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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시민 행복 메시지 : 칼럼

2025-11-04 2025년 11월호

인천의 함성


글. 임성훈 본지 편집장



축구경기장이 있는 동네에 살다 보니, 경기장 밖에서 벌어지는 이색적인 풍경들을 자주 접하곤 합니다.

경기 날이면 파랑·검정 줄무늬의 레플리카를 입은 인천 축구팬들이 맛집으로 소문난 순댓집 앞에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은 낯설지 않습니다. 원정 응원을 온 타지역 팬들도 그 줄에 합류해 있는데 그들의 유니폼에서 상대 팀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삼삼오오 경기장으로 향하는 서포터즈의 행렬에, 평소 조용하던 구도심은 모처럼 활기를 찾습니다. 심지어 경기장 근처 복권판매점은 ‘명당’으로 입소문이 났습니다. “1등 당첨자 중엔 원정팀 팬이 많다더라”는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도 떠

돕니다.

몇 년을 듣다 보니, 이제는 동네가 떠나갈 듯 울려 퍼지는 함성에도 익숙해졌습니다. 오히려 그 함성에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경기장에 가지 않은 걸 못내 아쉬워합니다. 개인적으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가장 큰 함성이 울려 퍼졌던 순간은 2016년 11월 5일, 인천과 수원의 K리그1 최종전이 아닐까 싶습니다. 시즌 내내 강등권을 벗어나지 못했던 인천은 이날 수원을 꺾고 극적으로 1부리그 잔류에 성공했습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마자, 그라운드에 구름처럼 몰려든 팬과 선수들이 서로 부둥켜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던 장면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함성이 얼마나 컸던지, 인근 주민들이 “결승전이라도 열린 줄 알았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실제로는 ‘꼴찌들의 경기’였는데 말입니다. 관중의 그라운드 난입으로 인해 구단 측에 제재금이 부과됐는데 팬들이 자발적으로 모금 운동에나섰다는 미담(?)도 전설처럼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매 시즌마다 짜릿한 ‘잔류 드라마’를 써왔던 인천은, 지난 시즌 첫 강등의 아픔을 맛봤습니다. 당연히 ‘이제 축구 열기가 식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오히려 2부 리그로 내려간 뒤, 인천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3월과 10월 두 차례 전석 매진을 기록했습니다. 관중 수는 줄지 않았고, 앞서 소개한 경기장 안팎의 풍경 역시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2016년의 함성을 떠올리게 하는 또 한 번의 함성이 경기장을 뒤흔들었습니다. 지난 10월 26일, 경남을 3대0으로 꺾으며 K리그2 우승을 확정 짓던 순간이었습니다. 이로써 인천은 강등 한 시즌 만에 K리그1 승격을 이루어냈습니다. 이날의 함성은 단순한 환호가 아니었습니다. 2016년의 함성이 ‘생존의 환희’였다면, 이번 함성은 ‘귀환의 축포’였습니다.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다시 1부 리그로 돌아온 프로축구 인천의 함성이 앞으로도 계속 울려 퍼지길 바랍니다. 내친김에,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함성이 증폭돼 우승까지 노렸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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