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생활

인천의 맛 - 약쑥 밥상

2020-06-02 2020년 6월호

향긋 쌉싸래한 인생의 맛

향긋 쌉싸래함이 입안 가득 맴돈다. 쑥을 뜯어다 차린 정갈하고 소박한 밥상. 그 안엔 평생 산과 들에서 허리를 굽혔을 우리 어머니들의 노고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강화도 마니산 자락은 땅에 유기질이 많고 물 빠짐이 좋으며 해풍이 불어 쑥이 자라기 좋다. 농가에서도 잡풀이 섞이지 않도록 약쑥을 정성껏 가꾸어 3년 이상 숙성시킨다. 강화군에서는 해마다 수확기가 되면 ‘강화약쑥품질보증위원회’를 통해 약쑥의 품질을 철저히 관리한다. 그러니 쑥이라면 단연 ‘강화사자발약쑥’이다.
쑥은 나물과 약초의 경계를 오가며, 몸을 살찌우는 동시에 병을 예방하고 고치기도 한다. 쑥은 음력 3월 초와 5월 초에 잎을 뜯어 볕에 말려 사용한다. 이른 봄에 올라오는 애쑥은 부드럽고 맛이 좋아 나물로 무쳐 먹고, 단오 무렵 캐는 쑥은 맛과 효능이 깊어 약용으로 쓴다.

글 정경숙 본지 편집장│사진 류창현 포토디렉터



7년의 기다림 약쑥시래기밥

딸아이가 돌이 막 지났을 무렵, 시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마니산 입구에 식당을 냈다. 그로부터 14년이 지났다. 음식이라곤 아무것도 모르던 새댁은 베테랑 ‘아줌마 셰프’가 됐다.


안선임(41) 씨는 읍내에서 강화 깊숙이로 시집와 줄곧 뜨거운 불솥 옆에서 살았다. 약쑥을 넣은 시래기밥에 쑥두부, 순무김치… 강화에서 난 재료로 차려낸 정갈한 밥상. 주인장의 정성스러운 손끝에서 나온 음식은 조촐하지만 야무진 맛이 난다.
시간과 정성을 다하는 ‘슬로푸드’다. 약쑥 잎을 말려 숙성시키는 데만 7년이 걸린다. 그렇게 사계절을 여러 번 보낸 끝에서야, 자연과 사람의 노고가 담긴 귀한 밥상이 완성된다. 모든 음식은 안 씨가 손수 만들기 때문에, 음미하기 위해선 기다릴 줄 아는 여유도 필요하다. “간혹 음식이 늦게 나온다며, 그냥 가는 손님들도 계세요. 그럼 옆에 있던 단골들이 ‘가봐야 손해’라고들 하지요.”


쑥은 오래 숙성시킬수록 쓴맛이 덜하면서 뒷맛은 달고, 맛이 깊고 풍부하다. 약효가 농축되어 건강에도 이롭다. 그 효능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닌, 수백 년의 경험에서 축적된 것이다. 그 스스로도 한동안 급격히 쇠약해진 몸을 쑥으로 치유했다. 먹을 게 넘쳐나는 세상, 옛 음식이 밥상 한 귀퉁이를 꿋꿋이 차지하는 이유는 분명 있다.

‘약쑥시래기밥’을 특허 낸 안선임 씨.
밥에는 7년을 숙성시킨 강화사자발약쑥이 들어간다.


마니산 단골식당
강화군 화도면 마니산로 678
Ⓣ 032-937-1131



특별함에 특별함을 더하다 강화섬약쑥한우

한우는 특별한 날, 특별한 맛으로 우리네 밥상을 든든히 지켜왔다. 예로부터 강화군의 축산 농가는 소를 잘 키우기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한우를 개량해 씨수소를 생산하는, 전국에서 찾는 한우 육종 농가도 있다. 태생부터 좋은 송아지를 산 좋고 물 맑은 강화 땅에서 정성껏 키우니, 등급이 높고 육질이 탁월하다.
여기에 사람에게도 약이 되는 강화사자발약쑥을 더하면 그 맛과 영양은 더 각별해진다. 몸을 따듯하게 하는 쑥은 여성에게 특히 좋다. ‘강화섬약쑥한우’는 여기서 실마리를 얻었다.
“한우를 거세하면 고기 특유의 누린내가 안 나고 마블링이 촘촘해 부드럽습니다. 하지만 면역력이 약해질 수 있지요. 이때 강화약쑥을 먹이면 소가 건강해져서 무게도 많이 나가고, 좋은 콜레스테롤을 늘리는 올레인산Oleic acid도 풍부해집니다.” 윤선기 퍼멘트의 윤선기(57) 대표는 강화사자발약쑥을 발효시켜 첨가한 사료를 20년째 연구, 생산해 내고 있다. 강화섬약쑥한우는 강화군의 지원으로 소를 출하하기 6개월에서 1년 전부터 이 사료를 꾸준히 먹여 기른다. 우리 시도 올해 ‘한우브랜드육성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강화섬한우 영농조합법인’의 이중재(58) 대표는 30여 년 소를 길러왔다. 천직으로 알고 살아왔지만, 힘들지 않은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 우시장에서 소를 흥정하고 돌아설 때면 지금도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고, 구제역 여파로 애지중지 키우던 소를 묻을 때는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그래도 흔들리지 않고 한길을 걸었다. 그렇게 소는 2마리에서 시작해 300마리가 됐다.
“예로부터 강화 사람들이 소를 정성껏 잘 길러왔어요. 횡성한우 그 이상인 것이 강화한우지요. 자식들 키우며 먹고살게 해준 소가 고맙고 애틋해요.” 한우의 깊은 맛은, 인간에게 모든 걸 다 내주는 소를 귀히 여길 줄 아는 마음과 정성에서부터 이어져 오는 것이다. 



강화사자발약쑥을 발효시킨 사료 첨가제를 개발한 윤선기 씨.



강화섬약쑥한우
강화군 선원면 선원사지로 32
Ⓣ 032-934-1212


윤선기 퍼멘트
Ⓣ 032-932-5074






첨부파일
사진저작 류창현 200515ic-115.jpg 미리보기 다운로드
이전글
이전글이 없습니다.
다음글
​기다림의 미덕 강화사자발약쑥
OPEN 공공누리 출처표시 변경금지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이 게시물은 "공공누리"의 자유이용허락 표시제도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자료관리담당자
  • 담당부서 홍보기획관
  • 문의처 032-440-8304
  • 최종업데이트 2024-01-10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대하여 만족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