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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하와이 사진신부 김도라의 못 다한 이야기

2017-09-02 2017년 9월호



하와이 사진신부 김도라의 못 다한 이야기

‘Dora’s Writing’. 서문만 남긴 채 시작도 하지 못한 하와이 *사진신부
김도라(金到羅)의 회고록 제목이다. 회고를 통해 그녀가 남기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한국이민사박물관에 보관 중인 김도라 관련 자료 40여 점을 통해
그녀의 이야기를 재구성해본다.

글 배성수 시립박물관 컴팩스마트시티부장 사진 인천시립박물관


김승률, 김도라 부부와 장남 철수(1912년)


1921년 김도라가 가입한 대한부인구제회 증서



*사진신부 : 하와이로 이민을 떠났던 조선인 미혼 남성 노동자들의 결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진을 하와이로 보내 그들과 혼인했던 조선 처녀들을 말한다.

1911년 10월 23일, 함경도 원산 출신의 스무 살 처녀 도라는 미국 태평양우선회사 소속의 기선 ‘S.S. Mongolia’호를 타고 하와이 호놀룰루항에 내렸다. ‘사진 한 장’이 맺어준 배필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배를 타기 전 그녀가 신랑 김승률에 대해서 들은 이야기라곤 이웃 고을 안변 출신의 9살 많은 청년이라는 것과 공식 이민이 시작되기 한참 전인 1889년에 이미 하와이에 건너가 정착한 인물이라는 것뿐이었다. 하와이 도착 일주일 만에 혼인을 치르고 마우이 섬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한 도라는 장남 철수를 비롯해 6남 3녀를 두었다. 농사일로 돈을 모은 그들 부부는 마우이 섬의 하나(Hana)라는 지역에 조그만 양복점을 냈고, 도라는 어린 시절 집에서 익힌 바느질 솜씨로 남편을 도왔다.

부부는 다른 이민자들과 마찬가지로 빼앗긴 조국의 독립을 염원했다. 남편 김승률은 조선이 일본에 병합된 직후인 1910년 10월 대한인국민회에 가입하여 독립자금을 낼 정도로 애국심이 투철한 청년이었고, 도라 역시 하와이에서 결성된 여성독립단체인 대한부인구제회에 들어가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다. 국민회에 각자 이름으로 의연금을 기부하는 한편, 동지회에 가입하여 하와이 이민자의 자급자족을 위한 동지식산회사 주식을 매입했다. 대한민국임시정부 대통령에서 물러나 하와이에서 독립운동을 하고 있던 이승만과 교류하기도 했다.

1928년 4월, 부부는 고향을 찾았다. 안변에 있는 시댁 선산의 분묘 관리를 맡기기 위해서였다. 비록 몸은 머나먼 이역만리에 있지만, 고향 땅은 그들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 조상님들의 무덤 관리에 늘 신경이 쓰였고, 눈물로 배웅했던 부모님과 동생들이 눈에 밟히던 터였다. 부부는 원산에 내려 식구들과 재회한 뒤, 안변 땅에서 조카와 동네 주민들에게 계약금 50원을 주고 분묘 관리를 맡겼다. 생전 처음 금강산 구경도 다녀왔다. 고향 땅에서 꿈같은 한 달을 보낸 부부는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는 하와이로 돌아와야만 했다.

오지 않을 것 같던 조국의 독립이 이루어졌다. 부부도 마우이 섬을 떠나 호놀룰루에 정착했다. 도라는 타고난 바느질 솜씨로 환갑이 가까운 나이에도 해군 장교클럽에서 재봉사로 일할 수 있었다. 독립과 함께 다시 찾으려 했던 고향 땅은 공산정권이 들어서 외려 더욱 가기 힘든 곳이 되어버렸다. 전쟁으로 분단이 고착화되면서 부부가 꾸었던 귀향의 꿈은 끝내 물거품이 되었다. 언젠가 돌아가겠다는 생각으로 시민권을 발급받지 않고 있던 도라였지만, 결국 시민권을 얻기 위한 시험을 치러야만 했다. 그러는 사이 40년 넘게 해로했던 김승률이 일흔 둘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고, 도라는 삶을 되돌아보며 아이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남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사진신부 김도라. 그녀가 남기고자 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끝내 맺지 못한 회고록 서문의 처음과 마지막 구절을 옮겨본다.

“도라는 스스로를 ‘어머니’라 부른다…. 그리고 지금은 조카들이 돌보고 있는 선산 무덤에 언젠가 아이들을 데리고 꼭 가겠다고 말한다.”


※ 지면에서 소개하지 못한 도라의 자료는 아래 전시에서 볼 수 있습니다.

새롭게 보는 하와이 독립운동 자료전
일시 : 9월 5일(화) ~ 12월 3일(일)
장소 : 한국이민사박물관 기획전시실
문의 : ☎ 440-47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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