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나의 인천 : 전무송 배우
연극은 나의 삶이자 운명입니다
배우 전무송
60년 전, 무대에 첫발을 올렸던 그날부터 배우 전무송에게 연극은 곧 삶이었고 운명이었다. 그 오랜 여정을 지나 이제 고향 인천에서 열리는 ‘제43회 대한민국연극제’를 앞두고 있다. 연극에 대한 열정과 고향에 대한 사랑이 가득 담긴 그의 편지를 소개한다.
사진. 대한민국연극제
배우 전무송은 ‘제43회 대한민국연극제 인천’ 홍보대사로 선정됐다.
사랑하는 인천 시민 여러분께
안녕하십니까. 연극이라는 무대에 선 지 어느덧 60년이 흘렀습니다. 그 시간을 돌이켜보면 삶과 무대가 따로 구분되지 않을 만큼 연극은 제 운명이고, 생명이며, 곧 삶이었습니다. 1977년, 뉴욕의 라마마 극단 초청으로 <하멸 태자>를 공연하러 떠났던 그날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무대 중앙에 서서 “이 공연이 성공하지 못하면 모든 것은 끝”이라는 절박한 기도를 올렸고, 다행히 공연은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 공연의 성공은 제게 큰 힘이 되었고, 지금까지 연극을 계속할 수 있었던 자부심이자 제 삶을 이루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60년이라는 시간을 달려오면서 한 번도 길을 잃지 않을 수 있던 건 저를 믿고 이끌어주신 스승님들과 함께해준 동료들 그리고 묵묵히 곁을 지켜준 가족 덕분이었습니다. 특히, 유치진 선생님의 “먼저 인간이 되라”라는 말씀이 늘 제 삶의 화두로 남아 있고, 인중담 선생님, 코보 최승열 선생님 그리고 수많은 예술가의 가르침은 지금도 제 안에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연극을 함께 지켜온 인천 후배들의 열정과 노력 또한 말로 다할 수 없는 고마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번 ‘제43회 대한민국연극제’가 인천에서 열릴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 후배들이 뿌리 깊은 열정으로 무대를 지켜온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인천에서 ‘국제연극제’를 열고자 하는 꿈을 꾸었으나, “밥 먹고 살기도 힘든데 무슨 연극이냐”라는 말에 마음을 접어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연극제가 고향 인천에서 열리는 지금 이 순간이 저에게는 더 없이 각별하고 벅차게 다가옵니다. 이 축제를 계기로 인천이 시민의 마음을 위로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예술의 도시로 나아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연극 ‘더 파더’ 무대에 오른 전무송 배우
극중 부녀 연기를 하는 배우 전현아와 전무송
제가 연극을 통해 배운 가장 큰 가르침은 ‘바르게 사는 마음’입니다. 올바른 것을 원하면 올바른 길이 열리고, 거짓을 좇으면 삶도 점점 왜곡되더군요. 욕심이 클수록 괴로움도 크기에 그저 정직하고 바르게 살아가는 일이 결국 가장 가치 있는 길이라 믿습니다. 연극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연극이란,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감동을 주는 작품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돌이켜보면, 인천은 저에게 늘 영감의 땅이었습니다. 인중 시절 만국공원에 올라가 멀리 월미도 너머로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며, 태평양 건너 세상을 꿈꾸던 그 기억은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 문화극장, 동방극장, 애관극장처럼 배우의 꿈을 키우던 공간들도 모두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오늘날 인천은 문화도시로 많은 발전을 이뤘습니다. 송도의 국제화, 연안부두 창고들의 변신, 문화예술공간의 확장까지. 그러나 여전히 필요한 것은 ‘사람’입니다. 예술을 사랑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이 도시는 더 아름다워질 것입니다. 센트럴파크 같은 공간에서 시민들이 쉬고, 예술인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인천을 상상해 봅니다.
저는 이번 연극제의 명예대회장이라는 타이틀보다 후배들과 함께 이 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더 고맙고 기쁩니다. 이 기쁨이 시민 여러분께 작은 위로가 되고, 웃음과 눈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사랑하는 인천 시민 여러분, 이번 연극제는 우리 모두의 축제입니다. 문화예술로도 세계적인 도시가 될 인천의 내일을 여러분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전무송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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