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인천’이라는 ‘별’에서 산 ‘행운’
‘인천’이라는
‘별’에서 산 ‘행운’
글 시인 조우성
인천 출생으로 현실의 관심 밖으로
벗어나 있는 사물들을 예리하게 관찰하면서
회화적인 시적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우주 과학자 칼 세이건은 저서 <코스모스>에서 이런 취지의 말을 했다. “인간을 구성하는 원소는 저 먼 우주에 떠 있는 별들의 구성 요소와 똑같다. 그것은 현생 인류의 근원이 되는 원소들이 아득한 시기에 우주에서부터 지구에 도달했다는 것을 말한다. 말하자면 인류는 별의 후예인 것이다.”
인류가 무한 공간 속 별의 후예라는 얘기는 좀처럼 믿어지지 않았다. 청년기의 어쭙잖은 상식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몽상처럼 들렸다. 그러나 나이 들어 다시 읽어본 <코스모스>는 예전의 시공(時空)이 아니었다. 책장들은 그간 누렇게 변해버렸지만 그 갈피에는 우주가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앞으로 살날이 살아온 날보다 적은 고희(古稀)를 넘기며 비로소 나는 이를 통해 세상사를 감히 시공적 관점에서 보려고 상념하게 됐다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 이 시점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것 모두가 저 아득한 원소의 핏줄같이 이어져 있고, 그것들은 다 또 무엇 무엇의 후예들이라고 여기게 됐다.
그런 점에서 수십만 년 전 꽃을 피웠던 서구 검단 지역의 구석기 시대나 중구 송산 해안 일대에 자리 잡았던 신석기 시대, 강화의 여기저기에 보란 듯이 고인돌을 우뚝우뚝 세웠던 청동기 시대의 주인공들 역시 우주의 DNA를 지닌 먼 인류 선조들의 이주 후예라 생각하면 그때 그들이 여기서 살았다는 인연에 숙연해진다.
2,000여 년 전, 고구려 주몽의 품을 떠나 미추홀에 당도한 비류는 역사 시대에 기록된 인천 이주민 제1호이었다. 그 같은 ‘이주(移住)’의 절정은 1883년 인천 개항 때라고 여겨진다. 개항은 ‘은둔의 왕국 조선이 자의든, 타의든 근대 자본주의의 변방에 편입된 일대 사건’으로 얘기되지만, 인천으로서는 역사의 전면에 떠오른 천금과도 같은 기회였다.
개항장 인천에는 백성들이 듣도 보도 못한 근대 문물이 물밀듯이 들어왔다. 우리나라 최초의 등대, 철도, 호텔, 우체국, 정미소, 영화관 등이 속속 등장하면서 시쳇말로 ‘일자리가 창출’되었고, 조선 8도 각지에서 꿈과 용기를 지닌 비류의 젊은 후예들이 러시를 이루며 이주해 오기 시작했다.
그 후 인천은 6·25전쟁 때 내려온 피란민까지 합류해 함께 사는 ‘합중시(合衆市)’가 되었고 더불어 그 같은 다양한 인구 구조의 변화는 일찌감치 망국적 고질병인 지역색을 졸업할 수 있게 했다. “우리가 남이가?” 식의 종족적 근친 의식은 있을 수 없었다. 사람을 쓸 때에는 애초부터 출신지가 아니라 그 사람의 능력과 품성을 고려했다.
개항 후 인천은 사람을 지역이나 계급으로 보지 않고 사람 자체로 본 근대사회였다. 그래서 ‘해불양수(海不讓水)’적 포용성과 다양성과 역동성을 새로운 인자(因子)로 지니며 눈부시게 성장할 수 있었다. 또한 인천은 국가 운명을 좌우한 전쟁을 모두 이겨낸 구국의 도시이자 그 어느 곳보다도 다양한 확장성과 인프라를 지닌 세계 속의 도시이다.
한 인간이 갖게 되는 인생관, 국가관, 세계관 등은 모두 그 지역의 자연과 기후와 사회와 관습 등에 영향을 받는다. 역대 이주민이 다 그랬듯이 필자 역시 입때껏 인천에서 살아오면서 알게 모르게 그 자양분을 섭취해 왔고, 나아가 이 땅에서 살아간 훌륭한 분들의 발자취를 큰 그늘로 알며 우리 공동체를 기리는 일에 미력이나마 동참해 오기도 했다.
나에게 ‘인천은 무엇인가’ 하고 묻는다면 우주 속의 또 하나의 ‘별’이라 하겠다. 인류의 선조가 먼 우주에서 지구로 이주해 왔듯이 우리 또한 이 땅으로 이주해 온 ‘행운’의 주인공들 아닌가? 그에 겸허한 감사를 드려야겠다. 우리는 누구나 끝 모르는 우주적 시공 속으로 언젠가는 되돌아간다. 그때까지 숨 쉴 수 있게 해준 이 작은 별 ‘인천’을 사랑해야겠다.
문학산의 옛 모습
2,000여 년 전, 고구려 왕자 비류가 이주해 온
문학산 일대의 풍경
문학산성
임진왜란 당시 백성들이 성에 들어가 왜적을
물리친 문학산성의 의연한 모습
개항장 제물포
1883년 개항 직후의 제물포.
인천은 근대 문물이 물밀듯 들어온 선진지였다.
6·25전쟁 때의 인천
포연이 피어오르고 있는 인천.
인천은 전쟁을 이겨내고 이룬 구국의 도시이다.
연수구 신도시
인천의 도시 인프라와 확장성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인천의 미래는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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