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생활

인천 공무원이 간다

2020-09-01 2020년 9월호

9급 공무원 이승리

“인천에서 이룬 꿈 안고, 가족과 버스 타고 고향 함흥에 가고파”

탈북민 출신 인천 공무원 이승리

탈북민은 같은 민족이지만 다른 세상에서 살던 분들입니다.
마음의 상처를 입지 않도록, 이해하고 따뜻하게 포용해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글 김진국 본지 총괄편집국장│사진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근무한 지 벌써 5년이 다 됐건만, 시청에 들어설 때면 언제나 가슴이 벅차오른다. 지난해 청사 앞 광장이 잔디밭 ‘인천愛뜰’로 바뀌면서 출근길 발걸음은 더 경쾌해졌다. ‘즐거운 마음으로 오늘도 열심히 일해야지. 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인천광역시 9급 공무원이니까.’
인천시 남북교류협력담당관실 이승리(42) 주무관. 그의 업무는 인천에 정착한 2,967명의 탈북민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전국 최초로 종합검진비 30만원 지원, 탈북민과 중소기업 간 구인구직 만남의 날 개최, 통일동산 조성, 탈북민지원지역협의회 운영 등 이 주무관의 업무는 탈북민의 복지에 맞춰져 있다. 누구보다도 탈북민을 잘 아는, 그 역시 탈북민이기 때문이다. “목숨을 걸고 탈북하는 과정에서 건강이 나빠지고, 남한에 와서는 사회·문화적 차이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을 보듬어주는 게 제 역할이지요.” 이 주무관은 “인천시는 꾸준히 남북교류협력사업을 펼쳐왔고 탈북민 지원 사업은 그중 하나”라며 “탈북민의 한 사람으로서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보람이 크다”고 웃음 짓는다.
함경남도 함흥 출신인 이 주무관이 헤엄쳐 두만강을 건넌 때는 함흥의과대학 4학년이던 2000년 10월. 탈북 뒤 중국에서 5년을 머무르던 그는 우여곡절 끝에 2005년 말 인천으로 온다. 그렇게 축산회사에서 1년간 일하던 그는 돌연 대학 진학을 결심한다. “저를 받아준 인천을 위해 일하고 싶었고 그러려면 실력을 더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외대에 입학한 그는 2011년 학사모를 썼고, 꿈에 그리던 직장을 얻는다. 남동구청에서 한 명 뽑는 기간제 공무원에 합격한 것이다. “공무원에 임용되고 나니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습니다.” 좋아하면 잘할 수밖에 없는 법. 능력과 성실성을 인정받은 이 주무관은 2016년 인천시청으로 전입한다. 그리고 어마어마한 말을 듣는다. “과장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승리 씨는 시장님처럼 인천시를 대표해서 일하는 거라고, 먼저 온 미래라고.” 그는 “지금 시장님이 강조하시는 시민 시장의 의미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가 속한 남북교류협력담당관실은 ‘세계와 한반도를 잇는 평화 도시 인천’이란 비전으로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최전선에서 끌어가는 부서다. 지난해만 해도 남북교류협력기금을 크게 늘렸고, 서해 접경지역 평화를 위한 평화도시조성위원회 출범, 서해평화포럼 창립 등 인천 차원의 남북평화협력 사업을 차분히 추진해 왔다.
이 주무관의 꿈은 다섯 자녀와 함께 고속버스를 타고 고향 땅을 밟는 것이다. “남과 북은 왕래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자주 오가면 평화통일은 자연스럽게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인천 시민들이 탈북민과 잘 어우러져 살았으면 좋겠다는 주문도 잊지 않았다. “같은 민족이지만 다른 세상에서 살던 분들입니다. 마음의 상처를 입지 않도록, 이해하고 따뜻하게 포용해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첨부파일
OPEN 공공누리 출처표시 변경금지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이 게시물은 "공공누리"의 자유이용허락 표시제도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자료관리담당자
  • 담당부서 홍보기획관
  • 문의처 032-440-8304
  • 최종업데이트 2024-01-10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대하여 만족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