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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

시민 행복 메시지_칼럼

2024-02-05 2024년 2월호

 2026년 7월을 기다리며

글 임성훈 본지 편집장



이른바 ‘구도심’으로 이사를 온 지 2년째를 맞는다. 가족의 직장 및 통학 여건, 경제적 여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천 중구의 한 동네에 둥지를 틀었다. 어릴 적 뛰놀던 고향의 모습을 닮아서일까. 쾌적한 주거 환경은 아니지만 나름 만족하며 살고 있다. 수인선 철길의 흔적은 고향의 간이역을 떠올리게 하고, 아직 개발되지 않은 나대지의 흙은 고사리손으로 느꼈던 흙장난의 질감을 소환한다. 언제 울타리로 가로막힐지 모르지만, 동네 노인들처럼 이랑을 내 상추도 심고, 고추도 심어보고 싶다. 살다 보면 정이 든다는데 실제로 하루하루 삶이 축적되는 만큼 정도 쌓여가는 듯하다.


그렇다고 새롭게 접한 공간이 그저 편안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구도심으로 이사한 것을 구도심 공동화 현상에 역행(?)하는 특이 사례로 여기는 듯한 지인들(주로 신도시에 사는)의 표정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 가끔은 지역에 대한 이해력이 요구되거나 아쉬움을 감수해야 하는 일도 생긴다. 그중 자식 출생 신고보다 더 힘들게 반려견 등록을 했던 경험은 각별하다.

동네 지리에 익숙해질 무렵이다. 반려견 등록을 위해 구청을 방문하기 직전, 담당 부서가 영종도 중구청 제2청사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물론 지정 동물병원에서도 반려견 등록이 가능하다. 그래도 바람도 쐴 겸 인천대교를 건넜는데 반려견 등록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반려견 등록 담당 부서를 구도심에서 신도시로 옮긴 셈인데, 구도심 주민으로서 홀대받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모처럼의 섬 나들이에서 남은 것은 바닷바람의 여운이 아니라 행정 서비스에 대한 일종의 반감이었다.

이런 감정이 희석된 것은 얼마 전이다. 인천형 행정 체제 개편이 확정된 후 취재차 만난 영종도 주민의 일상을 접하면서다. 그 주민 또한 행정 서비스를 받는데 마찬가지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제2청사에 있는 부서가 제한적이다 보니 내륙의 구청을 방문해야 할 때가 많은데 배 타고 육지와 섬을 오가기 일쑤라고 한다. 통행료, 거리, 시간 등을 따지면 다리를 이용하는 것보다 배를 타는 게 오히려 낫다는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한쪽에서는 불과 몇㎞ 거리의 구청을 놔두고 통행료 내가며 인천대교를 건너야 하고, 한쪽에서는 배에 몸을 싣고 뭍으로 나와야 행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니….

구도심과 신도시로 갈린 두 동네는 같은 행정 구역 내에서 이처럼 ‘행정 서비스의 부조화’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었다. 인구 60만 명의 서구에도 비슷한 공통분모가 있다. 검단 지역에 제2청사 역할을 하는 검단출장소가 있지만 행정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제 2026년 7월이면 이 기형적인 공통분모가 사라진다. 인천형 행정 체제 개편을 통해 중구와 동구가 제물포구로 통합하고, 영종구가 새로 신설되기 때문이다. 서구는 서구와 검단구로 분리된다. 

인천형 행정 체제가 출범하면 중구 내륙과 영종도처럼 그동안 생활권 분리로 인해 겪어야 했던 시민들의 불편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행정 서비스의 질도 향상될 게 분명하다. 대상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박수가 터져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구도심은 구도심대로, 신도시는 신도시대로 맞춤형 지역 발전 기반이 조성된다는 점에서 더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인천시 지역별 발전 계획에 따르면 행정 서비스 향상은 행정 체제 개편으로 달라질 미래의 편린에 불과하다. 이왕 제물포구 구민이 될 터이니 한 번 더 욕심을 내 본다. 제물포구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출범하는 중·동구가 특화된 발전 전략을 통해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를 고대한다. 인천의 본산으로서, 역사와 전통, 문화가 어우러진 살기 좋은 도시, 바로 제물포구의 정체성이었으면 한다. 그래서 반려견을 앞세워 동네 곳곳을 탐사하며 시간의 흐름과 삶의 다양성을 느끼는, 그 쏠쏠한 재미가 유지됐으면 좋겠다. 구도심으로 이사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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