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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인천으로 : 손이 빚어낸 삶의 이야기
손은 마음이자, 사람이며, 삶이고, 인생이다.
그 손으로 무엇을 만지고, 누구의 손을 잡았는지에 따라 삶은 각기 다른 길로 펼쳐진다.
‘구두 닦는 사람을 보면 / 그 사람의 손을 보면 / 구두 끝을 보면 /
검은 것에서도 빛이 난다 / 흰 것만이 빛나는 것은 아니다 /
창문 닦는 사람을 보면 / 그 사람의 손을 보면 / 창문 끝을 보면 /
비누 거품 속에서도 빛이 난다 / 맑은 것만이 빛나는 것은 아니다…’
- 「그 사람의 손을 보면」 천양희 시인
거칠고 상처 입은 손일지라도, 그 손이 빚어낸 시간과 노력으로 이 거대한 세상은 빛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부단히도 한길을 걸어온, 아름다운 손길과 마주한다.
글. 정경숙 본지 편집위원 사진. 류창현 포토디렉터
어둠 속에서 빛나는 손
곡덕성 | ‘중국 양화점’ 장인
‘손에 새겨진 상처마다, 깊게 남겨진 삶의 흔적’ 열다섯, 쇳덩이 위로 망치를 내리치며 시작된 삶. 상처와 인내로 겹겹이 쌓인 세월 속에서도 그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쾅쾅, 쾅.’ 어둠을 흔들던 망치 소리가 사람들의 발끝에 길을 놓았다. 시간이 먼지처럼 자욱이 내려앉아도, 그의 손이 빚어낸 신발은 여전히 빛난다.
스러진 역사에 새 숨을 틔우다
이용철 | 옛 조양방직 ‘신문리미술관’ 대표
‘오늘이 내일, 또 다른 역사가 되기를’ 어둠 속 폐허에 울려 퍼진 망치질이 무너진 시간을 일으켜 세웠다. ‘내가 널 살리겠다’ 결심하고, 계절이 세 번 바뀌는동안 단 하루도 쉬지 않았다. 한 사람의 귀한 ‘손’이 스러져가던 역사를 오늘, 우리 앞에 다시 세워놓았다.
한 땀에 깃든 품격
이철호 | 재단사
‘옷은 그 사람의 인생을 입는 일’ 싸리재 골목에서 반세기, 수없이 옷감을 매만지며 긴 시간을 엮어왔다. 손끝에 세월의 흔적이 깊이 새겨졌어도, 재단의 순간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다. 고요한 작업실, 가위는 정적을 가르고 바늘은 한 땀 한 땀 혼을 새겨 넣는다.
삶을 연주하다
문병식 | 현악기장
‘내 손으로 만든 악기로,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면’ 시커먼 공장에서 시작된 길은 골목의 작은 공방으로 이어졌다. 나무를 깎고 다듬는 순간마다 손은 거칠지만
단단하게 단련되어 갔다. 한 치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는 치열한 시간, 나무에 끝없이 숨결을 새기며 소리를 빚어냈다.
강철보다 단단한 손
송종화 | ‘인일철공소’ 장인
‘쇠를 다루는 일은 삶을 다루는 일’ ‘탕탕탕~’ 망치로 쇳덩이를 내리치는 손에 힘이 한껏 실린다. 팔순을 훌쩍 넘긴 나이지만 강철 같은 모습이 영락없는 대장장이다. 고집불통 쇳덩이도 그 앞에선 고개를 숙이고 물러졌다 더 단단하게 몸을 굳힌다.
보고, 소리 내는 손
민선숙 | 인천혜광학교 교사
‘눈 대신 두 손으로 세상을 본다.’ 열한 살, 한순간의 사고가 그의 세상에서 빛을 지웠다. 점점 흐려지는 시야, 결국 찾아온 어둠 속에서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음악이 다가와 삶에 새로운 빛이 되어 주었다. 곱고 여린 손끝에서 피어나는 선율이 한 송이 꽃처럼 어여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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