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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인천 명문교를 찾아서-인성여자고등학교

2021-02-01 2021년 2월호

학생이 자랑하고

학생을 사랑하는
세상 모든 학교는 귀하다. 허나 그 속에서도 특별한 전통과 저력을 품은 곳이 있다. 학교를 통해 도시를 들여다보는 인천 명문교를 찾아서. 그 아홉 번째 등굣길을 따라 고즈넉한 홍예문을 지난다. 단정한 분위기의 송학동 거리에 자리 잡은 인성여자고등학교. 학교 이름을 닮은 바른 인성의 학생들이 자라는 그곳을 정선숙(30회 졸업, 인성여자고등학교 교사) 선생님과 함께 걸었다.
글 전규화 자유기고가│사진 최준근 자유사진가



기본을 지키는 바른 인성을 가르치다
소녀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이왕이면 추억이 서린 모교에서 후배들을 가르치면 좋겠다고 기도했다. 1990년 고등학교에 입학한 소녀는 1999년 꿈을 이뤘다. 인성여자고등학교(이하 인성여고) 30회 졸업생 정선숙이 인성여자고등학교 수학 선생님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많은 것이 변했지만 추억만은 그대로였다.
“고2 때 잘생기고 멋진 총각 선생님이 학교에 오셨어요. 외모도 외모지만 학생들에게 늘 다정다감하게 대해주셔서 인기가 정말 많았죠.”
그 선생님의 이름은 김환. 인성여고에서만 30년째 교편을 잡고 있는 현재의 교감 선생님이다. 학창 시절 낭만을 공유했던 사제師弟는 신앙, 자유, 봉공이라는 기치 아래, 함께 학생들을 돌보고 가르치며 같은 길을 걷고 있다.

“당시에도 인성을 중시했어요. 학생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될 수 있도록 선생님들이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셨죠. 그런 분위기가 지금까지 이어져 한 명 한 명 진심을 다해 가르치고 있습니다.”
사제지간의 돈독함, 학생에 대한 자율권 보장은 학교의 오랜 전통이다. 자율에는 책임이 따르기에 정착되기 쉽지 않은 과제지만, 인성여고는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학생과 교사가 함께 학교만의 전통을 완성했다.
“만날 때는 ‘반갑습니다’ 헤어질 땐 ‘고맙습니다’. 제가 학교에 다닐 때도 했던 인성만의 인사법이 지금도 지켜지는 걸 보면 코끝이 찡할 때도 있어요. 바른 인성을 가진 인재는 기본에서 탄생한다고 믿습니다.”



왼쪽부터 정선숙 교사, 김광준 교장, 김환 교감



인성여자고등학교는 '신앙, 자유, 봉공’의 가치를 실현하는 미션 스쿨이다.


