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시민이 소개하는 우리 동네
자연과 이야기 나누며 걷고 싶은 그 길
굴포천
만월산 인천가족공원 내 칠성약수터에서 발원해 부평 도심지를 지나 부천·김포시를 거쳐 한강으로 흘러드는 굴포천은 부평을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이곳에는 가슴 아린 역사적 유래가 있다. 육로 교통이 불편했던 옛날 삼남 지방 백성들이 내는 세곡미는 강화 염화강 손돌목을 거쳐 마포나루로 옮겨졌는데, 잦은 조난으로 한강과 인천 앞바다를 연결하는 수로 개설을 여러 번 시도했다. 하지만 간석오거리 부근에서 발견된 암반을 뚫지 못해 번번이 실패한 데서 유래한 ‘원적산’ 또는 ‘원테이길’이라는 지명이 지금까지 전해온다.
어린 시절 가재 잡고 물장구치던 굴포천은 1970~1980년대를 거치면서 생물은커녕 농업용수로도 쓸 수 없는 죽은 하천으로 냉대를 받았다. 이때 굴포천의 지류인 작은 하천들은 콘크리트로 복개되어 대다수 자취를 감췄다. 하늘은 무심치 않았다. 유일하게 남아 있던 삼산동 농경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면서 현 부평구청 앞에서 부천시 경계인 신상교까지 친수 공간으로 복원 공사가 이루어졌고 ‘자연과 이야기하며 걷고 싶은 굴포천 둘레길’이 조성됐다.
주말은 물론이고 평일에도 굴포천 둘레길은 부평 구민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굴포천 수변을 걷다 보면 수련, 갈대, 부들, 창포, 갯버들, 며느리배꼽, 약모밀 같은 식물과 다슬기, 우렁이, 징거미, 소금쟁이, 장구애비, 물벼룩, 옆새우, 게아재비, 물방개와 같은 수생 동물 등을 만날 수 있다. 인적이 드문 늪에는 물총새, 왜가리, 흰뺨검둥오리, 쇄백로, 중대백로와 같은 철새도 날아든다. 뿐만 아니라 원통천과 세월천이 합류하는 대월놀이공원 인근에는 환경부가 멸종 2급 수종으로 지정한 맹꽁이와 금개구리도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제 굴포천은 지방자치단체에서 국가가 가꾸는 하천으로 격상됐다. 복원되지 않은 굴포천 구간도 하루빨리 생태 친수 문화 공간으로 바뀌어 부평이 인천, 아니 전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환경 친화 도시가 되기를 꿈꾸어본다.
글 김청규(부평구 삼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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