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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더 인천 : 일상 ① 도시의 낮과 밤

2023-01-09 2023년 1월호


도시의 낮 그리고 밤

‘더(The) 인천’을 더(More) 알아가다. 머물고 싶은 도시, 살아가는 동네, 그 안의 진정한 행복은 무엇인가. 인천 곳곳에 깃든 인천 사람 저마다의 삶과 기억, 숨은 이야기를 찾아 기록한다. 그 첫 번째로 도시의 낮과 밤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 일상을 들여다본다.


글 정경숙 본지 편집위원│사진 전재천 포토 디렉터


오전 9시 남동구 구월동 터미널사거리 오후 9시 남동구 구월동 터미널사거리


해가 뜨고 지고, 낮과 밤이 수없이 갈마드는 인생. 특별할 것도 없고, 때론 내 삶이 보잘것없이 느껴지기도 한다. 사실 많은 사람이 그렇다. 그런 생각이 드는 날엔, 다른 무언가를 찾기보다 주변을 가만히 바라만 보아도 좋다. 익숙한 풍경도 자꾸 들여다보면 새롭고 소중하다. 무심히 마주하던 누군가도 문득 가슴을 설레게 한다.


오늘도 우리는 걸었다. 아침 햇살 받으며 힘찬 발걸음으로 일터로 향하고, 어둠 속 도시의 불빛을 따라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갔다. 바삐 스쳐 지나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어 서면 많은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제야 볼 수있는 것들이 있다.


도시 한복판의 교차로. 무심코 지나온 이 거리에도, 그 위를 지나는 사람들의 수만큼이나 이야기가 쌓이고 쌓여왔다. 그 시간만큼 인생들도 줄곧 변화하고 성장했으리라. 오늘도 우리는 주어진 시간을 그저 묵묵히 살아갈 뿐이다.

저마다 열심히 살아가는 동시대 사람들과 함께. 바로, 인천 이 자리에서.


삶의 현장에선 누구나 저마다의 무게를 짊어진다.



건설 현장을 점검하는 포스코건설 장길모 안전팀장


​송도국제도시 B5블록, 복합업무시설 공사 현장


살아가는 ‘도시의 낮’

이 거대한 도시의 일원이라는 사실이, 새삼 놀랍게 느껴질 때가 있다. 송도국제도시 국제업무지구 B5블록. 복합업무시설 개발 공사가 한창이다. 150여 명의 건설 노동자는 도시의 숨은 일꾼들이다. 안전모에 새긴 각자의 이름과 역할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도시의 일부를 완성해 간다.


“수년간 땀 흘려 공사한 끝에 건축물을 완공하면, ‘노력으로 꿈을 이루었구나’라는 생각에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현장 근무 16년 차의 포스코건설 장길모(43) 안전팀장은, 건물의 탄생을 알리는 점등식을 할 때면 아직도 왈칵 눈물이 솟는다. 2021년을 한 달 남기고 첫 삽을 떴다. 2025년 봄이 오기 전, 빛으로 차오르는 노력의 결실 앞에 그는 또 한 번 벅찬 순간을 맞이할 것이다.



한 사람의 평생이 녹아 있는 자리



오늘도 부단히 살아가는, ‘행복식당’ 배인옥 할머니



오전 7시, 이른 시간부터 하루를 열었다. 쉬지 않고 몸을 움직였다. 고른 한낮에 이르자 슬슬 시장기가 돈다. 여기는 남동국가산업단지. ‘부평·주안산업단지’와 함께 인천의 국가산업단지로 경제발전을 힘차게 이끌어왔다. 밥때가 되자 작업복을 입은 사람들이 산업단지 초입의 한 식당으로 우르르 몰려든다.


이름은 김지은, 나이는 스물일곱, 생산직 근로자의 삶을 산다. 작고 여린 몸으로 이 큰 세상과 맞닥뜨리기 쉽지 않지만, 소소한 즐거움에 힘내어 살아간다. “그날 이 식당 밥을 먹으면서 벌써 기대해요. ‘내일은 어떤 음식이 나올까’ 하고. 덕분에 일할 맛이 나요.” 말간 얼굴에 햇살 같은 미소가 어린다.


‘행복식당’은 할머니 배인옥(73) 씨와 어머니 배혜숙(54) 씨, 20대 아들 둘, 삼대가 오붓이 꾸려가고 있다. 둘째 아들 조현식(27) 씨는 헤어 디자이너를 그만두고 가족 일을 도운 지 3년쯤 됐다. ‘돈을 벌고 싶다’는 현실적인 이유에서지만 자부심은 있다. 수제버거, 로제소스로 버무린 닭볶음과 파스타…. 그가 온 후로 식탁이 한층 젊고 풍성해졌다.


