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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이름 이야기 - 검단·검단구
땅 이름 이야기 - 검단·검단구
우리가 밟고 선 이 땅 위의 이름들
글 최재용 연수문화재단 대표이사
2026년 7월 1일, 인천에 검단신도시를 중심으로 하는 검단구가 새로 생긴다. ‘검단’이라는 땅 이름은 이곳뿐 아니라
대구광역시 북구 검단동을 비롯해 전국에 100여 곳이나 있다. 그리고 이들마다 “검단 선사라는 스님이 사람들에게 소금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어서 생긴 이름”이라는
식의 여러 설명이 붙어 있다. 인천의 검단은 “땅의 색깔이 검고<黔> 노을이 질 때는 붉어서<丹> 생긴 이름”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그 땅 이름에 맞춰 지어낸 얘기일 뿐이다. 검단은 ‘검+단’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그 뜻을 알려면 우리말 땅 이름에 쓰인 한자 ‘검(儉, 劍, 黔…)’과 ‘단(丹, 旦…)’의 뜻을 알아야 한다. 이는 대개 한글이 없던 시절에
우리말을 나타내기 위해 한자를 빌려 쓴 ‘한자차용표현漢字借用表現’이다. 이때 그 발음이 같거나 비슷하면 뜻은 무엇이라도 상관이 없었기 때문에
‘검단’이라는 이름에 쓰인 한자는 제각각이다. 게다가 ‘검단’이라는 이름을 가진 땅마다 지형地形이나 역사 등에 차이가 있기에 해석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김정호의 <청구도>에 나오는 검단면. 인천시가 1995년 광역시가 되기 전까지는 김포에 속한 땅이었다.
하지만 대체로 보아, ‘검단’은 ‘신성한 땅’이나 (한 고을의 중심지에서 볼 때) ‘뒤쪽(북쪽)에 있는 마을’이라는 뜻을 갖는 곳이 많다.
그 모두를 일일이 설명할 수는 없으니, 여기서는 인천 검단에 대한 결론만 설명하기로 한다. 이곳 검단의 ‘검’은 우리 옛말에서 신神이나
그 정도로 신성하고 높은 존재를 뜻하던 ‘ᄀᆞᆷ’이라는 단어를 나타낸 것으로 본다. 이 동네와 주변에서 지석묘가 많이 발견된 것,
그리고 마을 신에게 제사를 지낸 ‘당제’처럼 신에게 제사를 지낸 흔적을 지닌 땅 이름들이 보이는 것이 그 근거이다. 그래서 동네 이름에 ‘ᄀᆞᆷ’이 들어갔는데,
순 우리말인 이 말을 한자로 표현하면서 글자의 뜻과는 관계없이 발음이 비슷한 ‘黔’ 자를 썼다는 얘기다.
‘단丹’은 우리 땅 이름에서 마을이나 골짜기를 뜻하는 우리말 ‘골’을 나타낼 때 종종 쓴 한자이다.
따라서 이곳 ‘검단’은 ‘ᄀᆞᆷ골’, 즉 ‘신성한 마을’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제정일치祭政一致 시대에 부족장과 같이 지위가 높은 사람이 살며 다스리고,
하늘과 마을의 신에게 제사를 지낸 신성한 땅인 것이다. 백제 초기(한성 백제)의 수도였던 경기도 하남시에도 검단산儉丹山이 있는데,
“이 산에서 산신에게 제사를 지냈다”라는 기록이 남아 있는 것으로도 검단의 뜻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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