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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인천에서 인천으로 : 길에서 만나다, 시작하다

2025-02-20 2025년 1월호


 

길은 모두에게 열려 있다. 그리고 멈추지 않는다. 헤드라이트 불빛이 어둠을 밀어내며 하루를 깨운다. 부옇게 밝아온 첫 빛이 도로 위에 흩어진다. 차가운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바퀴들 사이로, 도시는 서서히 깨어난다. 저마다의 목적지를 향해 묵묵히 나아가는 발걸음들.

그 사이, 하루를 실어 나르는 두 사람이 있다. 스물여덟 살의 버스 기사 서기원과 예순두 살의 택시 기사 오치민. 한 사람은 내일을 향한 설렘으로 첫 차의 시동을 걸고, 다른 이는 지나온 시간을 가슴에 품고 운전대를 잡는다. 서로 다른 길 위에서 시작했지만, 결국 하나로 이어진다. 그 길 끝에는 언제나 인천이 있다.


글. 정경숙 본지 편집위원 사진. 임학현 포토디렉터



인천 그 길 위에서,

두 사람


서기원, 스물여덟 살의 청년 버스 기사.

오치민, 예순두 살의 노련한 택시 기사.


두 사람은 인천이라는 길 위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하루를 연다.

한 사람은 정해진 노선을 따라 사람들을 싣고,

도시와 도시를 잇는다. 그 길은 익숙하지만,

새로운 만남으로 매일 조금씩 다르게 펼쳐진다.

다른 한 사람은 예측할 수 없는 길을 달린다.

목적지가 경로가 되고, 지나온 길은 도시의 시간으로 쌓여간다.

차창 밖으로 흘러가는 풍경,

짧은 대화와 잠깐의 침묵 속에서 오늘도 하루가 흘러간다.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서로 다른 풍경을 마주하지만,

결국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간다.

그 길 끝에는 언제나 인천이 있다.



길 위의 스승에게

“스무 해가 넘도록 같은 길을 달려오셨다니, 정말 대단하세요. 그 긴 시간 동안 도로 위에서 흘린 땀과 노력이 모두에게 큰 울림을 줄 거예요. 저는 아직 부족하지만, 언젠가 선생님처럼 한 길을 묵묵히, 진심을 담아 걷고 싶습니다.”


길 위의 청춘에게

“스스로 원해서 이 길을 시작했다니, 대단한 결심이에요. 매일 같은 길을 달리면서도 새로운 사람과 세상을 만나고, 도시를 이어가는 일. 젊은 나이에 그런 삶을 선택한 당신, 정말 용감하고 멋지네요”


오래된 길과 새로 시작하는 길,

두 사람의 삶이

하나로 교차하는 순간이다.



청춘의 여정

20대 버스 기사 서기원


그 길 위에서

우리는

성장한다


청춘의 여정’, 그 시선은 언제나 앞으로 향한다.


오늘도 나는 달린다

크리스마스이브. 서기원은 그날도 어김없이 운전석에 앉았다. 차창 밖으로 스치는 풍경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백화점 앞에 환히 빛나는 트리와 그 아래서 터져 나오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창 너머로 흘러들어왔다. 거리의 화려한 조명, 손을 맞잡은 연인들, 아이들의 웃음소리…. 순간 모든 것이 빛났지만, 그는 창밖에 비친 흔적처럼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오늘도 나는 달린다. 익숙하지만 끝없이 이어지는, 알 수 없는 이 길을.’


웅웅, 버스 엔진 소리가 캐럴을 삼키고, 차창 밖 화려한 풍경이 점점 멀어져 간다. 묵묵히 핸들을 돌린다. 20대 버스 기사 서기원. 오늘도 그가 여는 길 위에서 누군가의 하루가 시작되고, 완성된다.


길을 묻다

한때는 카지노 딜러를 꿈꾸었다.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 카드를 다루는 손끝의 감각, 모든 시선이 자신에게 쏟아지는 순간을 동경했다. 그러나 그 꿈은 오래가지 못했다. 대학에서 호텔카지노경영학을 전공했지만, 1년 만에 그만두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 길이 정말 내가 원하는 길인가?’ 

인생의 갈림길에서 아버지가 말했다. “버스 기사를 해보는 건 어떻겠니? 답은 길 위에 있다.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 수 없단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을 때면 세상과 하나 되는 자유를 느꼈다. 아버지의 격려와 믿음이 가슴에 용기를 불어넣었다. ‘그래, 내가 선택한 길을 가고, 그 책임을 온전히 짊어지자.’

그렇게 그는 운전대를 단단히 잡고 길 위에 섰다. 어디로 이어질지 알 수 없는 길, 머지않아 마주할 더 크고 넓은 세상을 향해.



