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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기획 : 코리아둘레길 원점을 가다

2025-02-15 2025년 2월호

코리아둘레길 완주를 꿈꾸는 자, 

원점에서 첫발을 내디뎌라!


글. 임성훈 본지 편집장 사진. 안영우 포토디렉터


6·25 참전용사기념공원 조형물



위도 37.8, 경도 126.4 

위도 37.8, 경도 126.4 모바일 지도 앱을 켜니 좌표가 뜬다. 지점은 강화제적봉평화전망대. 얼마 전 이 좌표에 ‘원점’이란 이름이 붙었다. 정확히는 ‘코리아둘레길 원점’이다. 코리아둘레길은 동·서·남해안 및 DMZ 접경지역 등 우리나라 외곽을 하나로 연결하는 약 4,500km의 초장거리 걷기여행길이다. ‘대한민국을 재발견하며 함께 걷는 길’을 비전으로 지난해 완성됐다. 동쪽의 해파랑길, 남쪽의 남파랑길, 서쪽의 서해랑길, 북쪽의 DMZ 평화의 길 등 4개의 길이 연결돼 ‘평화, 만남, 치유, 상생’의 가치를 구현한다. 10개의 광역지자체, 78개의 기초 지자체가 새 길을 내고, 길을 닦는 데 참여했다.




강화평화전망대 외관과 조형물들


원점을 선점하다

DMZ 평화의 길이 시작되는 강화평화전망대가 코리아둘레길의 원점으로 등극(?)한 것은 인천의 한 걷기 모임에 의해서다. 도보 탐사길 개척 활동을 하는 단체인 ‘순례길학교’가 새해 벽두에 강화평화전망대에서 이곳이 코리아둘레길의 원점이라고 선포한 것이다. 이들은 지난 1월 4일 ‘코리아둘레길 원점 선포식’을 갖고 ‘모든 걷는 자들의 수도는 인천’이라고 선언했다. 사실 4개의 길이 만나 돌고 도는 길이니 어느 한 지점을 원점으로 특정하기는 애매하다. 연결 지점 4곳이 서로 원점 경쟁(?)을 할 수도 있다. 어쩌면 원점은 상징적 의미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 인천이 코리아둘레길의 원점이어야할 이유와 명분은 뚜렷하다. “인천은 북한과 가장 많은 경계를 가진 도시이자 평화도시입니다. 강화도에 평화전망대가 생긴 것은 인천을 시작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이루고자 함입니다. 인천에서 걷는 사람들이 한반도에 평화의 기운을 펼쳐 나갈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은 평화전망대로 모여서 걸어야 합니다. 그러한 점을 강조하고자 순례길학교가 새해 초부터 평화전망대에서 원점 선포식을 하고 걷기 시작한 것입니다.” 조용주 순례길학교 교장은 “강화도에선 이미 120년 전에 화남 고재형 선생이 둘레길을 만들어 기록으로 남긴 바 있다”라며 “인천은 코리아둘레길의 원점이자 걷는 자의 수도로서의 자격과 전통을 갖춘 도시”라고 강조했다.



All Ways From Incheon

세계적인 국제공항과 항만을 보유한 인천은 하늘길과 바닷길이 시작되는 도시다. 여기에다 땅길의 원점이라는 무형의 팻말이 하나 더 인천 땅에 꽂혔다. 이제 인천은 하늘길, 바닷길, 땅길의 시작점을 지닌 ‘삼길일체’의 도시가 됐다. All Ways From Incheon! 코리아둘레길 완주를 꿈꾸는 자, 인천에서 첫발을 내디뎌라!


강화평화전망대



DMZ 평화의 길 1코스

길이 15.9km 소요 시간 5시간 난이도 쉬움

강화평화전망대-산이포평화공원-고려천도공원-연미정(월곶돈대)-6·25 참전용사 기념공원-문수산성




코리아둘레길’ 원점을 출발해 DMZ평화의 길을 걷고 있는 순례길학교 회원들 (사진 순례길학교 제공)



산이포공원



원점구간 직접 걸어보니

코리아둘레길이 시작되는 ‘DMZ 평화의 길’은 한반도의 마지막 청정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DMZ 일대를 따라 구축한 걷기여행길이다. 총 연장 510km에 35개 코스로 짜졌다. 인천 구간인 1코스는 강화평화전망대에서 김포 문수산성 남문까지 이어지는 15.9km 구간이다.


