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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잠들었던 고려를 깨우다
강화, 잠들었던 고려를 깨우다
강화는 전쟁을 피해 잠시 머물렀던 피난처가 아니라, 또 하나의 고려 수도였다.
하지만, 오늘 날 도읍지로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내년은 고려 건국 1100년을 맞는 해이자, 강화 방문의 해다. 우리 시는 인천이 품은 고려 역사의 위상을 높이고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해 내년부터 ‘강도(江都·강화가 고려시대 수도였을 때 이름)의 꿈’ 프로젝트에 본격 착수한다.
글 김윤경 본지 편집위원 자료 및 도움 이희인 시립박물관 연구관
강도 도성 발굴 전경(강화읍 옥림리)
강화는 고려의 도읍지였다
13세기 몽골과의 전쟁 동안 39년간 고려의 도읍이었던 강화, 강도(江都). 강화는 전쟁을 피해 잠시 머물렀던 피난처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고려의 수도였던 개경을 모델로 건설된 고려의 정식 도읍지였다. 당시 고려 사람들은 강화를 ‘황제의 도읍’으로 인식했지만 지금까지 강화를 한 나라의 도읍지로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고려가 몽골의 침략에 맞서기 위해 천도하면서 1232년(고종 19년)부터 1270년(원종11년)까지 강화는 고려 도읍으로서 황도의 역할을 수행했다. 천도는 급하게 이루어졌지만, 강도(江都)는 무계획적으로 건설되지 않았다. 천도 이후 강도는 “비록 천도한 초창기이나 구정(毬庭)·궁전(宮殿)·사사(寺社)의 이름이 모두 송도(松都:개경)에 따랐고 팔관(八關)·연등(燃燈)·행향(行香)·도장(道場)이 모두 옛 방식 그대로였다.”라는 「高麗史」의 기록처럼, 고려의 수도인 개경을 모방해 만들어졌다. 즉 강화는 또 하나의 개경이 자리 잡았던 곳으로, 한 나라의 도읍이 자리했던 고도(古都)인 것이다.
강도가 자리 잡았던 오늘날 강화읍
거대한 도성과
왕릉이 존재하는 강도(江都)
강화가 고도(古都)임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흔적이 왕궁과 왕릉이지만, 강화엔 고려궁이 소실돼 그 터만 남은 상태다. 대신 강도(江都) 시기에 조성된 왕릉이 강화가 고려의 수도였음을 증명하고 있다. 특히, 강화는 남한에서 고양시 공양왕릉을 제외하고 개성 주변에서만 볼 수 있는 고려 왕릉을 유일하게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강화에는 고종의 홍릉, 희종의 석릉을 비롯한 4기의 왕릉과 묻힌 이를 알 수 없지만 왕릉급이 분명한 석실분도 몇 기 있다. 발굴을 통해서 강도 왕릉의 구조는 개경과 같은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질 좋은 자기와 구슬, 금동제 봉황문 장식 등 수준 높은 유물이 출토되어 강도의 위상을 보여 주고 있다.
강도가 자리했던 강화읍 일대를 에워싼 성곽, 즉 도성이 남아 있어 강도의 규모를 짐작하게 해준다. 도성은 판축으로 쌓은 토루 위에 다시 흙으로 그 위를 덮는 토성(土城)으로, 강화읍 동쪽 구간을 제외한 길이가 약 11km다. 성벽이 확인되지 않은 동쪽 해안 구간까지 포함하면 강도 도성의 길이는 약 16~17km가 된다. 이는 둘레 약 18km인 조선시대 한양도성과 비슷한 규모다. 강도가 전쟁 시에, 그것도 섬에 건설되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도성의 규모는 강도를 임시 피난처로만 볼 수 없음을 의미한다.
강화 북문
강화는 고려의
도읍지였다
13세기 몽골과의 전쟁 동안 39년간 고려의 도읍이었던 강화, 강도(江都). 강화는 전쟁을 피해 잠시 머물렀던 피난처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고려의 수도였던 개경을 모델로 건설된 고려의 정식 도읍지였다. 당시 고려 사람들은 강화를 ‘황제의 도읍’으로 인식했지만 지금까지 강화를 한 나라의 도읍지로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고려가 몽골의 침략에 맞서기 위해 천도하면서 1232년(고종 19년)부터 1270년(원종11년)까지 강화는 고려 도읍으로서 황도의 역할을 수행했다. 천도는 급하게 이루어졌지만, 강도(江都)는 무계획적으로 건설되지 않았다. 천도 이후 강도는 “비록 천도한 초창기이나 구정(毬庭)·궁전(宮殿)·사사(寺社)의 이름이 모두 송도(松都:개경)에 따랐고 팔관(八關)·연등(燃燈)·행향(行香)·도장(道場)이 모두 옛 방식 그대로였다.”라는 「高麗史」의 기록처럼, 고려의 수도인 개경을 모방해 만들어졌다. 즉 강화는 또 하나의 개경이 자리 잡았던 곳으로, 한 나라의 도읍이 자리했던 고도(古都)인 것이다.
