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
땅 이름 이야기- 옹진군(甕津)
우리가 밟고 선 이 땅 위의 이름들
글 최재용 연수문화재단 대표이사
甕津
여덟 번째 땅 이름
[옹진·옹진군]
옹진군은 삼국시대에 고구려에 속해 옹천甕遷이라 불렸다. 고려 때에 와서 옹진으로 이름이 바뀌었는데, 원래 옹진은 오늘날 북한 땅인 황해도 옹진반도 일대를 가리킨다.
남한에 있는 지금의 옹진군은 1945년 이후 남북이 갈라지고, 6·25 전쟁을 거치면서 원래 옹진군에 속해 있던 백령도·대청도·소청도·연평도·소연평도 등 서해 5도서와 덕적도, 부천군에 속해 있던 영흥도 등의 다른 섬들을 차차 하나로 묶어 새로 만든 행정구역이다. 따라서 원조元祖 옹진과 지금 우리의 옹진은 다른 것이다.
옹진이나 그 이전 이름인 옹천에서 ‘옹甕’은 물 등을 담는 독(항아리)을 말한다. 또 ‘천遷’은 ‘(어디로) 옮긴다’라는 뜻이지만, 고려 이후 조선시대까지의 여러 문헌에서 특이하게도 벼랑길을 뜻하는 글자로도 쓰였다.
이 글자는 특히 물가에 있는 돌로 된 절벽길을 뜻했는데, 당시에는 이런 절벽길을 ‘벼르’나 ‘벼루’ 같은 우리말로 불렀을 것이라 추정한다. ‘벼르’나 ‘벼루’는 절벽을 뜻하는 현대어 ‘벼랑<崖>’을 말하며, 이 말을 한자로 바꿔 ‘遷’을 쓴 것이다. 지금도 한자 자전字典 중에는 ‘遷’에 ‘벼랑’, 즉 낭떠러지라는 뜻도 있음을 밝혀놓은 것들이 있다. 현대어 벼랑은 이 뜻을 가진 중세국어 ‘별ㅎ’에서 나온 것으로, 이 ‘별ㅎ’에 장소를 나타내는 접미사 ‘-앙’이 붙어 생긴 말이다.
학자들에 따르면 고구려 때 옹진군의 중심이던 본영리本營里라는 곳에 화산산성花山山城이 만들어졌는데, 이 성은 바다와 강으로 둘러싸인 천연의 요새였다고 한다. 이 같은 모양, 곧 가운데의 산성은 독<甕>을 세워 놓은 것 같고, 그 주변은 모두 벼랑<遷>으로 된 견고한 지형이었기 때문에 옹천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으로 본다.
이렇게 해석한다면 한자어 옹천보다 이전의 이름은 순우리말인 ‘독벼루’ 또는 ‘독벼르’ 정도였을 것이라 추론해 볼 수 있다. 이런 이름을 한자로 바꿔 쓴 것이 옹천이다.
옹천은 고려 건국 뒤 행정구역 명칭 변경에 따라 옹진甕津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한자 ‘津’은 주로 (배를 대는) 나루라는 뜻을 갖지만, 언덕이나 기슭(바다나 강 등의 물과 닿아 있는 땅)이라는 뜻도 갖고 있다. 옹진의 ‘津’은 그 지형으로 보아 ‘나루’보다는 ‘기슭’으로 해석하는 것이 한결 타당할 것 같다. 그곳이 모두 바다 또는 강과 맞닿는 곳이었기에 ‘항아리<甕> 모양의 산성과 그 주변에 펼쳐진 기슭 <津>’이라는 뜻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김정호의 <청구도> 속 옹진.
원조 옹진은 이처럼 지금의 북한 황해도에 속한 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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