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환경특별시 인천 -자원순환 실천하는 사람들
버려지는 것,
충분히 활용할 수 있습니다
싫증 난다는 이유로, 조금 망가졌다는 이유로 우리 주변에는 많은 물건이 버려지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고쳐 쓰고 아껴 써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새것을 사는 데 주저하지 않고, 고쳐 쓰는 것을 창피하게 여기기까지 한다.
그러나 여기, 버려지는 자원에 새 숨을 불어넣어 멋지게 활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생활 속에서 업사이클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글 김윤경 본지 편집위원
못 쓰는 국악기를 예술품으로
온고작신溫故作新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우리나라의 전통 국악기. 무대 위에서는 화려한 빛을 발하지만 생각보다 그 수명이 짧다. 장구, 꽹과리 등의 국악기는 미세한 깨짐과 찢어짐만으로도 수명을 잃어간다.
서광일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대표(53)는 이러한 폐국악기를 예술품으로 만드는 ‘온고작신溫故作新 프로젝트’를 통해 버려지는 악기를 재활용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잔치마당은 1997년부터 부평풍물대축제를 이끌었습니다. 현재 부평구 600여 명을 비롯해 인천지역에는 1,000여 명이 풍물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버려지는 국악기와 소품이 적지 않죠. ‘옛것을 새롭게 하다’에서 출발한 ‘온고작신’은 옛것을 상징하는 폐품에 지역 시각예술인들의 재능을 더해 새것을 상징하는 예술 작품으로 거듭남을 의미합니다.”
찢어지고 낡은 장구는 가죽 위에 물감을 수놓아 멋스러운 예술 작품이 되고, 구멍 난 꽹과리는 어느새 시계로 뚝딱 변신한다. 폐국악기와 소품에 그림을 그려넣어 탄생한 예술 작품은 온라인으로 판매해 수익금 일부를 지역 예술인들을 위해 활용한다. 폐국악기 재생은 쓰레기 양을 줄이는 직접적인 환경운동은 물론이고 예술·공예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과정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좋은 프로젝트인 셈이다.
폐지를 비싸게 삽니다
러블리페이퍼loverepaper
러블리페이퍼는 어르신들이 모아온 폐박스를 시세보다 비싸게 매입해 그것으로 제품을 만들고 그 수익을 다시 노인 일자리나 복지로 돌려주는 일을 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어르신들이 수집한 폐지는 고물상에서 1kg에 50원밖에 되지 않는 현실. 기우진 대표(39)는 어르신들의 폐지 수집 활동에 정당한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생각에 시세의 6배 가격인 1kg 300원에 매입한다. 이렇게 매입한 폐박스는 페이퍼 캔버스로 업사이클하고, 페이퍼 캔버스는 러블리페이퍼와 협약한 재능 기부 작가들에 의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작품으로 탄생한다. 작품은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그 수익으로 폐지 수집 어르신들의 생계, 안전, 여가, 건강 등을 지원하는 선순환적인 기업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폐지 줍는 일을 빈곤 노인이 하는 일 정도로밖에 취급하지 않는데, 사실 폐지를 줍는 건 일종의 환경운동이에요. 폐지 수집은 환경적인 측면에서 사회 발전에 공헌하는 행위이기에 그에 합당한 지원금을 드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폐지 줍는 노인이 아니라 ‘자원재생활동가’인 셈이죠.”
그의 바람은 단 하나. 러블리페이퍼가 진행하는 일들을 통해 어르신들이 정당한 권리를 누리고, 어르신들의 삶을 살피고 보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버리기 전에 고쳐서 가치를 높이길
리폼맘스Reformmoms
“대부분 물건값이 저렴하니까 쉽게 버리고 쉽게 사는 경향이 있는데, 고쳐서 다시 활용하고 기존 제품의 질을 높이는 ‘업사이클’을 실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좋겠습니다.” 마을기업 ‘리폼맘스’의 윤문정(48) 대표는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라는 소신으로 리폼맘스를 이끌어오고 있다. 리폼맘스는 마을 주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지역에 산재한 각종 자원을 활용, 안정적인 소득과 일자리를 창출한다. 리폼맘스는 전체 일거리의 60%는 리폼 제품을 주문 생산하고, 나머지 40%는 의류 리폼, 수선 서비스, 재활용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재활용 페트병으로 만든 원단으로 가방을 만들고, 폐방화복을 업사이클하는 레오119와 협업해 관련 제품을 제작해 수익금 일부를 환경 교육 단체에 지원한다.
“물건의 값어치는 그 물건을 만든 사람의 수고와 노력이 포함되어 있는데, 단지 재료가 재활용품이라는 이유로 값어치를 낮게 보는 인식 때문에 힘들 때가 있었어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제품을 생산한다는 자부심으로 재활용품을 활용해야 한다는 인식을 사람들에게 심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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