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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

새해 아침-신년 특집 대담

2021-01-11 2021년 1월호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으로,

희망찬 새해를 시작합시다

2021년 신축년辛丑年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 어렵고 힘든 일들이 올해는 희망찬 일들로 바뀌었으면 하는 소망을 담아본다. <굿모닝인천>이 새로운 해, 인천의 미래와 희망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인천을 대표하는 지식인 지용택(84) 새얼문화재단 이사장과 2020 우현예술상을 수상한 이원규(74) 소설가가 정석빌딩 새얼 사무실에서 새해를 맞아 인천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정리 김윤경 본지 편집위원│사진 최준근 자유사진가



이원규  신축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는 소띠 해입니다. 소는 착하고 정직하고 근면하며 대립하지 않는 동물인데, 새해에는 우리 국민, 우리 인천 시민 모두가 건강하게 전진하는 해, 화목하고 포용하는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새얼문화재단은 시민의 자발적인 출연과 지원으로 창립된 이후 지난 40여 년 동안 인천 정신, 인천 문화를 선도해 왔습니다. 신축년 새해에도 새얼문화재단이 시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사업을 해 나갈 것으로 기대합니다. 신춘원단이기도 하니 인천 시민들께 덕담 한 마디 해주십시오.


지용택  제가 평소에 좋아하는 글귀, ‘기보치원驥步緻遠’으로 새해를 시작하겠습니다. 저장성의 중국 거상들 내실에 걸려 있는 글귀인데, 천리마는 단지 내달리는 것만이 아니라 등 위에 탄 사람을 목적지에 이르기까지 정성을 다해 모신다는 뜻입니다. 신중하게 사람을 목적지까지 데리고 간다는 의미이지요. 2021년도는 황소처럼 꾸준하게 어려움을 참고 극복하자는 묵직한 뜻과 함께 천리마처럼 목적지까지 상황에 맞게 모든 걸 조절하면서 도착할 수 있는 해가 됐으면 합니다. 코로나19가 당분간 지속될 텐데, 모쪼록 시민 모두 마음을 합해서 잘 이겨냈으면 합니다.


이원규  돌이켜보면 지난해는 코로나19로 어수선한 한 해였습니다. 현재 전국이 3차 유행을 겪고 있습니다. 인천은 수도권 중에서 방역을 잘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인류학자들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삶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고 말합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는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요?


지용택   많은 생활이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 바뀌어 나갈 겁니다. 바이러스는 의료진이 치료하지만 코로나19는 시민 모두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습니다. 의료진에게만 맡기지 말고, 국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이겨내야 합니다. 무엇보다 공동체 의식이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어요. 지난해 서울에서 가장 좋은 동네에 장애인 학교가 생긴다고 하니, 동네 주민들이 반대한 일이 있었습니다. 일부 사람들의 반대로 처음에는 어려움을 겪겠지만, 1년쯤 지나면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장애인 학교가 들어서겠지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죠? 이게 바로 공동체 의식이 결여된 사회 모습을 보여준 겁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공동체 의식을 기반으로 상식적인 정의가 실현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나 하나라는 이기적인 생각이 아닌,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이 있어야 지금의 많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이원규  좋은 말씀입니다. 지역 이기주의 때문에 공동체 의식을 망각한 것이지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공동체 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번엔 ‘황해’ 이야기로 바꾸어보겠습니다. 저는 1980년대 말에 인천 앞바다 배경의 장편 소설을 ‘황해’라는 이름으로 썼습니다. 소설에서 황해는 사전적인 뜻으로 한반도와 중국에 둘러싸인 바다이고 서해는 한반도 중심 서쪽에 있는 바다라고 썼습니다. 이사장님께서는 일찍부터 ‘서해’보다 ‘황해’의 의미가 크다면서 세계적인 시각으로 지역을 보고 지역의 눈으로 세계를 보는 역사적 전환을 창조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계간 <황해문화>를 창간하실 때도 그렇게 천명하셨지요? 그 말씀 좀 더 부탁드립니다.



지용택  오래전부터 황해를 말해왔어요. 서해는 고유명사가 아닌 지역명이죠. 어떤 사람은 ‘황해’ 하면 중국 이름 같다는데, 그건 오해입니다. 바다를 경영했던 민족은 중국이 아닌 한국 사람이었습니다. 중국은 자기 대륙에 관심을 두었고, 우리 선조들은 일찍부터 바다에 관심을 두었으니까요. 황해를 중심으로 우리는 어디든 뻗어 나갈 수 있습니다. ‘동북아시아’라는 말은 일본이 아시아 지역을 자기들 손아귀에 넣기 위해 자주 사용했던 표현이에요. 우리는 ‘환황해시대’가 되어 장보고처럼 해상을 주도할 수 있도록 ‘황해’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으면 좋겠습니다. 서해보다는 황해가 더 넓은 의미이니 진취적인 자세로 살아가야 합니다. ‘환황해시대’라는 말도 그런 뜻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인천대교가 처음 설계됐을 때 주경간 폭이 700m였어요. 당시 뜻있는 지도자들과 인천 시민 등 170여 명이 큰 배가 들어올 수 있도록 주경간 폭을 1,000m로 넓혀달라고 강력하게 건의했습니다. 결국 800m로 조정됐고, 그 덕분에 크루즈 같은 큰 배가 드나들 수 있게 됐습니다. 우리가 해외로 뻗어 나가기 위해서는 하늘길도, 바닷길도 좀 더 진취적으로 생각해서 마련해야 합니다. 인천 시민들에게는 그러한 정신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원규  환황해시대의 주역으로서 황해 주변의 역사와 시대를 우리가 역동적으로 끌고 가자는 말씀이시네요. 황해 중심 창조적 전환과 관련해 생각나는 게 ‘해불양수海不讓水’입니다. 바다는 어떠한 물도 마다하지 않고 받아들인다는 포용의 의미를 담고 있는데, 이사장님께서 인천 정신은 해불양수라고 말씀하신 게 벌써 40년 전입니다. 이제는 ‘해불양수’가 인천을 상징하는 가장 정확한 말로 자리 잡았습니다. 해불양수에 대한 생각과 인천이 장차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할지 말씀해 주십시오.