맞춤형 진로 교육으로 성장하는 현재진행형 명문
홍예문과 개항장 그리고 신포시장. 학교를 둘러싼 인천만의 포근한 풍경은 예나 지금이나 인성여고 학생들의 추억과 생활에 맞닿아 있다. 하지만 때로는 이러한 풍경이 학령 인구 감소나 인프라 쇠퇴 등 어두운 단면으로 비칠까 우려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최근 발전하고 있는 신도시 학교들보다 경쟁력이 높다고 말할 수는 없는 현실입니다. 누군가는 위기라 말하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위기는 기회라 했습니다. 학생들의 성향과 진로에 대한 높은 관심을 대폭 수용해 만족도 높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 결과, 남부럽지 않은 성과를 올렸습니다. 갈수록 높아지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관심이 이를 증명합니다.”
물리적인 환경의 제약도 인성여고의 ‘좋은 평판’을 누를 수는 없었다. 학교의 지속적인 노력이 든든한 방패막이 됐다. 인성여고는 중구와 동구 지역 일반계 고등학교에서는 유일하게 ‘교과 특성화 중점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사회(교육·복지), 융합 IT 과정은 물론이고 문화 콘텐츠, 외국학, 공공 인재, 예술, 자연·이공 등 학생이 선택하는 다양한 진로 맞춤형 교육 과정을 운영한다. 학교가 자체 제작한 ‘진로 워크북’을 통해 학생이 주도적으로 희망 전공에 맞는 활동 계획을 세우는 ‘진로 내비게이션’ 프로그램도 활발하다.
“언어와 문화, 외국어, 언론, 법률, 역사, 미용, 요리, 보건 등 100여 개에 달하는 진로 동아리도 자랑거리입니다. 저마다의 학생이 만들어가는 ‘진로 스토리’는 실제 진학과 진로에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인하대와 인천대 등 지역 대학과의 협업 활동도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 여자 농구의 화수분이 되다
정선숙 교사를 따라 길 건너 신관 건물로 향한다. ‘텅, 텅텅, 텅’. 2층 강당에서 쉼 없이 공 튀기는 소리가 새어 나온다. 안으로 들어서니 너른 농구 코트가 펼쳐진다. 인성여고는 한국 여자 농구의 산실이다. ‘전설’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은 유영주와 정은순, 이종애 등 걸출한 선수들이 인성의 코트를 밟았다.
“WKBL총재배동계농구대회와 춘계대회, 대통령기 우승부터 제97회 전국체육대회 금메달까지, 인성여고는 고교 여자 농구의 최강자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어요.”
지난해 10월 10일 개막한 2020~2021시즌 여자 프로 농구 경기에서도 자랑스러운 인성의 얼굴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주연, 김지영, 이소희 등 농구 팬들에게 익숙한 수준급 선수들의 가슴속에 인성이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다.
“농구부 역시 사제지간, 선후배 간이 돈독하기로 유명합니다. 2019년 5월에는 스승의 날을 맞아 전·현직 여자 농구 스타들이 총출동해 ‘모교 방문의 날’ 행사를 열었고, 매년 시즌이 끝나면 학교를 찾아 후배들을 격려하는 시간도 갖고 있습니다. 공부도 운동도 생활도, 인성을 바탕으로 성장하는 인성인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인성여고 30회 졸업생이자 모교 후배들을 가르치는 정선숙 교사가 학창 시절 자신이 공부했던 교실을 바라보고 있다.
인성여고 농구부는 수많은 스타플레이어를 탄생시킨 한국 여자 농구의 산실이다.


인성의 이름으로 빛나는 한국 농구의 전설들

부산 BNK 썸 감독 유영주(27회 졸업)
“송림초 특화 활동으로 농구를 시작해 정은순 해설위원과 인성여중, 인성여고에서 선수 생활을 함께했습니다. 체육관 천장에 새가 날아다니고, 눈 내리면 눈을, 비 내리면 비를 맞으며 운동했던 기억도 지금은 소중한 추억거리입니다. 송도유원지로 소풍 갔던 날을 잊지 못합니다. 운동부는 소풍을 거의 못 가는데, 당시 시합이 일찍 끝나 합류할 수 있었습니다. 농구부가 인기가 많아 친구들이 너도나도 김밥이나 음식을 나눠줬던 기억이 선합니다. 선생님들과도 허물없이 지냈었고요. 현재 감독으로서 인성의 후배들과 함께 뛸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모든 WKBL 선수들이 부러워하는 인성의 끈끈함으로 멋진 활약을 펼쳐주기를 기대합니다.”



WKBL TV 해설위원 정은순(27회 졸업)
“중앙초 3학년 때 농구를 시작해 인성여중을 거쳐 인성여고에 진학했습니다. 전통 있는 명문이었지만 눈에 띄는 성적은 내지 못하고 있을 때였는데, 저와 유영주 감독이 두각을 나타내며 많은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기업이 납니다. 인천은 추억투성이입니다. <공포의 외인구단> 시리즈를 섭렵했던 학교 밑 작은 만화방, 영화 ‘더티 댄싱’ 광팬이던 저의 보금자리가 되어준 애관극장 등 인천에서의 유년 시절이 그립습니다. 현재 WKBL에서 활약하고 있는 후배 선수들이 너무나 자랑스럽고, 앞으로 프로에서 뛰게 될 후배들도 기대됩니다. 인성은 뿌리 깊은 나무입니다. 세찬 비바람 속에서도 늘 굳건한 인성인들을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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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업데이트 2019-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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