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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코로나19 시대, 빛나는 인천 ③ 잃어버린 여행 찾기, 동검도

2022-03-30 2022년 4월호


오롯이, 지금의 나

미처 몰랐다. ‘그 겨울’이 가고 ‘이 봄’이 왔다는 사실을. 꽃 피면 봄맞이하던 평범한 일상이 그립다. 하물며 비행기 타고 떠나던 여행은 잊은 지 오래다. 그럼에도 여행은 계속되어야 한다. 단 가깝고 소박하게, 일상도 여행처럼, 지금의 나에 온전히 집중하면서. 아름다운 인천 섬 그리고 바다, 동검도로 잠시 떠난다.

글 정경숙 본지 편집위원│사진 김성환 포토 저널리스트


채플 앞 바닷가


​담담하고 순한 빛의 동검도 바다

섬, 작은 예배당

풍만하게 넘실거리는 바다를 떠올리면 안 된다. 섬으로 가는 길, 바다는 질펀한 갯벌을 드러낸 채 저 멀리 물러나 있다. 순간 눈앞에서 거대한 갈대밭이 일렁인다. 봄날, 오후의 시간이 느리게 흐르다 잠시 멈춘다.
동검도는 강화 남단 치맛자락 뒤로 몸을 숨기고 있는 섬 속의 섬, 섬 아닌 섬이다. 사람의 발길이 늘었지만 아직 순수하고 은밀하다. 그 섬, 바닷가에 누구나 품어 안는 작은 집이 있다. 동검도 채플chapel, 지친 마음을 보듬어줄 여행의 종착지다. 가슴이 답답한 사람, 외로운 사람, 쉼이 필요한 사람, 누구든 이 안에서 조용히 생각하며 머물 수 있다.
“모두 힘든 때이지요. 하나 이 시기가 주는 의미도 각별합니다. 이럴 땐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삶을 돌아보세요. 시련이 클수록 성찰도 깊어지기 마련입니다.” 조광호(75) 신부는 모두를 위해 동검도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곳에 집을 지었다.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도 십시일반 정성을 모았다. 그 시간이 한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모든 생명의 본질은 사랑, 나누는 것입니다.” 채플은 이달 20일, 봉헌식을 연다.


채플에서 창밖을 바라보는 조광호 신부



동검도 채플


빛의 찬미

20여 년 전부터 ‘마음의 집’ 짓기를 꿈꿔왔다. 그리고 단 30분 만에, 이 자리에서 꿈을 이루기로 마음먹었다. 나지막한 산과 들, 바다와 갯벌, 그 너머로 드리워진 마니산. 그 풍경이 삶이 지치고 힘들 때 언제라도 머물다 가라고, 가만히 마음을 어루만진다.
“‘차경借景의 위로’를 전하고 싶습니다. 잠시 멈추세요. 괜찮습니다. 여기 머무는 순간만큼은 온전히 자신에게로 향하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차경의 위로. 자연 때문에 이곳에 이끌렸지만, 풍경을 완성하는 건 예술 그리고 사람이다. 채플 옆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스테인드글라스 갤러리’가 문을 연다. 조 신부는 천주교 인천교구 사제이자 독일 뉘른베르크 조형예술대학교를 졸업하고 스테인드글라스 작품 활동을 해온 예술가다. 그가 평생 유리를 만지며 이룬 것을 쏟아부어 갤러리를 마련했다.
자연과 인간이 빚어낸 빛과 색채의 완벽한 예술. 스테인드글라스 창 사이로 햇살이 스며들고, 흔들리는 나뭇잎과 물결이 비추어 든다. 그 빛은 햇살의 농도와 기울기에 따라 시시각각 다르다. 이 섬 작은 갤러리에 거대한 빛의 작품이 채워질 그날에 가슴 설렌다.


동검도 끝자락, 바다의 시작점에 명상의 공간


스테인드글라스 갤러리 벽면, 곧 찬란한 빛의 유리 예술 작품이 걸린다



자연의 빛이 스민, 스테인드글라스 갤러리 입구



봄이 오다
명상하는 공간은 단 23m2(약 7평)로 한 사람이 머물기 좋다. 작아서 아늑하고 편안하다. 하나 창밖으로 보이는 세상은 압도적이다. 하늘과 땅, 바다를 모두 품고 있다. 그 한가운데 한라산과 백두산의 정기를 고스란히 전해 받은 한반도의 중심, 마니산이 보인다. 내 안의 나에서 시작해 긴 시간과 대자연이 빚어놓은 세상 속으로 주저 없이 들어간다. 그리고 잠시 멈춤…. 다시 나를 만난다.


“두보杜甫의 시 ‘절구絶句’ 중에 ‘올봄도 보아하니 또 지나간다’라는 구절이 있어요. 싹이 돋고 꽃이 핀다고 봄이 아닙니다. 봄은 기다리는 사람에게 그 의미가 있지요. 긴 겨울을 버텨온 사람만이 이 계절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돌아보면 힘든 시간이었지만, 괜찮다. 묵묵히 버티며 잘 살아냈다. 아픈 만큼, 강인하게 언 땅을 딛고 일어날 것이다. 이제 다시 봄이다.


종교를 초월한 명상의 공간 안에서 조광호 신부


수묵을 퍼트린 듯한 동검도 갯벌



‘해빗-어스(H.A.B.I.T.-U.S.)’ |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올해 관광 트렌드다. ‘Hashtags(개별화·다양화)’, ‘Anyone(누구와 함께라도)’, ‘Beyond Boundary(경계를 넘어)’, ‘In a Wink(즉흥여행)’, ‘Therapy(나를 위로하고 치유하는)’, ‘Usual Unusual(일상이 된 비일상)’, ‘Special me(나의 특별한 순간)’. 일곱 가지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강화 동검도 채플 여행은 어느 날 갑자기(In a Wink), 일상을 넘어 (Usual Unusual) 나를 위로하고 치유하는(Therapy) 여행이다.

동검도 채플 & 갤러리: 강화군 길상면 동검길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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