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나의 인천 : 김강민 선수
인천야구의 상징,
야구 인생 2막 시작하다
야구팬과 함께한 백넘버 ‘0’번, 김강민
“태양처럼 빛을 내는 그대여 김강민! 이 세상이 거칠게 막아서도 김강민!”
2024년 3월 26일, 인천문학경기장에 ‘Butterfly’ 노래가 크게 울려 퍼졌다.
자리에 모인 1만여 명이 모두 같은 마음으로 한 선수를 향해 뜨거운 응원과 마음을 보냈다. 인천 야구의 간판이던 선수를 한마음으로 응원하는 목소리였다. 이런 장면이 앞으로도 있을까. 흔히들 야구를 ‘낭만’이라고 말한다. 치열하고 차가운 경기 틈에도 낭만이 비집고 들어오기 때문이다. 수많은 역사를 써내려 온 인천 야구에도 늘 낭만이 존재했다. SK 왕조 시절부터 현재까지, 그 낭만의 순간들을 23년간 함께해온 선수가 있다. 인천 야구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김강민’ 전 야구선수다. 화려했던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새 출발 지점에 선 김강민 전 야구선수가 인천 시민들과 팬들에게 따뜻한 편지와 추억을 가득 전해왔다.
정리. 윤은혜 본지 편집위원 사진. 김성재 포토디렉터
23년 동안 뛴 SSG구단에서 은퇴식을 갖는 김강민 선수
안녕하세요. <굿모닝인천> 독자 여러분, 그리고 인천 시민 여러분. 김강민입니다.
먼저 이렇게 <굿모닝인천>을 통해 여러분께 인사드리고 소식을 전할 수 있어 영광이 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이미 아는 분들도 계실 듯합니다. 저는 SSG 등 프로야구팀에서 약 24년 동안 선수로 활동했습니다. 그중 가장 긴 시간을 인천에서 선수로 활동하고 생활하다 보니 인천에 이런저런 추억이 정말 많습니다.
사실 저는 인천이 아닌 대구 출신입니다. 그런데 오랜 시간 인천 SSG 소속 야구선수로 뛰어서인지 저를 ‘인천 토박이’로 알고 있는 분들도 많으세요. 몇몇 택시 기사님들은 제가 인천고등학교를 나온 줄 알고 계시더라고요. 그렇게 보일 만큼 제가 인천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거겠죠? 그래서인지 제게도 인천은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습니다. 실제로 저는 인천 사람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대구에서 산 시간보다 인천에서 산 시간이 더 길거든요. 대구보다 인천 길을 훨씬 잘 찾을 겁니다. 인천 어지간한 동네는 내비게이션도 없이 다닐 수 있는 수준이거든요. 인천에는 안 가본 동네가 없을 정도죠.
인천에서의 첫 기억을 떠올리면 고등학교 3학년 졸업쯤이 떠오릅니다. 당시에는 KTX도 없었고, 인천공항도 없었죠. 그래서 대구에서 처음 인천으로 올 때 비행기를 타고 김포공항에 내렸고 또 차를 갈아타고 도원야구장으로 갔었어요. 당시가 문학경기장이 막 생겼을 시기였거든요. 저에게는 참 낯선 도시였는데, 이젠 추억이 가장 많은 도시 가 됐습니다. 제가 2군에 있을 때는 주안이나 동인천도 종종 갔지만, 인하대 후문 쪽에 제일 자주 간 것 같아요. 그때부터 자주 가던 와플 집이 있는데, 거긴 지금도 아내랑 종종 가는 추억의 장소입니다. 생각해보니, 인천에는 맛집도 정말 많은 것 같습니다. 너무 많아서 모든 곳을 다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도원야구장 근처 중국집이 참 맛있었던 게 떠오르네요.
2022 한국시리즈 MVP로 선정된 김강민 선수의 기념 촬영.(2022.11.8.) ⓒ 연합뉴스
김강민 선수가 3점 홈런을 친 뒤 기뻐하고 있다.(2022.11.7.) ⓒ 연합뉴스
실제로 저는 인천 사람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대구에서 산 시간보다 인천에서 산 시간이 더 길거든요.
대구보다 인천 길을 훨씬 잘 찾을 겁니다.
