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굿인이 만난 사람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새로운 인천
글 윤은혜 본지 편집위원 / 사진 이덕재 자유사진가
하교 시간이 제법 지나서인지 운동장이 텅 비었다. 교실로 들어서자 일곱 명의 아이들이 차분하게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힐끔힐끔 곁눈질하며 킥킥거리기도 하지만, 긴장한 듯 금세 자세를 고쳐 앉는다. 한 아이가 기대에 찬 눈빛으로 “저희 인터뷰하러 오신 기자님이세요?” 하고
말문을 열자 다른 아이들도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태어나서 인터뷰는 처음 해봐요!”, “와 카메라 진짜 크다!” 하며
들뜬 표정으로 떠드는 모습이 영락없는 초등학생이다.
10월 11일, ‘인천크래프트 크리에이터 공모전’ 수상팀이 발표됐다. 경인고속도로 지하화를 주제로 진행된 공모전에는 총 129개의 작품이 출품했으며,
무려 720명이 참가했다. 그중 총 22개 작품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고, 초등부 ‘New 인천팀’이 참신한 아이디어로 ‘인천광역시장상’을 거머쥐었다.
초등학생들의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완성도와 신선한 발상을 창의적으로 표현한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New 인천팀은 경인고속도로를 지하화하고 그 위에 아파트와 도서관, 공원과 쉼터, 경인역사관 등으로 이루어진 새로운 도시를 탄생시켰다.
또 고속 이동 수단인 ‘하이퍼루프’를 설치하는 신기술도 선보였다. 아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새로운 인천을 그렸을까.
또 아이들이 바라는 새로운 인천은 어떤 모습일까.
New 인천팀 열세 살 백서율, 이준서, 최도율, 권윤제, 이주원, 이도원, 백승환 군과 지도 교사 신성대 선생님이 만든 새로운 인천의 모습을 자세히 들어봤다.
경찰, 우주비행사, 남극 여행 등 다양한 꿈을 가진 New 인천팀 친구들이 공모전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추억을 쌓기 위해서였지만, 놀라운 결과를 얻게 되었다.
이준서 군은 “공모전 참여가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서 참여했다”라고 참가 이유를 전했다. 이도원 군도 “꿈은 남극에 가보는 것이지만, 추억을 쌓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팀은 꽤 긴 시간 공모전을 준비했다. 공모전 공지를 확인한 뒤 리더 백서율 군을 중심으로 팀을 구성했고, 약 3개월 동안 쉬지 않고 달렸다.
짧지 않은 시간 힘을 모아 제출한 작품에는 시선을 끄는 요소들이 가득했다. 놀이공원, 공원, 휴식 공간과 같은 여가 시설을 위주로 건설한
대다수 참가팀들과 달리, New 인천팀은 과거의 역사를 기억하는 역사관을 함께 조성했다.
백서율 군은 “과거가 있어야 미래도 있다”라며 역사관 건설 이유를 의젓하게 설명했다.
“우리가 만든 작품은 미래의 인천이지만, 미래 사람들이 과거의 모습도 기억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역사관을 지었어요. 인천의 옛 모습도 찾아 역사관 내에 전시했고요.”
아이들은 머리를 맞대고 역사관 조성에 대해 논의했다. New 인천팀은 자신들이 태어나기도 전인 경인고속도로 준공 당시 사진과
과거 인천의 모습을 공유하며 역사관 내부를 꾸몄다.
“마감이 여유로웠을 때는 떠들고 장난칠 때도 많았지만, 마감 직전에는 모두 집중하고 정말 적극적으로 매달렸습니다.”
신성대 선생님의 칭찬 속에는 아이들에 대한 대견함이 묻어났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준비 과정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최도율 군은 3개월간 공모전을 준비하며 겪었던 여러 난관들을 떠올렸다. “작품 제출 마감 직전에 만들어둔 작품 내부에 에러가 발생했어요.
많이 놀랐고 수습하느라 힘들었지만 함께 힘을 모아 아슬아슬하게 제출했죠.” 권윤제 군도 마찬가지.
“마감일 전에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해서 그런지 대화 한 마디 없이 모두 복구에만 힘썼어요.”
작품 제출뿐 아니라 작품 소개 영상까지 만들어야 했기에 아이들과 선생님은 더욱 바삐 움직였고, 그 결과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을 수 있었다.
이주원 군의 표현을 빌리자면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말 그대로 ‘뇌 정지’가 올 정도였다고.
“기대하지 않았는데 1등 했다는 소식을 듣고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어요.” 백승환 군도 “처음에는 다른 팀 이름인 줄 알았는데, 우리 팀이라 엄청 신났다”라며
수상 소식을 들었을 당시의 감격을 떠올렸다. 아이들의 표정에 그때의 여운이 진하게 남아 있었다.
New 인천팀은 가상현실 속에서 미래의 인천을 맘껏 상상하고 만들며 즐겼다. 아이들이 바라는 인천, 꿈꾸는 인천. 이 모든 게 현실이 될 수는 없겠지만,
새로운 인천을 꿈꾸는 아이들이 만들어갈 인천의 모습을 함께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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