원점에서의 진중한 출발

코리아둘레길의 원점에서는 일종의 아우라가 느껴진다. 단지 북한과 가장 가까운 곳으로,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북한 주민들의 생활상을 직접 눈으로 볼 수있다는 점 때문만은 아니리라. “단순히 운동 삼아, 또는 걷기 자체를 즐기기 위해 DMZ 평화의 길을 걷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출발에 앞서 강화평화전망대에서 만난 한 해설사는 “DMZ는 비무장지대를 말하는데 역설적으로 무장이 가장 잘된 곳이 DMZ”라며 “많은 이들이 DMZ를 통해 우리나라의 분단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평화와 통일의 의미를 되새겼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마치 한동안 외면했던 숙제를 받아든 느낌이다. 해설사의 말 때문인지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DMZ 평화의 길이 남다르게 다가온다. 강화도 북동쪽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 평화의 길은 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의 상징이기도 하다. 단순한 나들잇길이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평범한 시골 도로를 걷다 해안가 길로 접어드니 끝없이 이어진 철책이 긴장감을 자아낸다. 평화의 길을 사이에 두고 철책 반대쪽에는 고즈넉한 시골 풍경이 펼쳐진다. 군사적 긴장감 과 목가적 정서가 서로를 상쇄시키는 듯하다. 이러한 부조화적 풍경이 70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현실에 발걸음이 그리 가볍지만은 않다. 이렇듯 원점 구간인 1코스에서는 여느 둘레길에서는 남기기 어려운 묵직한 발자국을 찍게 된다. 그렇다고 1코스가 진중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안보 관광과 역사 기행, 덤으로 문학기행까지 할 수 있는 곳이 1코스다. 그래서 원점 구간인 걸까.


길에서 만나는 문학

원점을 출발해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철산리 삼거리에 있는 산이포평화공원이다. 산이포는 분단 이전까지 서울, 인천, 연백, 개성으로 연결되는 해상교통의 요충지이자 하루에 100여 척의 배가 정박했던 강화도 최대 포구 중 하나였다. 산이포가 위치한 양사면은 소설가 박완서의 자전적 소설 《엄마의 말뚝》에서 분단의 아픔을 보듬는 장소로 등장한다. 《엄마의 말뚝》은 모두 세 편으로 박완서는 한국전쟁과 오빠의 죽음을 다룬 《엄마의 말뚝 2》로 1981년 제5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1코스는 이처럼 문학기행길이기도 하다.




6·25 참전용사 기념공원 철책선 ⓒ 류창현


고려천도공원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산이포평화공원에서 문학기행을 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역사기행을 할 차례다. ‘고려천도공원’에서다. 강화천도는 고려·몽골 전쟁 때 고려 고종이 1232년 군사·지리적 요충지인 강화도로 도읍을 옮긴 일을 말한다. 고려천도공원은 민통선 안보 관광코스 조성사업의 하나로 2019년에 개장한 역사 테마공원이다. 이 공원에서는 강화천도 이후 38년간 고려의 임시수도였던 강화도의 역사를 돌아볼 수 있다. 고려 시대 대몽 항쟁의 역사는 물론 팔만대장경과 상정고금예문 등 당시의 찬란한 문화유산 자료를 접하다 보면 역사 문화의 고장으로서 강화의 위상을 실감하게 된다. 고려천도공원을 지나 1코스를 계속 걷다 보면 강화 8경의 하나로 꼽힐 정도로 남다른 절경을 자랑하는 ‘연미정’에 이른다.



남과 북이 하나되어 흐르다

연미정은 강화읍 월곶리에 있는 정자로 인근에 조선 숙종 5년(1679년)에 정비했다는 월곶돈대가 있다. 연미정 입구에는 드라마(왕은 사랑한다) 촬영지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있는데 연미정은 사실 로맨스보다 굴욕의 역사를 간직한 장소다. 정묘호란 때 인조가 후 금과 굴욕적인 형제 관계의 강화조약을 맺은 곳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2019년 태풍 링링이 불어닥칠 때 땅 위로 1m 정도만 남긴 채 부러진 연미정 옆 수령 500년의 보호수가 더없이 애처로워 보였다. 연미정이 있는 월곶은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지점이다. 연미정은 서해와 인천으로 흐르는 물길 모양이 제비꼬리(燕尾)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남과 북의 강이 하나 되어 흐르는 연미정’ 안내표지판에 적힌 문구다. 물이 아니라 사람이 하나 되어 흐를 날은 언제일까.



연미정


6·25 참전용사 기념공원 철책길


문수산성에서 바라본 (구)강화대교


1코스 종점 문수산성 오르는 길


DMZ 평화의 길 : 인천 강화 평화전망대~강원 고성 통일전망대 510km·35개 코스

해파랑길 :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강원 고성 통일전망대 750km·50개 코스

남파랑길: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전남 해남군 땅끝탑 1,470km·90개 코스

서해랑길 : 전남 해남군 땅끝탑~인천 강화 평화전망대 1,800km·109개 코스



평화를 배우다

6·25 참전용사 기념공원’은 1코스의 마지막 방문지다. 공원인데 이중철책이 쳐져 있다. 이보다 더 아이러니한 공원이 있을까. 전시된 사진보다 철책이 오히려 비극의 현대사를 환기시킨다. 그래서 더 평화의 소중함이 피부에 와닿는다. 1코스의 종점인 김포 문수산성 남문으로 가기 위해 구 강화대교를 건너다 뒤를 돌아보았다. 세월을 한참 거슬러 올라가 국가적 위기의 순간마다 피난처의 역할을 한 곳. 북녘땅과 불과 1.8㎞ 거리를 둔 채 분단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 평화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소중한 땅과 길이 거기에 있었다. 위도 37.8, 경도 126.4 걷는 자들에게 무게감을 부여하는 출발점. 코리아둘레길의 원점일 수밖에 없는 좌표다.


인천은 ‘삼길일체’의 도시 (하늘길, 바닷길, 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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