제가 처음 인천에 왔을 때랑 비교하면 지금의 인천은 정말 많이 발전했어요. 아마 앞으로도 발전하고, 더 살기 좋은 도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인천에는 팬들과 함께한 추억도 정말 많아요. 사실 인천에 있는 팬 분들은 많이 봬서 그런지 다 특별하고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SK 시절 처음 우승했을 때 문학경기장부터 구월동 시내까지 퍼레이드를 했거든요. 우승만으로도 참 기뻤는데, 그 기쁨을 시민들과 함께 나눠서 참 인상 깊습니다.
또 두 번째 우승 때 인하대학교 강당에서 페스티벌 했던 기억과 출정식에 배를 탔던 것도 기억에 많이 남네요. 때마다 많은 팬과 시민들이 함께해주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팬 분들의 이런 마음과 응원을 듣고 있으면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정말 뻔한 말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몇 번이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이적한 뒤 문학경기장에서 진행한 첫 경기 당시를 기억하면 아직도 가슴이 뭉클합니다. 사실 경기를 할 때는 잘 모르거든요. 시합에 집중하느라 똑바로 인지하지 못 했는데, 끝나고 여러 영상을 보면서 참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런 모습이 흔치 않잖아요. 앞으로도 나올 수 있을까 싶은 그림인데, 단순히 야구선수를 좋아한다는 팬심 그 이상으로 좋아해 주셔서 저로선 참 감사한 일입니다.
김강민 선수는 앞으로 해설위원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솔로 홈런을 때린 김강민 선수(2009.9.25.) ⓒ 연합뉴스
김강민 선수가 더그 아웃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2022.11.4.) ⓒ 연합뉴스
단순히 야구선수를 좋아한다는 팬심
그 이상으로 좋아해 주셔서 저로선 참 감사한 일입니다.
최근 시범 경기를 관람하러 갔을 때도 반갑게 맞아주시는 팬 분들이 많았어요. 사인 요청도 많았는데 전부 해드리지 못해 계속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마음 같아선 경기장 에 계신 분들 다 해드리고 싶지만, 인사도 해야 하고 맡은 일도 있어서 못 해드렸어요. 정말 죄송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여전히 기다려주시면서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에 또 한 번 감사하기도 했어요.
올해는 공부하고 배우면서 저를 채우는 시간으로 보낼 생각입니다. 늦게까지 선수 생활을 하다 보니, 배우고 싶은 것도 많고 준비하고 싶은 것도 많아서 인천대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현재는 대학원에서 스포츠과학을 배우고 있어요. 대학원에 유능한 교수님들도 정말 많이 계시고, 또 집에서도 가까워서 굉장히 만족하면서 다니고 있습니다. 수업도 듣고, 논문도 준비하면서 열심히 지내는 중이죠. 많이 고민하고 연구해서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는 욕심도 있습니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제가 연구하고 공부한 것들이 후배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을 것 같아요.
현장 지도자로 갈 생각은 있지만, 아직은 여러 가능성을 두고 제가 더 필요한 곳이 어디일지 고민하는 중입니다. 다양한 방면에서 야구를 경험하고자 2025 시즌 MBC 스포츠플러스에서 해설에 참여하고, 또 올해부터 KBO 전력강화위원으로도 활동하게 됐습니다. 거기 계신 분들이 대부분 감독님 출신이시고, 커리어가 굉장히 높은 분들이 세요. 선수 출신으로서는 제가 최초인데 아마 제가 할 역할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선수 입장에서 바라보면서 어떤 부분에서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고민해보고 도움을 줘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런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돌아보면 제가 선수 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 야구팬도 정말 많이 늘어난 것 같아요. 그런 모습 보고 있으면 감사하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앞으로도 야구 많이 사랑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인천 시민분들, 팬 분들이 변함없이 응원해주시고 지지해주신 덕분에 선수 생활을 잘 마무리했습니다.
저는 변함없이 야구인으로 살아가겠지만, 이제는 좀 다른 길을 가게 될 것 같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열심히 잘 준비해서 다시 팬 여러분들 곁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그때까지 건강하시고, 항상 행복하세요.
선수 입장에서 바라보면서
어떤 부분에서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고민해보고
도움을 줘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런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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