청춘의 끝없는 길 위에서

그날 밤, 서기원은 막차를 몰고 마지막 승객을 내려주었다. 희미하게 남은 온기, 텅 빈 차 안에 아무렇게나 흩어진 하루의 흔적들. 깊은 밤, 도시는 여전히 불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누군가의 하루를 마무리하고 또 다른 시작을 밝히는 그빛처럼, 그가 달리는 이 길도 누군가의 삶의 여정을 비출 것이다.

그는 버스 기사다. 매일 수십, 수백 명 승객의 일상을 책임지는 일이 그의 몫이다. 그 무게를 묵묵히 받아들이며, 오늘도 그는 자신의 길을 간다. “나의 미래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눈앞에 펼쳐진 도로가 어둠 속에서도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내일, 그는 첫 차의 시동을 걸고 다시 이 길 위에 설 것이다. 새로운 하루, 새로운 만남,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여정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청춘은 멈추지 않는다. 그저 앞을 향해 나아갈 뿐이다.


출발 전, 책임감을 가지고 버스를 살피는 서기원


끝없이 펼쳐지는 길 위에서, 여정은 계속된다.




길 위의 시간

60대 택시 기사 오치민


그 여정은 우리를 완성한다



그는 인천의 소리를 담는 유튜브 채널

‘멍힐TV(@munghealtv)’를 운영 중이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빗방울이 차창을 타고 흘러내린다. 손에 쥔 운전대가 묵직하다. 새벽 도로는 적막하면서도 어딘지 모를 긴장감이 감돈다. 삶은 종종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 낯선 길 앞에 우리를 세우기도 한다.

60대 택시 기사 오치민. 그는 한때 깊은 절망 속에 빠져 있었다. 사업 실패로 막대한 빚만 남고, 가장으로서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어깨를 짓눌렀다. 먹고살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 했다. 하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운전뿐이었다. 사장님 소리를 듣고 살던 사람이었다. ‘적당한 일이 생기면 그만두자’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길 위에 섰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라고 되뇌는 사이, 세월은 빠르게 흘렀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 열두 시간을 꼬박 길 위에서 버텨 냈다. 어느덧 22년이 지났다. 한 칸짜리 택시는 여전히 그의 삶의 터전이다.


길 위에서 지켜낸 희망

모든 것이 막막했다.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 매일 도로를 달리는 일은 그를 끊임없이 몰아붙였다. ‘내가 힘들어도 가족은 웃어야 한다.’ 스스로를 일으키며 하루하루를 견뎠다. 고된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잠든 아이들 얼굴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고른 숨소리를 들으며 지친 마음을 다잡았다. 잠시 눈을 붙이고, 다시 길 위로 나섰다.

10년이 지나서야 마침내 자신의 이름을 단 첫 택시를 마련할 수 있었다. 20만 킬로미터를 넘게 달린, 당장 폐차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낡은 차였다. 그런데도 순간, 세상 모든 것이 빛나 보였다. 

“본네트를 열었더니 먼지가 시커멓게 쌓여 있었어요. 그래도 그 차가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 없었지요. 이제야 내 차가 생겼구나, 가슴 부듯했습니다.” 살다 보면, 살아내다 보면 버티기 힘든 시간도 겪는다. 그러나 지나고 나면, 그 순간조차 아름답다.


인천, 그 길 위에서

오늘 하루, 길 위에서 스쳐 간 얼굴들이 떠오른다.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창밖을 바라보던 학생, 피곤에 짓눌린 표정의 직장인, 말없이 미소 짓던 할머니…. 비좁은 한 칸짜리 공간이지만, 그 안에는 울고 웃는 수많은 사연이 머물다 스쳐 갔다.

어느 늦은 밤, 뒷좌석에서 흐느껴 울던 한 사람이 떠오른다. 어떤 이유로 마음이 무너졌는지, 그녀는 목적지에 도착하고도 차에서 내리지 못했다. 차를 길가에 세우고 가만히 위로를 건넸다. “세상엔 더 힘든 일도 많아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겁니다.” 그녀는 눈물을 닦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감사합니다.” 짧은 여정 속 작은 인연이라도, 누군가에게 위로와 희망을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 길 끝에 또 다른 시작이 있을 겁니다. 그러니 계속 달려야죠.” 


다시 길을 나선다. 월미도 바닷가, 바람에 실려 온 바다 냄새가 창문을 타고 들어온다. ‘지금, 나는 어떤 길을 가고 있는가? 이 길 끝에서 무엇을 만날 것인가?’ 어디로 이어질지 알 수 없는 길 위에서, 우리는 매 순간 새로운 이야기를 만난다. 인천, 그 길 위에서.


햇살을 품고 달리는 길 위의 순간



인천 내항 앞, 웃음 가득한 길 위의 오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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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업데이트 2025-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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