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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미림극장, 전국 최초 치매 영화관 운영

2021-03-02 2021년 3월호


“치매, 영화로 치유하세요”
글·사진 김진국 본지 총괄편집국장


한국전쟁 정전 선언이 얼마 지나지 않은 1957년. 동인천역 뒤쪽 송현동에 커다란 천막이 들어섰다. 이따금 낄낄대는 웃음소리나 탄식이 천막 안에서 새어 나왔다. 의자 아닌 가마니를 깔고 앉아 변사가 해설해 주는 영화를 보았지만 사람들은 마냥 행복하기만 했다. 천막 극장인 ‘평화극장’이 ‘아름다운 숲’으로 변신한 건 이듬해다. 고은진 사장이 영화상영관을 짓고 ‘미림극장’의 시대를 연 것이다.
전후 이산의 고통과 보릿고개를 넘던 사람들은 열광했다. 더욱이 송현·송림동에 정착한 피란민들에게 미림극장은 수구초심의 슬픔을 어루만져준 ‘시네마 천국’이었다. 조점용(77) 전 미림극장 영사기사는 “500명 좌석에 2,000여 명이 들어올 정도였다”며 “한 달에 두 번씩 안전을 기원하는 고사를 지내기도 했다”고 회상한 바 있다. 멀티플렉스의 등장으로 2004년 문을 닫은 미림극장이 부활한 건 2013년 10월이다. 노인들을 위한 실버 극장인 ‘추억극장 미림’으로 재개관한 그날 이후 미림극장은 자신만의 정체성을 재정립하며 한 발 두 발 걸어왔다. 
미림극장이 한 달에 한 번 치매 전문 극장으로 변신한다. 인천시가 전국 최초로 치매 친화 전문 극장인 ‘가치함께 시네마’를 오는 3월~11월 운영하기로 한 것.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미림극장에 가면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스틸 앨리스’와 같은 치매 관련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3월 개막식에선 초로기 치매 환자의 가족이자 독립영화 감독인 조기현 감독의 작품을 상영하고 대화하는 시간도 갖는다.  
가치함께 시네마 운영은 ‘치매 환자와 가족의 안식’ ‘치매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 전환’을 위해 마련됐다. 치매 환자와 가족이 안심하고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초기 치매 환자가 영화관 직원으로 일할 수 있도록 일터도 제공한다. 치매 영화 프로그램 진행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최현준(47) 미림극장 대표는 “2019년 치매 인식 개선 전시와 캠페인, 영화감독 초청 대화 시간을 한 차례 진행했는데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인천 사람들에게 미림극장은 극장 이상의 그 무엇이었다. 문화예술 시설과 공간이 변변치 않던 산업화 시대엔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는 대표적 문화 공간이었고, 권칠인(60), 임순례(60)와 같은 인천 출신 감독들에겐 영화인의 꿈을 키워준 산실이었다. 2013년 재개관 이후엔 외롭고 갈 곳 없는 노인들의 해방구로 자리매김해 왔다. 미추홀구가 운영하는 ‘영화공간주안’과 함께 독립·예술 영화 상영관으로 영화 도시 인천의 위상을 높여주는 중요한 아이콘이기도 하다. 극장만큼이나 ‘미림극장 3인방’이었던 간판 그림 화가 김기봉(89) 상무, 기도 양재형(96) 전무, 영사기 조점용 기사는 모두 건재하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실버·예술·독립 영화관으로 또 치매 전문 영화관으로, 미림극장은 영화의 다양성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영화관으로 오롯이 서 있다. 치매 영화 관람은 무료이며 사전에 신청해야 한다.
문의 032-472-2027


월별 상영작 (오후 2회 상영 예정)

3월 31일
1포 10kg 100개의 생애(개관식, 감독과의 대화)

4월 28일
내 머리 속의 지우개

5월 26일
엄마의 공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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