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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

문화 줌인 : 인천시향 제435회 정기연주회

2025-08-12 2025년 8월호

기타로 빚어낸 슬픔 그리고 눈물


언젠가 박규희가 고백한 가장 어려운 곡 중 하나가 호아킨 로드리고의 ‘아랑후에즈 협주곡’이다. 클래식기타의 어려운 주법으로는 ‘화음 레가토’(화음을 한꺼번에 치면서 음을 이어가는 주법)를 꼽았다. 7월 11일 아트센터인천에서 열린 ‘인천시립교향악단 제435회 정기연주회’는 연주자의 예술적 도전이 어떻게 감동으로 승화하는지를 보여준 무대였다. 클래식기타리스트 박규희. 우리나라보다 외국에서 더 잘 알려진 

비르투오소다. 알함브라 콩쿠르를 비롯해 모두 아홉 번의 국제 콩쿠르 우승을 기록했다. 벨기에 프렝탕 국제 기타 콩쿠르에는 최초의 여성 우승자, 최초의 아시아인 우승자라는 이력이 남아 있다. 이 세계적인 기타리스트는 인천 출신이다. 기타를 배우기 위해 자기 몸집보다 큰 기타를 등에 메고 자유공원을 오르던 소녀였다.


글. 임성훈 본지 편집장   사진. 김신중 ©Shin-joong Kim


 

인천 출신 박규희 연주자의 인천 문화 저력을 표현하는 공연이 진행됐다.



코랄 빛 드레스 곱게 차려입고 명기 프리드리히를 품에 안은 박규희가 라스게아도 주법으로 아랑후에즈 협주곡 1악장의 문을 열자, 콘서트홀 내 공기의 밀도가 달라지는 듯했다. 박규희의 작고 여린 손가락이 빚어내는 플라멩코 풍의 리듬과 선율은 상쾌하고 정열적이었다. 빠른 패시지와 빈번한 도약이 연주자에게 부담을 주는 1악장을 박규희는 섬세하면서도 힘 있고 간결하게 연주했다. 

시각장애인인 로드리고가 첫 아이를 유산으로 잃은 아픔을 담았다는 2악장. 그래서인지 처연하고 절절한 슬픔으로 가득 찬 곡이다. 도입부에서 클래식기타와 잉글리시 호른이 주고받는 애잔한 대화는 서로에 대한 위로인 듯했지만, 오히려 슬픔을 증폭시켰다. 



마지막 카덴차 부분에서 박규희는 한껏 고조된 슬픔을 오케스트라에 넘겨주었다. 바통을 이어받은 오케스트라는 온 악기가 한목소리로 울부짖듯이 절정에 달한 슬픔을 투티(연주자 전원이 선율을 연주하는 것)로 노래했다. 

박규희는 평소 ‘깊고 어두운 감정을 끌어올려 오케스트라에 이어주는 부분이 이 곡의 포인트이자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했는데 이날 박규희는 무한한 슬픔의 깊이를 기타의 선율, 그리고 오케스트라와의 호흡으로 묘사했다.

토요명화 시그널 뮤직으로 귀에 익은 아랑후에즈 협주곡 2악장. 중장년층 관객들은 TV 브라운관 앞에서 영화를 기다리던 토요일 밤의 향수에 젖어 들기도 했다.



궁중무곡풍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3악장을 마친 박규희가 앙코르곡으로 들려 준 곡은 의외였다.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트레몰로 주법의 ‘알함브라궁전의 추억’이나 유튜브에서 가장 인기를 끈 ‘탱고 엔 스카이’를 연주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뜻밖에도 기타에서 흘러나온 곡은 ‘라그리마’(눈물)였다.

프란치스코 타레가의 명곡 중 하나지만 이 곡은 난도가 그리 높지 않아 클래식기타 입문자들도 즐겨 연주하곤 한다. 하지만 곡의 난이도는 무의미했다. 박규희는 예술적 감성과 탄현의 테크닉에 따라 곡의 완성도가 얼마나 높아질 수 있는지를 소리로 증명했다.     

기타의 울림통에서 새어 나오는 눈물은 뚝뚝 떨어지는 눈물인 듯하다 어느새 조용히 흘러내리는 눈물로 바뀌었다. 박규희는 스스로 가장 어렵다고 말한 화음 레가토를 통해 기타의 여섯 줄을 눈물로 적셨다. 마치 아랑후에즈 협주곡 2악장에 서 접한 슬픔의 여운이 라그리마에서 눈물로 형상화되는 듯했다. 박규희가 왜 ‘레가토의 달인’으로 불리는지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빛과 그림자’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인천시립교향악단 정기연주회. 미래를 이끌 차세대 주자로 꼽히는 정한결 인천시립교향악단 부지휘자의 지휘 아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5번으로 막을 내린 이날 연주회는 인천 출신 기타리스트와의 협연으로 더욱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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