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문화 줌인
역경을 딛고 우뚝 선
조선인, 자이니치, 다시 재일동포
글 최은정 본지 편집위원 | 사진 유승현 포토 디렉터
한국이민사박물관에서 동농기념사업회 강덕상자료센터, 재일한인역사자료관과 함께 공동 개최하는 특별한 전시회가 시작됐다. ‘역경을 딛고 우뚝 선 조선인, 자이니치, 다시 재일동포’. 스스로를 ‘자이니치(在日)’라 부르는 재일동포들이 식민지 조선인에서 ‘내지內地(일본)’의 ‘선인鮮人’으로, 해방 후 일본에 남은 자이니치로, 고군분투하며 살아온 100여 년의 세월이 그곳에 있다.
재일동포의 궤적은 일본의 식민 지배에서 비롯됐다. 식민지의 조선인은 가난을 피해 해협을 건너 열도에서 힘들고, 어렵고, 위험한 삶을 살아냈다. 해방 이후 일본에 남은 조선인은 제도적, 민족적 차별과 싸우면서 스스로 ‘자이니치’라 부르며 일본 사회에 자리잡았다.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면서도 모국에 무한한 사랑을 보냈던 그들을 우리는 ‘재일동포’라고 부르고 있다. 현재 82만여 명의 재일동포가 일본에 살고 있다.
전시실에는 1923년 9월 관동대지진 당시 자경단과 조선인 희생자들의 사진, 당시 언론 보도와 관련 자료 등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희귀 원본이 전시되어 있다. 또 강제 동원된 조선인 노동자들의 생활부터 해방 후에도 바뀌지 않는 제도화된 차별 속에 고단한 삶을 이어가며 하나씩 개선해 나가는 자이니치의 강인한 모습까지 풍부한 사진 자료와 영상 그리고 주판과 파친코 실물 등으로 입체감 있게 꾸며 놓았다.
‘조선인, 가난을 피해 해협을 건너다’로 시작된 전시는 일본의 식민 지배와 한반도의 분단이라는 역사의 질곡을 건너 ‘재일동포의 모국 사랑’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차별과 역경 속에서도 재일동포는 다양한 모습으로 대한민국에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6·25전쟁이 일어나자 인천상륙작전과 평양탈환작전을 위해 642명의 재일동포 청년이 군번도 없이 ‘재일의용군’으로 참전했다.
정전 후 1960년대부터는 경제적으로 모국을 지원했다. 구로공단 개설, 1988년 서울올림픽 모금 운동, IMF 외환위기 당시 외화 송금 운동 등에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제주도의 밀감(재일본제주개발협회가 4만 6,000그루의 묘목 기증, 1968년), 진항재 벚꽃(재일동포 편수개가 6,000수 기증, 1966년)의 장관도 그들의 모국 사랑이 만들어낸 풍경이다.
지난 9월 15일엔 ‘영화, 재일동포 역사를 기록하다’를 주제로 한 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재일동포의 삶과 역사를 영화로 기록하고 증언하는 두 감독(오충공 감독, 김성웅 감독)과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재일동포의 역사를 연구하고 있는 이규수 전 히토쓰바시대학교 연구교수가 연사로 관동조선인대학살, 재일동포가 겪어온 차별 등 뼈아픈 역사의 진실을 전했다.
전시는 한국이민사박물관 지하 1층 기획전시실에서 12월 3일까지 개최된다. 관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오후 5시 30분 입장 마감)이며, 월요일은 휴관한다.
문의 032-440-4710
역경을 딛고 우뚝 선
조선인, 자이니치, 다시 재일동포
Koreans in Japan
: the history of overcoming adversity
한국이민사박물관 기획전시실
2023. 8. 29.~12. 3.
- 첨부파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