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시민 행복 메시지 : 칼럼
인생 한 컷
축복의 바다
글 임성훈 본지 편집장
라오스를 여행할 때 가장 당혹스러웠던 것 중 하나는 공산품의 현지 가격이었습 니다. 물가는 대체로 저렴한 편인데 유독 공산품은 예상을 크게 빗나갔습니다. 심 지어 우리나라의 가격을 웃도는 상품도 자주 눈에 띄었습니다. 저렴한 가격을 기 대하며 동남아 여행을 선택한 여행객들에게는 낯선 현실이었죠. 너무 오랜만의 해외여행인지라 달라진 지구촌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것으로 치부하기에는 기 대치와 현실의 괴리가 너무 컸습니다. 그러나 곧 그 이유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지도 위에서 라오스의 위치를 확인하고 나서였습니다.
라오스는 지리적으로 중국, 베트남, 미얀마, 태국, 캄보디아 등 5개 나라에 둘러싸 인 내륙국입니다. 바다와 접하지 않은 지리적 특성 때문에 국제무역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수출을 위해서는 주변국의 육로나 철도를 이용해야 하고 항구가 있는 인접국의 항만을 사용해야 하는 만큼 운송비와 항만 사용료 등 막대한 물류비용을 감수해야 합니다. 국경을 통과할 때 드는 통관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내수시장이 열악하면 수출을 해야 하는데 가격경쟁력 때문에 제 조업이 발달할 수 없는 환경입니다. 결국 거의 모든 공산품을 수입에 의존하다 보니 공산품의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라오스는 동남아시아에서 유일한 내륙국이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40개 이상의 내륙국이 존재합니다. 더 나아가 우즈베키스탄처럼 다른 두 나라를 거쳐야 겨우 바다에 이를 수 있는 이중 내륙국도 있습니다. 전 세계 무역의 90%를 해운이 차지하는 상황에서 이들 나라의 경제 성장은 뒤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유럽연합(EU) 회원국 등 극히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세계 최빈국의 40%가량은 내륙국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그래서 바다는 내륙국의 로망입니다.
라오스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창밖을 보니 시원하게 펼쳐진 인천 앞바다가 눈에 들어옵니다. 바다는 우리의 삶을 지탱해 주는 자양분이자 동반자였습니다. 그 당연한 사실을 누군가의 표현처럼 ‘지정학적 감옥’을 다녀오고서야 비로소 피부로 느꼈습니다.
라오스를 다녀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반대로 해양국을 체험했습니다. 지난해 12월 11일 우리 시 월미도에 둥지를 튼 국립인천해양박물관에서입니다. 이 박물관은 해양문화와 역사를 접할 수 있는 수도권 최고의 해양문화시설입니다. 그곳에서 라오스에서의 깨달음(?)을 복습했습니다. ‘바다는 축복이다’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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