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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13년 애물단지가 이제 보물단지 됐어요”

2019-11-04 2019년 11월호



 
“13년 애물단지가 이제 보물단지 됐어요”

월미도 상인 염정숙

 

글 김진국 본지 총괄편집국장│사진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월미바다열차 개통은 월미도 주민들의 꿈이고 희망이었다.
그렇게 학수고대하던 월미바다열차가 지난 10월 8일 운행을 시작한 뒤
월미도는 더 행복해지고 있다.’

 


시민 시장 - 염정숙
 
청명한 가을 하늘을 가르며 저만치서 꼬마열차가 들어온다. 어쩌면 저렇게 예쁠까. 협궤열차보다 더 작은 두 칸짜리 ‘월미바다열차’를 바라보는 염정숙(66·다원횟집조개구이 대표) 씨 눈길이 잘 성장한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의 시선처럼 다정하다. 구름다리 모양으로 하늘을 향해 길게 뻗은 레일 위 열차는 카키빛 바다와 단풍으로 물들어가는 산, 노을 진 월미도를 보여주며 6.1km를 나아갈 것이다.
“애물단지가 보물단지로 변했으니 얼마나 좋은 일이에요. 10년이 뭐야, 공사 기간까지 합하면 13년 만인걸.” 염 씨는 “완공되기 전 3년 동안 공사로 길이 막혀 통행에 불편을 겪고 손님들도 많이 끊겼지만 열차에 대한 기대감으로 모두가 참아냈다”며 “하지만 완공 뒤 10년간 방치하면서 주민들의 피로도가 쌓인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마침내 결실을 보며 월미도 주민들은 요즘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린 심정이라고.
그의 말처럼 월미바다열차는 이 지역 주민들의 꿈이고 희망이었다. 꿈이 현실이 된 건 지난 10월 8일이다. 학수고대하던 월미바다열차가 개통, 운행을 시작한 것. 이후 월미도는 많이 달라지고 있다. 당장 염 씨가 운영하는 횟집 매상이 하루 40만~50만원 늘었다. 월미도번영회(회장 장관훈)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아지며 180여 업소의 전반적 매출이 20% 정도 상승한 것으로 분석했다.
경기도 이천에서 태어나고 자라, 스물세 살 때 서울에서 결혼한 그가 인천에 정착한 때는 스물여섯 살이던 1979년. 두 살 된 딸과 한 살 아들을 둔 염 씨 부부는 열심히 맞벌이를 해 월미도 구석에 ‘와송’이란 횟집을 차린다. 이후 좀 더 목이 좋은 곳으로 횟집을 이전했고, 지난 1999년엔 가게 이름을 ‘다원’으로 바꾸고 공간을 넓히며 지금의 놀이공원 사거리까지 올라왔다. 이 기간 다른 사람들처럼 IMF를 겪었을 테고, 수년 전부터 경기 불황 터널을 지나며 다들 어렵다고들 하는데 이들 부부는 어떻게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던 것일까.
“저희 부부는 힘들다, 피곤하다란 말이 무슨 말인지 모릅니다.” 부부는 새벽 5시쯤 눈을 뜬다. 이때 남편 유영남(70) 씨는 연안부두로, 아내는 가게로 나간다. 남편이 싱싱한 해산물을 선별하는 동안 아내는 가게를 청소하고 밑반찬을 준비한다. 오전 9시. 손님을 받기 시작하면서 아내는 요리사, 남편은 홀 서빙 담당이자 주차장 관리자로 변신한다. 그렇게 밤 12시까지 부부는 꼬박 하루 15시간을 일한다. 부부에게 1년 중 쉬는 날은 단 하루도 없다. 요즘 추석이나 설날은 오히려 대목 중에 대목이다. 40여 년을 그렇게 살아왔다. 정 바쁠 때만 음식을 나르는 알바 아주머니를 쓴다. 그런 그에게 ‘워라밸(Work-life balance)’의 개념을 이야기하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일과 삶을 따로 구분한다는 말은 처음 들어보네요. 일이야말로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고 놀이가 아닐까 생각해요. 저만 해도, 장사를 하며 다양한 분들을 만나고 생계도 꾸려갑니다. 이보다 더 즐거운 놀이가, 더 행복한 삶이 어디 있겠어요?”
바다와 푸른 대지가 있고, 공기가 맑은 땅. 그는 월미도를 사랑한다. 자택 역시 문 열면 바로 닿을 만큼 가까운 곳에 자리한다. 물비늘이 보석처럼 반짝이는 월미도 앞바다가 보내주는 선선한 가을바람이 그의 얼굴을 어루만진다. 멀어져 가는 월미바다열차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월미도 또순이’의 얼굴에서 가을 햇살을 닮은 미소가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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