지용택  우리는 지금 개방성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남북이 분단되고도 우리가 이만큼 발전한 건 개방성과 포용성을 가진 인천의 특징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1883년 인천이 개항했습니다. 당시 사람들 사이에서는 ‘건강하기만 하면 인천에서는 일가를 이루고 충분히 먹고살 수 있다’라는 말이 돌았죠. 이런 꿈을 갖고 전국에서 많은 사람이 몰려왔습니다. 팔도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어도 고향을 따지지 않고 잘 어우러져 살았단 말입니다. 6·25전쟁 이후에도 이북 5도 사람들이 고향과 가장 가까운 곳인 인천에 터를 잡았습니다. 인천은 개방성과 포용성을 갖춘 멋진 도시입니다. 국회의원과 인천시장을 살펴보면 고향이 다 달라요. 해불양수가 가능하다는 겁니다. 인천은 이처럼 예로부터 꿈을 가질 수 있는 희망의 도시였습니다.


이원규  현재 인천과 우리나라는 미·중·러·일 사이에 끼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저는 요즘 인천 개항시대에 관한 장편 소설을 쓰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처한 지정학적 상황이 대한제국 말기와 비슷하다고 느낍니다. 또 남북 분단은 황해 항구도시 인천의 역할과 위상을 제약하는 게 현실이기도 합니다. 세계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슬기로운 길이고 민족과 국가가 번영할 수 있을까요?



지용택  근래에 젊은 학자들이 고려를 공부했으면 좋겠습니다. 고려는 송나라와 함께 요나라, 금나라, 몽골 등 북쪽 군사적 강국의 침략을 능숙한 외교와 항전으로 대처했습니다. 강화도에서의 항전 40년을 살펴보면, 우리의 저항 정신과 굳건한 민족 정기가 살아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 민족은 비록 형식적으로는 사대했지만 내부적으로 특히, 국민 대중은 자기의 주체성을 튼튼히 유지했습니다. 중국의 영향 속에서도 우리나라는 문화 전반의 뚜렷한 자기 특색을 보존해 왔습니다. 선조들처럼 우리도 오늘날 어려운 국제 정세에서 실리를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이원규  이제 인천의 지역적인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지난해 인천은 많은 일들을 풀어왔는데요. 부평 캠프마켓 반환과 개방은 저처럼 노경에 접어든 인천 토박이들에겐 감회가 큽니다.
인천이 ‘쓰레기 독립선언’을 하고, 환경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일거양득의 방안으로 자원순환을 내세웠습니다. 참으로 적절하고 이상적인 제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온 시민이 박수 칠 일입니다. 또 시민들의 교통 편의를 위해 KTX와 연계하는 광역철도망과 고속철도망을 구성하는 데 힘을 쏟고 있는 것도 고마운 일입니다. 새해에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와서 시민 모두가 인천에 사는 것을 긍지로 여기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지용택   인천에서 추진하는 일들이 좋은 성과로 나타나 저도 참 기쁩니다. 뉴스를 통해 고래 뱃속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가득 찼다는 소식을 접하고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한국이 플라스틱 사용량이 높다는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환경 전반에 대한 생각은 다시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결국은 제가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공동체 의식이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인천광역시교육청 청렴도가 4위에서 2위로 올랐다고 합니다. 또 서울에서도 인천 학교로 진학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데, 우리의 미래 아이들을 위한 교육에도 모두가 더 진지하게 고민하고 연구해야 할 때입니다. 과연 미래 아이들에게 무엇을 물려줄 수 있는지 말입니다.
2021년 새로운 해는 좀 더 밝고 희망찬 얘기가 많이 만들어지는 한 해가 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驥步緻遠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은 창영초, 인천중, 인천고를 졸업하고, 경희대 법과대학을 명예 졸업했다. 지 이사장은 인천을 대표하는 지식인이며, 새얼문화재단은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인천의 자랑거리다. 새얼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새얼백일장은 전국의 많은 청소년이 참가해 미래 시인과 작가 지망생들이 꿈을 키우는 대회로 자리 잡았다. 또 국악의 밤 27회, 가곡과 아리아의 밤 37회에 이르기까지 음악 공연의 장을 마련해 인천 시민들과 함께했으며, 우현 고유섭 동상, 그리운 금강산 노래비, 석남 이경성 선생 흉상 등을 제작해 인천 시민에게 헌정했다. 현재 지 이사장은 계간 <황해문화> 발행인, 인천하늘교육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지역 현안에 목소리를 높여 지역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이원규 소설가는 인천고와 동국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인천 대건고와 인항고 교사, 동국대 겸임교수를 지냈다. 인하대, 인천대에도 출강했다. 1984년 월간문학 신인상에 단편 소설 <겨울 무지개>가, 1986년 현대문학 장편 소설 공모에 <훈장과 굴레>가 당선됐다. 인천 배경 분단 소설을 많이 썼으며 김원봉, 김산, 조봉암, 김경천 등 근현대사의 잊힌 인물들의 평전도 썼다. 1988년 <침묵의 섬>으로 대한민국문학상 신인상, 1990년 장편 <황해>로 박영준문학상, 2016년 장편 <마지막 무관생도들>로 제53회 한국문학상, 2020년 평전 <민족혁명가 김원봉>으로 우현예술상을 받았다.

※ 본 대담은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해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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