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나의 인천 : 독일에서 온 편지
인천을 빛낸 인물
박사무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악기, ‘목소리’. 현존하는 수많은 악기 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와닿는 악기는 바로 목소리다. 그리고 이 목소리로 전 세계에 대한민국을 알린 이가 있다. 바로 인천의 아들 성악가 박사무엘이다.
박사무엘 성악가는 제73회 뮌헨 ARD 국제 콩쿠르 성악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세계 최고 권위의 음악 콩쿠르로 꼽히는 ARD 콩쿠르는 매년 개최되지만, 성악 부문은 3년 만에 열렸으며 이번 우승은 한국인 성악가로서는 18년 만의 쾌거다.
박 성악가 우승으로 이 대회의 역대 한국인 우승자는 총 5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국제 무대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인 박사무엘 성악가가 신년을 맞아 <굿모닝인천> 독자들과 인천시민들에게 따뜻한 편지를 보내왔다.
뮌헨 ARD 국제 콩쿠르 무대
내 삶의 멜로디 그리고 인천
안녕하세요, <굿모닝 인천> 독자 여러분.
저는 성악가 박사무엘입니다.
새해를 맞이해 여러분께 인사드리고 저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인천 동구 송림동에서 태어나 현재 미추홀구에 본적을 두고 있습니다. 용일초등학교, 인주중학교, 인하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를 졸업한 ‘인천 토박이’입니다.
부모님은 인천에서 교회를 운영하시는 목회자이십니다. 그래서인지 어린 시절부터 음악과 항상 가까이 지냈습니다. 또 중학생 시절 인천미추홀구청소년합창단(구 남구청소년합창단)에서 활동하며 이성숙 지휘자 선생님 밑에서 음악적 지식과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인문계 고등학교 진학 후, 학업과 성악 등 진로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게 됐습니다. 감사하게도 성악과를 졸업한 장용철 음악 선생님이 당시 저에게 정말 큰 힘이 되어주셨습니다.
고민 끝에 성악과에 진학하고 싶다는 결정을 했지만, 전문적으로 성악을 배우지 않고는 불가능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장용철 선생님이 바리톤 김지단 선생님을 소개해주셨고 본격적으로 성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때부터는 일주일에 한 번씩 서울로 레슨을 다녔습니다. 레슨 후 인천으로 돌아오는 1호선 지하철은 항상 퇴근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하루를 열심히 살아온 그들의 지친 모습 속에서도 가족이 있는 집으로 향한다는 사실이 그들에게 위로처럼 보였습니다. 인천은 제게 그런 곳입니다. 지치고 힘들 때 가족들과 친구들이 있는 인천을 떠올리며 위로받고 마음의 안식을 얻습니다. 저는 현재 독일에 4년째 살고 있습니다. 저는 한식이 생각날 때 유독 인천이 그립습니다. 인천의 물텀벙 거리, 수많은 기사식당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좋아하던 신포닭강정은 항상 그리움의 대상입니다. 먹거리뿐 아니라 약 300만 시민이 살고 있는 인천은 시민 한 분 한 분이 다 자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 시민 중 한 사람으로서 항상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인천 사람들은 조용하고 끈기 있게 스스로의 일을 잘 해낸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제가 평생 살면서 느낀 인천 사람들의 특징입니다. 외국에서 사람들은 종종 저에게 고향을 묻습니다. 그럴 때면 항상 자랑스럽게 인천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국제공항이 있는 우리 인천은 정말 큰 자랑거리입니다. 생각하니 또 그립습니다.
어린시절 인천에서의 추억
성악을 준비하던 저에게도
여러 시련이 있었습니다.
사실 저희 집은 클래식 교육을 받을 만큼 부유하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 큰누나가 유학 중이라 더욱 힘들었습니다. 그때 저의 은사님이신 테너 김형찬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고, 은사님께서 저를 고3 그리고 재수생 시절까지 무료로 교육을 해주셨습니다. 정말 드라마나 영화에 나올법한 일이 저에게 벌어졌던 것이었죠. 덕분에 저는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서울대학교 성악과에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2017년 군 전역 후에도 시련은 찾아왔습니다. 중앙음악콩쿠르 대회 결승전 무대를 준비했지만, 경연 당일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큰 좌절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좌절하지 않고 더 많은 대회에 도전했습니다. 노래 발성을 바꾸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무대에서 이겨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그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좋은 결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는 이번 뮌헨 ARD 국제 콩쿠르 참여를 취소했었습니다. 현재 소속된 오페라단의 스케줄로 인해 허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연습 도중 저는 동료들을 설득했고 급하게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이 콩쿠르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대회로 1등, 2등을 하면 군 면제 혜택까지 주어집니다. 학창 시절 몇몇 선배가 이 콩쿠르에서 입상했다는 소식을 들었고, 유학을 독일로 정했을 때부터 이 콩쿠르에 대한 욕망이 있었습니다. 아직도 제가 우승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이며, 가족과 은사들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콩쿠르를 시작으로 저는 앞으로도 유럽과 한국에서 활동할 예정입니다. 인천시민 여러분들과도 저의 음악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굿모닝인천> 독자 여러분, 그리고 인천시민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무대에서 열연하는 박사무엘 성악가
제 73회 뮌헨 ARD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박사무엘 성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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