할머니는 평생을 뜨거운 불솥 옆에서 살아왔다. “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그 한마디에 그가 눈물을 와락 쏟아낸다. 눈가를 닦는 할머니의 왼손 검지 한 마디가 없다. 거칠고 주름진 손이 곱디고왔을 시절에 식당 일을 하다가 잃고 말았다. 하루하루 주어진 대로 살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아무 생각 없이 일해서, 살 수 있었어”. 그 사이 훌쩍 늙어버린 몸이 예전 같지 않다. 그래도 누군가의 따뜻한 한 끼를 위해, 할머니는 오늘도 노쇠한 몸을 부단히 움직인다.


따뜻한 한 끼로 ‘행복’을 채우는 단골 김기태(65) 씨



고른 한낮에 이르자 슬슬 시장기가 돈다.
남동국가산업단지에 자리한 ‘행복식당’.
“따뜻하고 맛있는 밥을 차려줘서 감사해요.
덕분에 일할 맛이 나요. 이게 ‘행복’이죠.”
그저 따뜻한 밥 한 끼가 살아갈 용기를 준다.



어둠을 가로질러 집으로 가는 사람들



종착역을 향해 달리는 인천지하철 1호선 열차


움직이는 ‘도시의 밤’

한겨울, 도시의 밤은 빨리 찾아온다. 어둠이 내리고서야 집으로 돌아간다. 인천지하철 열차에 젖은 솜처럼 무거워진 몸을 싣는다. 도시를 전자회로처럼 누비는 그 길은 그 누구라도 집으로 데려다준다.


사람으로 붐비는 퇴근길 열차 안, 함께 있지만 혼자다. 나이, 직업, 성격, 생각, 살아온 시간과 살아가야 할 시간, 모든 것이 다른 사람들이다. 휴대전화를 보며 무언가에 열중하거나, 잠을 자거나 혹은 잠시 눈을 감거나, 상념에 잠기거나.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각자의 섬을 이루다 저마다의 길을 나선다. 그러면서도 나와 다른 듯 닮은, 그런 서로의 모습을 보며 위안을 얻는다.


땅속을 내리닫던 인천지하철 1호선 열차가 종착역 바로 전 역에 이르러서야 지상에서 숨통을 튼다. 그렇게 다다른 마지막 목적지 계양역. 더는 갈 곳 없는 열차가 사람들을 쏟아낸다. 집으로 가는 길, 역사 안 분식집에 들러 뜨끈한 어묵 국물로 헛헛한 마음을 달랜다. 이게 뭐라고, 힘이 솟는다.
“손님들과 한두 마디 말을 나누다 보면 어린 자녀를 둔 가장이 많아요. 늦게 퇴근하면 집에서 밥 차려 먹기 어렵잖아요. 저부터도 그 마음이 이해돼요. 힘을 내면 좋겠고.” 주인장이 건네는 건 음식이 아니다. 마음이다.




퇴근길, 역사 내 분식집에서 고단한 몸을 잠시 뉘인다.


윤정완(40) 씨도 여덟 살, 다섯 살 두 딸아이의 아빠다. 2년 전 코로나19로 한창 힘든 때, 역사에 덜컥 내 가게를 냈다. 직원으로 일하던 분식집이 문 닫으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어떻게든 살아야 하니까 어려운 때 가게를 연 거예요.” 스무 살 때부터 길거리에서 생선을 팔며 악착같이 살아가는 법을 배워온 그다. 걱정은 들어도 두렵지는 않았다.


김승환(31) 씨는 역사 문 앞 가게에서 먹을거리를 판다. 퇴근하는 사람들이 부러울 때도 있지만, 자정이 다 되어서까지 일할 수 있는 삶에 감사한다. “일이 편하지는 않지만 어려운 건 또 아니에요.” 그도 아홉 살 딸, 네 살 아들을 둔 가장이다. 늦은 밤, 아이들이 잠든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삶에 미소가 번진다.


누구에게나 살아간다는 건 녹록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무수한 사람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저마다의 행복을 찾아가고 있다. 그렇게 오늘도 도시의 밤이 깊어간다.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 것이다.


누구에게나 살아간다는 건 녹록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무수한 사람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저마다의 행복을 찾아가고 있다.
그렇게 오늘도 도시의 밤이 깊어간다.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 것이다.



한겨울, 빛과 온기가 새어 나오는 계양역 역사




퇴근길, 사람으로 붐비는 지하철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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