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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내가 사랑하는 인천

2024-10-11 2024년 10월호

초보  인천 사람

글 권오현 ( 숭의여자대학교 교수)


자신만의 방식으로 인천 곳곳을 즐기고 있는 초보 인천 사람 권오현 교수


인천, 해외로 나가기 전에 늘 들러야 하는 공항이 있고, 바다가 있는 도시여서 언젠가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인천에 자주 모이는 순례길학교 걷기 모임에서 좋은 분들을 만나 어울리다 늦은 저녁 헤어짐이 싫어서 이사 와야지 하다 결국 인천살이를 결정했다(?). 그래서 이제 막 인천 사람이 된 지 6개월이 좀 지나고 있다.


처음엔 인천에서 살아가는 것도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서울 잠실에서 살다가 쌍둥이를 키우기 위해 대전에서 8년을 살면서 KTX 정기권을 끊어 서울을 오가며 생활한 것에 비하면 괜찮다고 여겼다.(1999년 잠실에서 살다가 2008년부터 2015년까지 대전에서 살았고 다시 잠실로 왔다) 숭의여자대학교가 있는 명동에서 부평구청역까지 지하철로 오가는 게 쉽게 보였다. 그런데, 서울이랑 인천은 도시가 달라서 지하철 환승이 예상을 빗나갔다. 부평구청역으로 가야 하는데, 몇 번을 부천시청역에서 잘못 내렸는지 모른다. 부천이랑 부평, 아직도 헷갈린다.


인천 사람이 되고 나서 인천이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걸 알았다. 처음엔 ‘서울만큼 크겠어?’ 했는데, 여기저기 다녀보니 인천도 다양한 모습이 섞여 있는 정말 큰 도시였다.(예전 누가 “강화도가 인천보다 커요?”라고 했다던데, 강화도가 인천시에 속해 있으니 말 다했다) 지금도 약속 시간은 늘 아슬아슬하게 맞추고, 지하철에서 내릴 때마다 부평구청역이 맞는지 두근두근 확인하고…. 그런데, 익숙해졌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헷갈린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인천 곳곳을 즐기는 초보 인천 사람 권오현 교수


한번은 동인천역에서 내려 용동큰우물에서 숭의역까지 이어지는 ‘우현의 길’을 답사하기로 약속했다. 인천 지하철 2호선을 타고 가다가 주안역에서 1호선으로 갈아타면 되니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뿔싸! 주안역에서 동인천행 1호선으로 갈아타야 하는데, 주안국가산단역에서 내려버렸다. 주안역이랑 주안국가산단역, 이름이 비슷하기도 했지만, 그때 얼마나 당황했는지 모른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주안역으로 가서 동인천행 1호선으로 환승했다. 그런데 방송에서 ‘동인천행 급행열차’라는 소리를 듣고는, ‘아, 급행이니까 금방 왔네!’ 하고 내렸는데, 동인천역이 아닌 제물포역이었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겨우 동인천역에 도착했는데, 그때는 이미 약속 시간보다 1시간이나 늦어버려 정말 진땀을 뺐다.


지난 1월 열린 사진전 ‘사랑을 미루지 마라’ 전시에서 본인의 작품과 함께


인천은 진짜 독특한 도시다. 과거와 현대 그리고 미래가 함께 어우러져 있다. 1883년 조선 최초 개항의 무대였고, 한때 일본과 서양 열강의 경제적 침략의 거점이었으며, 그 과정에서 한국 근대화의 시작을 알린 곳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 때는 일본의 수탈 중심지로 기능했지만, 광복 이후에는 한국의 경제 성장을 이끈 중요한 산업 중심지 역할을 했다. 그리고 6·25 전쟁 때 인천상륙작전이 펼쳐진 곳으로 맥아더 장군이 이끄는 유엔군이 인천에 상륙해서 전쟁의 흐름을 뒤집었던 곳이 바로 여기 인천이다.(가끔 자유공원에서 야경을 보면 참 좋다) 인천은 대한민국의 운명을 바꾼 중요한 장소다.


이렇게 역사적인 무게를 지닌 인천이지만, 미래를 향한 도시이기도 하다. 인천국제공항은 이미 동북아시아의 허브가 되었고, 송도국제도시는 첨단 산업과 국제 비즈니스의 중심지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인천항도 계속해서 확장 중이고, 세계 물류의 중심지로 도약하고 있어 앞으로 세계 물류와 경제의 거점이 될 도시라고 생각한다.


인천에서 살아보니 이곳은 역사의 무게와 함께 미래를 향한 도전이 공존하고 있다. 인천 사람으로서는 아직 초보이지만, 이곳에서 얼마나 더 많은 걸 배우고 느끼게 될지 기대된다. 물론 아직도 부천과 부평이 헷갈리긴 하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인천의 매력으로 느껴진다.

인천 부둣가를 걷다가 본 노을이 감명 깊어 급하게 쓴 글로 마무리한다.



술래


하늘에 노을이 깔리는 시간, 

“야야 저녁 먹어라” 하는 

엄마들 고함에 이리저리 술래 피하던 아이들은 단박에 집으로 간다. 


술래는 혼자 동서남북 친구들 찾다가 헐떡이는 숨을 쉬며 

수돗물을 콸콸 마신다. 


엄마 밥상보다 엄마상이 그리운 

술래는 눈가에 묻은 물을 스윽 닦는다. 


술래 마음에도, 

눈에도 노을빛이 스며든다.


글 권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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