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시민시장-유숙형 자원봉사자
“봉사는 남보다는 내 자신을 위한 실천”
시민시장 유숙형
제가 조금 움직여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제 마음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는 거예요. 한번 맛을 보니 끊을 수도 없겠더라구요.
글 김진국 본지 총괄편집국장│사진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봉사란 남을 위해 하는 행위일까. 자원봉사를 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물어왔다. 답은 ‘아니다’였다. 봉사는 보람과 뿌듯함이란 내 자신의 정신적 만족을 위한 삶의 방식이었다. 외국의 부호들이 어마어마한 재산을 선뜻 기부하는 이유가 폭동을 예방해 자신의 재산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닌 것처럼, 봉사는 내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한 것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매일 4시간씩 25년을 이어올 수 있다는 말인가.
“언젠가 2만 시간이 넘었다고 인천시자원봉사센터에서 핸드프린팅을 해주셨는데 조금 멋쩍더라고요. 제가 뭐 할리우드 스타도 아니고 그냥 제가 좋아서 해온 것뿐인데….”
유숙형(61) 씨는 인천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자원봉사자다. 인천 곳곳은 물론이고 전국을 누비며 봉사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간다. 요즘엔 소외계층 반찬 만들어 주기, 마스크 만들기 봉사를 위해 연수구와 남동구를 부지런히 오가는 중이다. 그의 자원봉사는 차라리 ‘중독’에 가깝다.
“코로나19 때문에 봉사활동도 쉽지가 않아요. 따뜻한 손길이 필요한 곳은 많은데 예전처럼 찾아가기가 쉽지 않거든요.”
유 씨는 “장애인이나 어르신들은 정기적으로 보살펴야 하는데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방문 횟수가 줄었다”며 “그럼에도 우리 인천시가 코로나19 방역을 아주 잘해 곧 일상으로 돌아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초중고를 인천에서 나온 유 씨가 자원봉사에 눈을 돌린 때는 남매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만큼의 시간을 번 그는 뭐 좀 의미 있는 일이 없을까를 고민하다 불쑥 집 근처 ‘영락원’을 찾아갔다. 몸이 불편한 노인들의 목욕과 산책을 도와주기 시작했다.
“제가 조금 움직여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제 마음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는 거예요. 한번 맛을 보니 끊을 수도 없겠더라고요.”
노인 돌봄으로 시작한 봉사는 월드컵, 각종 축제에서부터 태안 기름 유출 제거와 같은 전국구 활동으로 확장됐다. ‘집에서도 자녀 돌봄 봉사 좀 하지 그래? 우리 마눌 님, 봉사하는 것처럼 일했으면 빌딩을 사도 사셨겠네요.’ 아침 일찍 봉사활동을 나가는 아내를 보며 남편은 핀잔을 주기도 했다. “아무래도 바깥에 오래 있으면 집안일이 상대적으로 소홀해질 수밖에 없잖아요. 물론 집안일을 안 한 건 아니지만.(웃음)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제가 집에 있으면 오늘은 왜 안 나가느냐며 더 불안해 하더라고요. 호호.”
엄마가 ‘자원봉사왕’이다 보니 대학생인 아들과 딸도 엄마의 길을 따라가는 중이다. 아들은 연수구 어린이 시설로, 딸은 홀트아동복지회로 짬짬이 자원봉사를 나간다. 금관의 장식 같은 은행잎들이 팔랑거리는 만추. 인천시자원봉사센터 4층 벽에 걸린 유숙형 봉사자의 핸드프린팅이 복도를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인천시 자원봉사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정정숙, 한정숙, 최정숙, 유숙형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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