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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인천공무원이 간다 -김형석 수의주사보

2022-02-04 2022년 2월호


“야생동물을 사랑해야

우리도 잘 살 수 있습니다”

글 김진국 본지 편집장│사진 김범기 자유사진가



세차게 날개를 퍼덕였지만 ‘벌매’는 날아오르지 못했다. 바닥에서 퍼덕대는 새의 날갯짓은 땅바닥을 쓸 뿐이었다. 두릿두릿, 힘이 빠진 새의 새카만 눈동자가 거칠게 주변을 훑어보았다. 이따금 입을 쩍쩍 벌리며 파르르 떠는 새의 몸으로부터 고통이 전염돼왔다.
방사선 촬영 결과는 심각했다. 한쪽 날개 뼈가 완전히 으스러져 있었던 것이다. 차량과 같은 단단한 물체와 충돌한 뒤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게 틀림없었다. 김형석(38, 인천 보건환경연구원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수의주사보) 주무관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새의 부리에 산소호흡기가 씌워졌고, 전신마취를 한 새의 날갯죽지 사이로 메스를 든 김 주무관의 손이 천천히 지나갔다.
“다친 날개를 그냥 두면 통증이 악화돼 몸 전체가 썩어 들어갈 수 있는 상태였거든요.” 
2년 전, 한쪽 날개를 잃은 벌매는 덕적도로 돌아가지 못 했다. 대신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연수구 송도국제대로 372번길 21)라는 보다 안전한 둥지를 만났다. “다치거나 아픈 야생동물을 치료해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우리 센터가 하는 일입니다. 날개가 없는 새는 스스로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벌매는 저희와 함께 살게 되었죠.”
수의사인 김 주무관이 인천시 공무원이 된 건 2017년 11월 30일. 서울의 한 동물병원에서 월급을 받는 수의사로 일하던 그는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뭔가 더 유의미한 일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하던 터였다. 그러던 중 우연히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개소를 준비 중인 인천시가 수의사 공무원을 뽑는다는 공고를 보게 되었다. 
“제가 일하던 동물병원은 주말이 없을 정도로 바빴거든요. ‘워라밸’의 삶을 살고 싶었고, 부상당하거나 아파도 치료를 받기 어려운 야생동물을 돌봐주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어요.”
유리창에 충돌한 소쩍새, 어미를 잃은 흰뺨검둥오리, 먹이를 찾아 산에서 내려왔다가 차에 치이거나 들개의 공격을 받은 고라니부터 기생충에 감염돼 피부병을 앓는 너구리에 이르기까지 센터로 들어오는 동물들의 유형은 가지각색이었다. 그렇게 지난 4년간 김 주무관의 손을 거쳐 간 동물만도 130여 종 1,700여 마리에 이른다.
김 주무관의 아침은 야생동물 건강 체크로 시작한다. 먹이를 남겼는지, 외상이 있는지, 분변 상태는 어떤지 일일이 살펴보는 것이다. 동물 상태에 따라 필요한 처치를 해 주고 나면 자연 복귀를 위한 재활 훈련에 들어간다. 이어 차트 정리, 직원 회의까지 마치고 나면 비로소 하루 일과가 끝난다. 
김 주무관은 지금 <인천광역시 야생동물 발자국 2021>을 만드는 중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야생동물 구조 사례와 보호를 위한 다양한 내용을 담은 소책자다. “야생동물이 사라져 생태계가 엉클어지면 사람도 위험하다”고 강조하는 그는 사람들의 인식 전환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유리창에 부닥치고 차에 치이고 맹수에게 공격당한 야생 동물은 운이 좋지 않아 그렇게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낚싯바늘과 폐그물, 플라스틱처럼 사람이 버린 쓰레기로 인한 사고는 주의하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습니다. 자연이 삶터인 야생동물을 위한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소속 공무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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