 갖는다. 이 행사를 이끌게 될 젊은 문학평론가 선우은실과 류수연 모두 인천 출신들이다.
인천 출신의 젊은 작가들이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것은 여러모로 반가운 일이다. 인천의 다양한 삶의 표정들이 이들의 붓 끝에서 더욱 반짝반짝 살아나기를 기대해본다. 젊은 도시 인천에서 소설이 뜨고 있다.
- 첨부파일
-
- 이전글
- “들어와, 가상현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