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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세상과의 소통-점자, 오디오북

2020-12-02 2020년 12월호

손끝으로, 귀로 소통하는 세상

손끝에 만져지는 작고 볼록한 여섯 개의 점. 그 점이 뜻하는 의미로 세상을 읽어나간다. 시각장애인에게 점자와 소리는 세상과 소통하는 중요한 통로다.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점자와 오디오북.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장애를 넘어 서로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매체들을 만날 수 있다.

글 김윤경 본지 편집위원│사진 최준근 자유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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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지판 
지하철 난간에서 느끼는 시詩 한 편

언제부터인가 스크린도어에 붙어 있는 시詩 한 편이 문득 눈에 들어온다. 시를 읽다 보면 지하철을 놓치지 않으려고 동동거렸던 마음은 어느새 차분하게 가라앉고 감동과 위로를 받는다. ‘스크린도어 시 전시’는 바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잠깐이나마 쉼과 희망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지하철을 이용하는 누구나 시를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들은 시를 읽을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인천교통공사는 인천지하철 1호선 경인교대입구역 지하철 난간 손잡이에 전국 최초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핸드레일형 점자 시 촉지판’을 설치했다.
점자로 풀어낸 짧은 시가 담긴 검은색 촉지판에는 이승재 시인의 재능기부로 ‘소년이여, 길, 무인도, 얼룩, 포스트잇’ 등의 작품이 담겼다. 난간을 잡고 계단을 오르는 시각장애인의 손끝으로 시 한 편이 전해진다. 촉지판은 현재 경인교대입구역 외부 출구와 엘리베이터 등 7개소에 설치돼 있으며, ‘시각장애인 문화 소외감 해소 캠페인’의 일환으로 점차 확대 실시할 계획이다.
삭막하고 분주한 일상 속 계단을 오르고 내릴 때 우연히 만나는 계단 난간에 붙어 있는 점자 시 촉지판. 누군가에게는 반가움과 고마움의 대상이 된다.




인천지하철 1호선 경인교대입구역의 ‘핸드레일형 점자 시 촉지판’


오디오북
내 작은 목소리가 누군가에게는 힘이 되길

송암점자도서관의 작은 녹음실. 맑은 음성으로 또박또박 책을 읽어 내려가는 이은영(62) 씨는 매주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디오북을 만들기 위해 ‘녹음 자원봉사’를 한다.
“노환으로 시력을 잃는 분들도 많고, 사고로 중간에 실명하는 분들도 많아요. 그런 분들은 아무래도 점자가 익숙하지 못하니까 오디오북을 더 많이 이용하게 되죠.”
그러나 음성도서를 구할 수 있는 경로는 많지 않다. 그래서 송암점자도서관에서는 음성도서를 직접 제작해 필요한 이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도서의 육성 녹음이다. 이 일은 전부 자원봉사자들이 맡는다. “1980년대 초 남산 근처의 직장을 다녔는데, 그곳에서 시각장애인이 운영하는 녹음실을 알게 돼 시각장애인을 위한 녹음을 종종 했어요. 그런데 그게 자꾸 생각나는 거예요. 애들 다 키우고 2000년부터 인천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녹음 활동을 다시 시작하게 됐죠.”
이 씨는 오랜 봉사활동을 인정받아 지난해 자원봉사자 부문에서 보건복지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녹음실에서 녹음만 하니까, 음성도서를 이용하는 사람들하고는 직접 마주칠 일이 없죠. 그런데 <소설 동의보감>을 녹음하고 얼마 있다가 그 책을 신청한 분과 마주치게 됐어요. 안마사였는데, 제 손을 꼭 붙잡고 ‘덕분에 잘 들었다. 일하는 데 정말 큰 도움이 됐다. 고맙다’고 말하더라고요. 이 일을 하면서 제일 행복했던 순간이었죠.”



