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시민이 소개하는 우리 동네 - 부평공원
달리고 또 달리다
글 류인복(부평구 산곡동)
집 발코니에 서면 ‘부평공원’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찬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시원해지는 공간으로 발길을 옮긴다. 아침마다 운동을 위해 찾는 곳이다. 새벽 러닝으로 서너 바퀴 달리고 돌아오면 하루 일과가 상쾌하게 시작된다. 오랫동안 이용한 공원이지만 등하불명燈下不明이라 했던가. 요즘 들어 부평공원을 찾을 때마다 눈길이 멈춰지는 곳이 있다. 광장 정면에 있는 ‘인천평화의소녀상’과 ‘징용노동자상’이다. 일제강점기가 만들어낸 선인들의 비극적인 참상이 아닐 수 없다. 암울했던 시절, 삼릉(미쓰비시) 공장이 있던 곳으로, 청년들의 징용 피신처가 되기도 한 곳이 바로 부평공원이다. 시간이 흐르면 사람은 가고 없지만, 흔적은 남는다. 역사로 기록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어야 함에도 무지함 속에서 뒤늦게야 깨달았다. 선인들의 숨결이 살아 있는 곳, 역사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장소란 사실을 말이다. 부평공원을 찾거나 러닝을 할 때면 아픈 환청이 들려온다. 핍박과 노역으로 시달렸을 선인들의 아우성이 들리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얼룩진 상처와 눈물을 닦아주는 심정으로 기억하고 되새기며 달리고 또 달린다. 다시는 이 땅이 치욕스러운 역사의 흔적으로 남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즐겁게 달리고 있다. 우리 동네 부평공원은 생활의 많은 것을 변화시키고, 삶의 큰 희망과 기대를 가져다주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그래서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공원을 달린다. 이곳의 주인인 시민들도 공원을 찾는다면 한번쯤은 지나온 역사의 흔적을 돌아보며 되새기는 것도 좋을 일이다. 나는 오늘도 성난 마음을 가라앉히고 치유의 마음으로 즐겁게 달리고 또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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