희종 석릉
고려궁지 발굴 현장
거대한 도성과
왕릉이 존재하는 강도(江都)
강화가 고도(古都)임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흔적이 왕궁과 왕릉이지만, 강화엔 고려궁이 소실돼 그 터만 남은 상태다. 대신 강도(江都) 시기에 조성된 왕릉이 강화가 고려의 수도였음을 증명하고 있다. 특히, 강화는 남한에서 고양시 공양왕릉을 제외하고 개성 주변에서만 볼 수 있는 고려 왕릉을 유일하게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강화에는 고종의 홍릉, 희종의 석릉을 비롯한 4기의 왕릉과 묻힌 이를 알 수 없지만 왕릉급이 분명한 석실분도 몇 기 있다. 발굴을 통해서 강도 왕릉의 구조는 개경과 같은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질 좋은 자기와 구슬, 금동제 봉황문 장식 등 수준 높은 유물이 출토되어 강도의 위상을 보여 주고 있다.
강도가 자리했던 강화읍 일대를 에워싼 성곽, 즉 도성이 남아 있어 강도의 규모를 짐작하게 해준다. 도성은 판축으로 쌓은 토루 위에 다시 흙으로 그 위를 덮는 토성(土城)으로, 강화읍 동쪽 구간을 제외한 길이가 약 11km다. 성벽이 확인되지 않은 동쪽 해안 구간까지 포함하면 강도 도성의 길이는 약 16~17km가 된다. 이는 둘레 약 18km인 조선시대 한양도성과 비슷한 규모다. 강도가 전쟁 시에, 그것도 섬에 건설되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도성의 규모는 강도를 임시 피난처로만 볼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인천의 고려 역사와 가치를
재조명하다
이처럼 한 나라의 도읍이 자리했던 강화이지만, 현재 고려 개경을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강화는 남한에서 유일하게 고려 왕도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곳으로 인천만이 지닌 귀중한 역사·문화 자산이다. 이에 우리 시는 강화도를 서울, 경주, 부여, 공주와 같이 우리 민족의 정치·문화적 역사 자산이 숨 쉬는 고도(古都)로 만들어 정체성을 되찾는 ‘강도의 꿈’ 프로젝트를 실행할 계획이다.
‘강도의 꿈’ 프로젝트는 고려 궁궐 재건 활용, 고려 기록 유산 활용, 강화 역사 건조물 활용, 강화 역사 유적 가치 창조, 고려 건국 1100주년 기념사업 등 5개 분야, 20개 세부 사업으로 추진된다.
강도(江都)의 꿈 프로젝트
1 고려 궁궐 재건 활용
• 먼저, 시는 궁궐 재건을 위해 고려 강화도성 시기 궁궐 미니어처 제작 및 전시관을 내년에 개관할 계획이다. 또 고려궁지 정궁 발굴 및 재건 사업을 2017년부터 2035년까지 추진한다. 고려 궁궐 및 성곽에 대한 발굴·재건을 통해 고려사가 갖는 역사성을 회복하고 역사 문화유산 도시의 정체성을 확보해 정궁을 중심으로 역사 문화단지 조성의 단초를 마련할 방침이다. 이를 시작점으로 경주 보문단지처럼 고려 역사 문화단지를 오는 2045년까지 단계별로 조성할 계획이다.
2 고려 기록 유산 활용
• 고려 강도(江都) 시기는 팔만대장경과 상정고금예문이 제작되었던 시기다. 시는 찬란했던 고려 강도(江都)의 기록 유산을 보전하여 한국 기록 문화의 본산으로서 인천의 가치를 재조명하고자 한다. 또 조선왕조실록 정족산사고본, 외규장각 도서, 박두성 훈맹정음도 강화에서 탄생했다. 이처럼 각처에 흩어져 있는 기록 유산을 강화에 보관하기 위한 자료관을 건립·운영해 강화 기록 문화의 위대성을 알리는 기회로 삼을 계획이다.
3 강화 역사 건조물 활용
• 시는 오는 2020년 개관을 목표로, 프로그램 중심의 세계 최초 신개념 ‘지붕 없는 국립강화박물관’을 설립·운영할 계획이다. 또 조양방직 공장, 교동교회, 남관제묘 등 7곳의 근대 건축물을 등록문화재로 지정, 근대 문화유산 보호와 관리를 통한 인천의 가치 재창조를 정립해 나갈 방침이다. 이 외에도 시각장애인들의 세종대왕으로 불리는 송암 박두성 선생의 생가를 복원해 인천을 대표하는 역사적 인물을 기념한다.
4 강화 역사 유적 가치 창조
• 시는 중요 유산에 대한 세계 유산 등재 및 건조물의 국보 지정을 추진한다. 지난 2000년 강화군 하점면 부근리 지석표 등 총 70기가 세계 유산에 등재됐다. 시는 강화산성, 강화외성, 삼랑성, 강화돈대 26개에 대한 ‘해양관방유적’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고려왕릉 4기(흥릉, 석릉, 가릉, 곤릉)도 세계 유산으로 등재시킬 계획이다. 이와 함께 강화 정수사 법당(보물 161호)과 강화 전등사 대웅전(보물 178호)의 ‘국보’ 지정을 신청한 상태다.
5 고려 건국 1100주년 기념사업
• 시는 강화 고려궁지 범위 조사를 위한 용역을 추진 중이다. 고려궁지 범위에 대한 각종 문헌자료를 검토해 고려 개국 1100주년인 내년에 3D그래픽을 제작하고, ‘또 하나의 황도(皇都), 강화’라는 책을 출판할 계획이다. 또 남북이 고려시대를 공유하며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강화-개성 유물 교류전, 강화-개성 고려왕릉 사진전, 남북 학생 강화-개성 역사 탐방 교차 수학여행, 남북 역사학자 국제 학술회의 등을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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