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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별다섯 강화읍 미슐랭

2017-09-29 2017년 10월호


별다섯 강화읍 미슐랭

유명 셰프가 차린 음식점도,
예약해야 갈 수 있는 고급 레스토랑도 아니다.
배고프면 언제든 찾아가 정겨움까지 채울 수 있는 식당.
어머니가 뜨거운 불 솥 옆에서, 오늘도 어제처럼 묵묵히 밥 짓고 음식을 만드는 곳.
평범하지만 정직한 맛으로 마음에 ‘별점 다섯 개’를 새기는, 강화 읍내 식당을 찾았다.

글 정경숙 본지 편집위원 사진 류창현 포토디렉터





서문김밥

‘천국’보다 할머니네 김밥


소풍 가는 날은, 김밥 먹는 날이었다. 부엌에서부터 퍼지는 고소한 참기름 냄새에 눈 뜨면 엄마가 부지런히 김밥을 말고 계셨다. 분홍 소시지가 든 뜨끈한 김밥이 어찌나 맛있던지, 자르기도 전에 덥석 베어 물어 혼쭐이 나곤 했다. 이제 김밥은 한집 걸러 가게가 있을 정도로 흔한 메뉴가 됐다. 하지만 ‘서문김밥’은 다르다.
오전 일곱 시 가게 문을 열기 전부터, 김밥을 사려는 사람이 길게 줄을 선다. SBS ‘생활의 달인’과 JTBC ‘밤도깨비’에서 맛집으로 소개한 후로 줄이 더 길어졌다. “TV에 나오고 유명해진 거예요?” “아니, 강화 사람들이 인정해서 이렇게 된 거지. 손님들이 한두 시간 기다려도 아깝지 않다고 해. 그런 말을 들으면 미안하면서도 기분이 좋아.”
어성출(72) 할머니는 40여 년간 한결같이 김밥을 말았다. 처음 15년은 김밥을 짊어지고 터미널과 장터 곳곳을 다녔다. 힘들 때나 유명해진 지금이나 메뉴는 단 하나, 맛도 변하지 않았다. 실하게 채운 계란지단과 오이 혹은 시금치, 단무지, 햄. 할머니는 평범한 재료들로 특별한 맛을 낸다. “김밥 재료가 다 똑같지 뭐. 그래도 난 좋은 것만 써. 우리 가족 먹여 살려 준 강화 사람들에게 보답하는 마음으로.” 할머니의 따듯한 마음을 꽉 채운 김밥 한 줄에, 가슴속까지 든든하다.



별점 비결 : 밥 사이사이 스민 당근이 이채롭다. 당근을 기름에 살짝 볶아 뜸 들일 때 넣어 구수한 당근 밥을 만든다.
또 ‘강화 섬쌀’을 비롯한 강화에서 난 건강한 식재료를 쓰고, 볶은 소금과 기름으로만 간을 해 맛이 깔끔하다.
메뉴 : 서문김밥 단 하나 2천500원
위치 : 강화군 강화읍 강화대로 430번길 2-1
문의 : ☎ 933-2931



