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젊은 강화 -청풍상회
젊은 강화
오래된 가운데 새롭고, 여유로우면서 생동감 넘친다. 강화읍, 그 느리고 수수한 동네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풍물시장에선 도시에서 온 총각들이 밴댕이 피자를 굽고, 중앙시장 청년몰 ‘개벽 2333’에는 강화 청년들의 꿈이 영글어 간다. 해가 지면 강화의 로데오거리 ‘별밤★거리’에 조명이 켜지고 한적한 시골 읍내에 반전의 하루가 시작된다.
글 정경숙 본지 편집위원 사진 류창현 포토디렉터
강화도 토박이 김토일과 ‘유 마담’으로 통하는 문화기획자 유명상 씨.
청풍상회
강화 달구는 스트롱 강:強 파이어화:火
강화풍물시장 식당가. 순댓국, 밴댕이 무침 등 시장 먹거리들 사이 피자 굽는 냄새가 고소하게 난다. 유명상(34), 조성현(31), 김토일(29), 신희승(29) 씨는 4년 전, ‘청풍(靑風) 상회’로 의기투합해 재래시장 한복판에 ‘화덕 식당’을 열었다. 이름 그대로 시장에 ‘젊은 바람’이 불었다.
사자발약쑥, 인삼, 밴댕이, 속노랑 고구마…. 청년들은 강화 특산물로 요리를 한다. 밴댕이 무침이나 회는 먹어봤어도 밴댕이 피자는 처음이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그 맛이 낯설면서도 신선하다. 고려산이 진분홍빛으로 물드는 사월이면 진달래꽃을 토핑으로 올린다.
밴댕이 회무침과 밴댕이 피자의 환상적인 콜라보레이션.
밴댕이 횟집의 ‘엄마’ 안귀순 씨와 화덕피자 굽는 ‘아들’ 신희승 씨.
“아들들. 열심히 해라, 놀지 말고. 벌 때 벌어야 잘 먹고 잘 살지.” 밴댕이 횟집 ‘옛날 집’의 안귀순(71) 할머니는 청년들에게 애정 어린 잔소리를 한다. 매일 아침 식사를 챙기는 것도 잊지 않는다. 시장통에서 고생하는 젊은이들이 기특하고 친자식 같아서다.
신 씨는 그런 어르신을 스스럼없이 ‘엄마’라고 부른다. 상인들과 관광버스 춤을 추며 어울린 다음 날엔 가게 매상이 확 오른다. 며칠 후에 강원도로 함께 여행을 가기로 했다. 텃세는 애당초 없었다. 시장 상인들은 피자는커녕 요리라고는 해본 적 없는 청년들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도왔다. 그 따스한 마음이 이어져 청년들도 사랑으로 화덕에 불을 지핀다.
아삭아삭 순무’ 게스트하우스.
‘아삭아삭 순무’에 머무르는 일본인 세키구치 씨는 강화도 여행이 처음이다.
전날 남쪽 해안도로를 둘러보고, 내일 강화 갯벌을 보고 싶다고 했다 (.왼쪽)
어둠이 내리면, 피자 굽던 청년들은 펍(Pub) ‘스트롱 파이어’로 달려간다. 강화읍에서 ‘아삭아삭 순무 민박’을 운영하는 이들은, 작년 가을 게스트하우스 1층에 작은 술집을 열었다. 동네 주민과 여행객이 한데 어울리길 바라서다. “전에는 짧은 시간 안에 무언가를 이루려 했는데, 지금은 호흡이 길어졌어요. 시간 가는 대로 즐겁게 살면서 동네 주민과도 자연스럽게 관계를 이어가고 싶어요.” 유 마담으로 불리며 도심의 청년문화를 움직이던 문화기획자, 유명상 씨. 그 여유로운 얼굴을 보니, 4년 전 강화로 여행 온 그가 떠나지 않고 이 땅에 머무르는 이유를 알 것 같다.
깊어가는 ‘스트롱 파이어’의 밤.
[청풍 상회 핫 스폿]
화덕 식당 강화읍 최초로 문을 연 화덕피자 전문점. 사자발약쑥을 넣은 도우로 빚은 밴댕이 피자와 속노랑 고구마 피자, 인삼 라테, 속노랑 고구마 라테 등 강화 특산물로 만든 메뉴가 신선하다.
아삭아삭 순무 민박 청풍 상회 청년들이 처음 친구들과 놀기 위해 만든 공간. 6인실 기숙사 방이 일인당 2만 원, 2인실은 5만 원이다. 동네 건축가 아저씨가 ‘돈 안 들이고 손봐준’ 인테리어가 제법 멋스럽다.
스트롱 파이어 여행자들과 동네 주민을 위한 작은 술집. 간단한 수제 맥주와 칵테일을 즐길 수 있다.
문의 : ☎ 932-8779 / 010-9851-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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