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바다 그리고 섬
168개 보물, 인천 섬
인천 보물섬 168 캠페인 동행기
“백령도에 발을 디딘 순간 대자연의 경이로움에 압도되었다. 두무진의 해안 절벽은 마치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듯 웅장했고 사곶해변의 고운 모래는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었다. 평화롭게 떠다니는 점박이물범을 보며 이곳의 자연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군사적 긴장 속에서도 고요한 백령도는 자연과 역사가 공존하는 특별한 섬이었다.”
(인천 보물섬 168 캠페인 참가자가 엽서에 남긴 글 중)
글·사진 임성훈 본지 편집장
큐브에 섬을 담다 추억을 담다
출발한 곳으로 되돌아왔다고 해서, 여행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여행을 마치는 순간, 일상에서는 또 다른 여행이 시작된다. 더 깊어진 감성과 새롭게 열린 눈으로 세상과 마주하는 생활 속 여행이다. 그 여행의 동반자는 추억이다. 낯설었던 풍경의 잔상이 남아 있다면 아직 여행의 여운에 취한 것이다.
조개껍데기와 소라껍데기가 ‘메모리얼 큐브’에 담겼다. 콩돌과 스치고 부대낀 끝에 스스로 콩돌이 되어버린 유리 조각도 그 안에 자리 잡았다. 햇빛이 너울을 만나 바다에 뿌린 빛의 분말, 콩돌해안의 찬란한 윤슬 또한 큐브를 파고든다.
손바닥 위 큐브를 바라보는 여행자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작고 투명한 이 정육면체는 추억을 소환하는 보물상자로 남을 듯싶다. 요정을 부르는 알라딘의 램프처럼.
지난 10월 12일 1박 2일간의 백령도 탐방을 마치고 인천으로 돌아오기 위해 백령도 용기포항을 찾은 여행자들의 손에는 저마다 메모리얼 큐브가 들려 있었다. 큐브 속 내용물은 제각각이지만 큐브 하나하나에는 섬의 정취가 그득했다. 큐브가 있는 한 그 정취는 결코 희석되지 않을 것이다. 큐브가 섬을 담았다.
석양에 물든 백령도 두무진
하늬해변에서 김기룡 해설사로부터 ‘감람암포획현무암’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는 참가자들
새롭고 의미 있는 기록을 남기다
여행은 그 자체로 특별한 서사다. 우리 시가 지난해부터 펼치고 있는 ‘인천 보물섬 168 캠페인’은 더욱 각별하다.
단순히 여행의 의미를 넘어 새롭고 의미 있는 기록을 남기는 선구자의 여정이기 때문이다.
인천 바다는 168개의 섬을 품고 있다. 이들 168개 섬을 의미하는 ‘인천 보물섬 168 캠페인’은 168명의 참가자가 직접 섬의
숨겨진 가치를 발굴하고 이를 담아낸 지도를 완성하는 시민 참여형 캠페인이다.
참가자들은 지도에 표기되지 않은 트레킹 길과 아름다운 섬을 직접 촬영하고 360도 영상과 사진을 구글맵 스트리트뷰 등에 소개해 보물섬 지도를 완성하게 된다.
지난해에는 이 캠페인을 통해 승봉도, 대이작도, 문갑도, 굴업도 등 네 곳의 보물섬 지도가 탄생했다. 올해엔 지난 9월 28일 덕적도를 시작으로 10월까지 장봉도,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에서 캠페인이 펼쳐졌다. 참가자들이 360도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과 영상은 구글맵 스트리트뷰로 게재된다. 인천 섬 여행을 계획했으나 정보가 부족해 막막했던 이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국내 여행객뿐 아니라 전 세계인들은 직·간접적으로나마 인천 보물섬의 매력에 빠질 것이다.
섬 하나하나가 저마다의 개성과 보물을 간직하고 있지만 지난달 11~12일 백령도를 찾은 참가자들의 감회는 특히 남달랐다. 접근성이 좋지 않은 우리나라 최북단의 섬에 발을 디뎠기 때문이다. 백령도에 가기 위해서는 꼬박 4시간 동안 배를 타야 한다. 인천에서 뱃길로 220㎞ 떨어진 섬. 도시의 삶에 순치된 이들이 탐험대라는 낯선 이름으로 그 섬에 안겼다.
“ 백령도에 와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잔잔한 평온함을 듬뿍 느끼고 갑니다.
두무진 절벽의 웅장한 경관은 절대 사진으로 담을 수 없었어요. 좋은 캠페인에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 ”
- 인천 보물섬 168 캠페인 참가자가 엽서에 남긴 글 中
여행이 끝나는 순간도 아름답다
최연소 참가자인 여덟 살 김라희 양이 관찰 카메라로 물범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한 마리, 두 마리... 또 있어요, 또 있어! 다섯 마리, 여섯 마리...”
‘인천 보물섬 168 캠페인’ 백령도 참가자 16명 중 최연소 참가자인 김라희(8) 양은 관찰 카메라로 물범바위를 보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호기심 많은 이 소녀는 처음 보는 물범이 마냥 신기한 듯 카메라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백령도에서의 첫날인 10월 11일 하늬해변 앞 물범바위에서는 10마리 안팎의 물범이 일광욕을 하고 있었다. 이처럼 많은 물범을 볼 수 있는 날은 흔치 않다고 한다.
“여러분 물개 박수 쳐보셨죠? 그런데 물범은 다리가 짧아서 그게 안 돼요.” 박정운 황해물범시민사업단장의 설명에 누군가 손으로 몸을 두드리며 박수 치는 흉내를 낸다. 참가자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백령도 물범
하늬해변에서 참가자들은 국내 일부 지역에서만 발견되는 ‘감람암포획현무암’도 관찰했다.
감람암포획현무암은 지구 내부 맨틀의 성분과 특성에 대한 연구를 가능하게 하는 암석이다.
다음으로 들른 곳은 ‘늙은 신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두무진.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참가자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심청각 방문을 끝으로 1일 차 방문이 마무리될 때까지 참가자들은 360도 카메라로 섬의 구석구석을 담았다. 해안가에서는 쓰레기를 줍는 환경 정화 활동도 펼쳤다.
2일 차 탐험에서 참가자들은 백령성당을 거쳐 용틀임바위와 천연 비행장인 ‘사곶해변’, 콩돌해안 등을 둘러보았다.
이로써 탐험 일정이 마무리됐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여행이 끝나는 순간조차도 감동적이었다.
김남이(44) 씨는 “10년 전 독도를 방문한 것을 계기로 우리나라 최극단에 있는 섬들을 가보는 것을 버킷리스트로 삼았는데, 백령도 방문을 끝으로 모두 달성했다”며 “‘인천 보물섬 168 캠페인’은 가장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해 최북단 백령도’ 표지석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참가자들
장종훈(48)·최희선(47) 씨 부부는 “올해가 결혼 20주년인데 최고의 선물을 받았다”며 “앞으로 아름답고 매력적인 인천의 섬을 알리는 데 앞장서겠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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