이은영 씨



<굿모닝 인천> 점자판


점자
자판으로 입력하는 희망의 빛

“세상에 눈으로 보고 하는 일은 많지만 눈으로 보아야 하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다. 하지만 손으로 만져보는 것이 눈으로 보는 것보다 틀림이 적은 것도 사실이다.” 한글점자 ‘훈맹정음’을 창안한 송암 박두성 선생의 말이다.
한 권의 책을 점자도서로 만들기 위해서는 점자로 바꿔주는 기계 형식에 맞춰 일반 도서의 텍스트를 한글 파일로 입력해야 한다. 부평여고 3학년 이애연(19) 학생은 지난해 1월부터 점자도서를 만들기 위한 ‘입력자원봉사’ 활동을 시작했다. “송암점자도서관에서 1시간 정도 입력에 필요한 교육을 받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활동이에요. 처음에는 입력 규칙을 자꾸 들춰보았는데, 지금은 익숙해져 어렵지 않아요.” 이렇게 입력한 파일은 송암점자도서관 직원들의 교정과 검토 과정을 거쳐 점자 프린터기로 인쇄돼 점자도서로 만들어진다. 지인의 추천으로 시작한 입력자원봉사는 해를 넘겨 이제는 멈출 수 없는 활동이 돼버렸다.
“한 자 한 자 입력하다 보면 책 내용도 머리에 잘 들어오더라고요. 제가 입력하면서 읽은 책을 누군가는 손으로 읽겠죠? 누군가에게 내가 읽은 감동을 전달하는 일, 이보다 더 멋진 활동은 없을 것 같아요.”


이애연 학생


송암점자도서관
미추홀구에 위치한 송암점자도서관은 ‘시각장애인들의 세종대왕’으로 불리는 송암 박두성 선생의 뜻을 기리는 점자도서관이다. 이곳에서는 장애를 넘어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매체와 활동들이 이뤄진다. 여러 분야 도서의 점자도서 제작을 비롯해 시각장애인의 정보 습득과 독서생활 지원, 점·묵자 혼용 도서 제작을 통한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도서 함께 읽기, 녹음 도서 제작 사업, 오디오 도서 제작 및 디지털 도서 제작 등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또 비장애인 점자교육 자원봉사자와의 1대1 대면 낭독 서비스, 시각장애인 점역교정사 양성교육, 한글점자교육, 지역주민에게 점자교육을 통한 점자문화 보급 등을 실시한다.

이용 시간 : 월~금요일 오전 9시~오후 6시(토·일요일, 공휴일 휴무)
주소 : 미추홀구 한나루로 357번길 105-19
도서 종류 : 묵자, 점자, 점자 라벨 도서(일반 동화책에 점자 찍은 라벨을 붙여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읽을 수 있는 도서), 묵·점자 혼용 통합 도서, 오디오북(CD, 테이프) 등 1만5,000종 2만 권 도서 보유
자원봉사 신청 : 입력 봉사, 녹음 봉사, 도서관 업무 보조 (
www.songam.net)

한글점자 ‘훈맹정음’ 관련 유물, 문화재 됐다
문화재청은 지난 10월 15일, 일제강점기 시대인 1926년 11월 4일 박두성 선생이 반포한 ‘한글점자 훈맹정음 제작 및 보급 유물’이 ‘국가등록문화재’가 됐다. 유물은 인천의 송암 박두성 기념관이 소장한 ‘한글점자 훈맹정음 제작 및 보급 유물’ 8건 48점과 국립한글박물관이 소장한 ‘한글점자 훈맹정음 점자표 및 해설 원고’ 7건 14점이다. 이 중에서 박두성 기념관 소장본은 훈맹정음의 사용법에 대한 원고, 제작 과정을 기록한 일지, 제판기, 점자인쇄기(롤러), 점자타자기 등을 아우른다. 문화재청은 “당시의 사회·문화 현상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근대 시각장애인사를 파악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문화재 등록 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아연판에 점을 찍어 점자원판을 제작하는 제판기


통신교육과 점자도서 제작에 관한 것을 적어놓은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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