정통분식


전혀 새로운 쫄면

인천은 쫄면의 고향이다. 1970년대 초 ‘광신제면’에서 굵게 잘못 뽑은 냉면 면발은, 이웃한 분식집 ‘맛나당’으로 건너가 ‘국민분식’이 됐다. 원조를 뛰어넘는 맛이 강화읍에 있다.
하마터면 스쳐 지날 뻔했다. ‘정통분식’은 제대로 된 간판 하나 없는 작고 허름한 분식집이다. 그 안에서 임순희(78) 할머니와 딸 이현정(51) 씨가 30여 년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TV에 ‘생활의 달인’으로 소개될 만큼 유명해졌지만, 모녀는 신경 쓰지 않고 묵묵히 해오던 대로 음식을 만든다.
이 집 쫄면은 꽤 신선하다. “원래 쫄면을 못 먹는데. 여기 음식은 맵지 않고 맛있어요.” ‘쫄면 먹으러 서울에서 일부러 왔다’고 웃으며 말하는 손님들이, 그 말이 진담인 듯 그릇을 싹싹 비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가 알던 쫄면과 완전히 다르다. 보통 쫄면 소스가 단맛 매운맛 신맛 삼박자에 장단을 맞춘다면, 이집 쫄면은 먹는 순간 청량감이 터진다. 그 비결은 손수 만든 소스. 오이를 기본으로 오렌지, 파인애플 등 뜻밖의 맛이 연이어 올라온다.
“힘들어도 한번 소스를 만들 때, 오이를 200개씩 갈아 넣어요. 고추장도 최고 좋은 것을 쓰고. 우리 엄마의 고집이죠.” 어머니와 함께 주방에 있던 아주머니는 가까이에 ‘정통 만두’라는 분식집을 냈다. 그 집도 만두와 도넛으로 강화에서 이름 꽤나 날리고 있다. ‘정통’이라는 이름을 건 어머니의 손맛이, 또 다른 맛의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별점 비결 : 평소 쫄면을 좋아하던 할머니가 어느 쫄면도 성에 차지 않아 손수 요리법을 개발했다. 고춧가루 대신 고추장을 넣고, 오이를 기본으로 숙성된 마늘, 양파, 파인애플, 오렌지 등을 넣어 청량감을 불어넣었다. 그 옛날 ‘국민학교’ 앞에서 먹던 떡볶이와 오므라이스도 강화 젊은이들 사이에 입소문이 자자하다.
메뉴 : 쫄면 5천 원, 오므라이스 5천 원
위치 : 강화군 강화읍 동문안길 21번길 11
문의 : ☎ 934-8309




강화국수

소설가 성석제가 사랑한 국수


“버스에서 내리자 국수 삶을 때 나는 구수한 냄새가 느껴졌다. 간판이 없어서 국숫집인지도 몰라볼 뻔했다. 그 집의 메뉴는 단 두 가지, 비빔국수와 물국수. 허겁지겁 국수를 먹고 나서 빈 그릇을 바라보니 또 한 그릇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는 말없이 계단을 걸어올라 국사책에 나오는 전등사 가는 버스를 탔다.”
소설가 성석제가 사랑한 국숫집 ‘강화국수’. 1976년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국숫집에 간 후로 그는 해마다 강화도행 시외버스를 타고 국숫집을 찾았다고 한다. 이 집은 1950년대 옛 여객터미널 근처에서 ‘수정국수’라는 이름으로 역사를 시작했다. 깐깐하기로 유명한 황광해 음식평론가가 “성석제 덕분에 간판도 없는 국숫집에서 ‘수정 같은 국수’를 먹었다”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배우 고두심과 고현정도 즐겨 찾는다.
최선희(82) 할머니는 처음 버스 운전기사를 상대로 국수를 만들어 팔았다. 뜨끈한 육수에 면을 말아 낸 단출한 한 그릇. 별것 아닌 것 같은데, 그렇게 맛이 좋다. 세월은 흘러 터미널 모퉁이에 있던 가게는 자리를 옮기고, 할머니의 얼굴이 새겨진 번듯한 간판도 달았다. 한 그릇에 10원 하던 몸값도 4천500원이 되었지만, 이마저도 싸다.
이제 연로하신 어머니는 손을 놓고, 아들 이상돈(56) 씨와 며느리 차윤실(47) 씨가 대신 국수를 삶는다. 훗날 조리학과에 다니는 아들이 삼대 째 손맛을 이어갈 생각이다. ‘국수 미치광이’ 성석제가 버스 터미널이 철거된 후에도 살아남은 국숫집에 안도하며 말했듯, 고맙고도 고마운 일이다.



별점 비결 : 국수를 정성껏 삶아야 한다는 게 할머니의 철칙. 재료에도 마음 씀씀이가 담겨 있다. 대부분 강화에서 나는 국내산을 쓰고 고춧가루는 직접 농사지어 쓴다. 대표 메뉴는 예나 지금이나 비빔국수와 잔치국수 두 가지. 계절메뉴로 열무국수, 콩국수, 냉국수를 선보인다.
메뉴 : 비빔국수·잔치국수가 보통은 4천500원, 곱빼기는 5천 원, 특대는 6천 원
위치 : 강화군 강화읍 동문안길 7
문의 : ☎ 933-7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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